since.2000.09.07


신문의 주말 방영 스케줄을 보다보니 로버트 알트만 감독의 ‘고스포드 파크’라는 영화를 하더군요. 그 줄거리를 살펴보니

1932년 11월, 맥코들 경(마이클 갬본)과 그의 부인 실비아(크리스틴 스콧 토마스)는 사냥 파티를 위해 친척들과 친구들을 그들의 웅장한 저택인 ‘고스포드 파크’로 불러 들인다. 그들은 엄청난 재산의 소유자로서 백작부인, 1차 세계대전의 영웅, 미국의 영화 제작자 등 영국, 미국의 상류층 인사들이다. 그들과 함께 그들의 수발을 드는 하인들도 같은 곳에 머물게 된다.

화려하게 치장한 손님들이 한가이 티타임을 갖고, 저녁을 먹고 파티를 즐기는 와중에… 한밤 중에 고스포드 파크의 주인이자 파티의 주최자인 윌리엄 맥코들 경이 흉기에 찔린 채 발견된다. 범인을 잡기 위해 형사들이 현장에 출몰하게 되지만, 마치 그 곳에 있던 사람들의 관계가 얽히고 설켜 쉽사리 범인의 정체는 드러나지 않고 미궁으로 빠지는데…

성우들도 녹음하면서 무지 산만했을 듯

여기까지 읽었을 때 느껴지는 뭔가 심상치 않은 추리물의 예감. 아가사 크리스티스럽기도 하고 고풍스러운 영국 분위기(-_-;)도 나는 영화일 것 같다는 생각에 새벽 1시에 TV 앞에 앉았습니다만…

우선, 말해둬야 할 것이 저는 이 로버트 알트만 감독의 영화는 패션쇼(Pret-A-Porter) 밖에 본 게 없습니다. 상영 당시에 꽤 이슈가 되었는데 후에 비디오로 빌려보고 참으로 맥없는 영화다 했었지요. 그런데 이번 고스포드 파크 역시 그 패션쇼에 필적할 만한 영화였습니다(감독 이름을 보고 짐작을 했었어야 했을지도). 애초에 추리물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데다가 그 당시 영국 상류사회의 부조리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더군요. 딱히 긴박감까지는 바라지 못하더라도 패션쇼 때와 마찬가지로 ‘쓸데없이 많은 등장인물’과 ‘그 사람들간의 정리되지 않은 대화와 설정’, ‘줄거리 없이 지루하게 이어지는 러닝타임’이 참으로 지루했습니다(이 감독의 무슨 공식 같은 것일지도).

어수선하게 시작되었다가 어수선하게 흩어지는 이야기를 보고 나니 참으로 허하기 그지없네요.

9 responses

  1. 추리물을 위장한 또다른 피해사례라면 역시 [영국식 정원 살인사건]을 빼놓을 수 없죠. 제목만 보면 빅토리아조를 배경으로 한 추리극같은데 사실은 유한마담들의 치정극이라죠…

  2. 리츠코

    Tom//난 개봉했던 것도 몰랐음. -_-;;(아니 간만에 만난 딸래미랑 왜 싸우셨디야~)

  3. 저거보고 뜨악~한 사람이 한 둘이 아닌 듯.
    개봉할 때도 비슷한 얘기가 나돌았으니까.
    한번 볼까~ 하다가 주말의 피로로 인하여 다운. (아가랑 싸우고 맘 상해있었음. –;)

  4. 리츠코

    지구//역시 저처럼 속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군요. =_=;;; 그러고보면 줄거리 쓰는 것도 잘 쓰고 볼 일이예요..;;

  5. 지구

    저도 커버 뒷 면의 줄거리보고 애거서크리스티식 추리물? 하면서 혹해서 빌려봤다가 낭패봤던 영화군요. 그쪽 문화에 관심없는 사람들에겐 어필하지 못할 영화일 듯…

  6. 리츠코

    gample//패션쇼 OST 곡들이 다 좋았지요. 그때가 한참 영화 음악을 많이 듣던 때라서 그 영화에 나오는 음악들은 모두 좋아했었는데… 그러고보니 이 영화도 음악은 좋더군요. -_-;;;; 결국 이 감독 내용 빼고 가장자리만 잘 만드는 감독일지도 모르겠네요. -_-;

  7. gample

    패션쇼라고 하면 ost도 소장하고 있었고, 출연진들도 당시 유명인사들이라 호기심은 동했지만, 잡지,신문할 것없이 악평들이 너무 어마어마해서 보는 걸 그만뒀습니다. 그때도 나왔던 말이 ‘어수선’하다였던거 같군요. -_-;

  8. 리츠코

    gample//저처럼 ‘추리물’에 동해서 보는 게 아니라 때깔에 동하시는 것이라면 한번쯤 볼만해요. ^^ 그 당시 상류층과 하인계급 생활이라든지 의상이라든지, 분위기 같은 건 볼만하더군요.(그것 역시 패션쇼 때와 같은 맥락일지도. -_-; 그때도 패션쇼 장면은 볼만했음..;)

  9. gample

    포스터나 스틸컷에서 느껴지는 때깔은 예사롭지 않네요. 어수선하다는 얘길 들어도 궁금증이 동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