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드라마 굿 닥터는 서번트 신드롬을 앓고 있는 젊은 외과 의사가 주인공인데 우리나라에서 방영한 후 미국에서 리메이크 되어 인기를 얻어 6시즌까지 이어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좋아하는 작품인데, 이 드라마의 한국판은 못 봤고 미국판의 매력은 주인공의 천재성이 메인이 아니라 자폐이자 천재인 주인공의 불완전함을 주변의 사람들이 함께 보완하고 가르쳐주고 공존하려는 노력의 과정을 끊임없이 강조하는 점에 있었다.

며칠 전부터 SNS에 또 서번트 신드롬을 가진 변호사 드라마가 나왔다는 말을 듣고 맨 처음 든 생각은 ‘이제 그만 하지’ 였다.

특별한 능력을 가진 장애인의 이야기는 드라마가 흔히 표방하는 ‘장애에 대한 이해’와는 거리가 멀다. 정보가 없는 사람에게는 자폐 성향인 사람은 무슨 히어로 마냥 특수 능력을 가지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 오해를 심을 수도 있고 같은 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는 또 한번 상처가 될 것 같다.(분명히 생각없이 ‘그럼 혹시 무슨 천재같은 능력이 있냐’고 묻는 사람이 꼭 있다)

어찌 보면 서번트 신드롬의 전문직 주인공 드라마는 너무나 한국적이다.
자폐인 의사, 변호사,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검사는 장애가 있어도 공부를 잘 해서 전문직만 가지면 ‘성공’한 걸까.

어제 트위터에서 장애아를 키우는 어느 부모가 실제 서번트 신드롬은 거의 보기 힘들다고 쓴 글을 봤었는데 나는 가끔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자폐 스펙트럼 안의 서번트 증후군으로 공부를 잘 하는 사람을 장애가 아니라 ‘천재지만 사회성이 부족하고 특이한 사람’으로 분류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가끔 한다.(요즘에야 워낙 자폐라든지 발달장애 같은 쪽으로 정보가 많아져서 그런 일은 적겠지만) 그만큼 우리나라는 ‘공부만 잘하면’ 나머지는 대단히 이해해주니까.

요즘 디즈니 플러스에서 볼 게 없어서 그레이 아나토미와 스테이션 19을 연달아 몇 시즌을 봤는데 의외였던 건 아무리 의사들끼리, 소방관들끼리 남녀상열지사(…)에 여념이 없어도 사회적인 이슈에는 대단히 기민하게 반응하고 드라마 안에서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고 있었다.

이제는 ‘유능한’ 장애가 아니라 우리가 가까이에서 접하는 일상의 어려움을 겪는 장애에 대해 더 많은 상황을 알리는 것도 미디어의 역할 중 하나가 아닐까. 웹에 올라오는 후기들을 보면 이 드라마에도 많은 장점이 있겠지만 이런 소재를 골랐을 때 좀더 깊은 고민이 아쉽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대로 나가면 국격 망신이다
https://www.getrevue.co/profile/estas/issues/notice-from-estas-issue-3-659750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말이 없어진 건 이번에 처음 알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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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responses

  1. Tom

    어…. 정말 싫음. -_-;
    그런 드라마들로 발달장애인을 접해봤다고 착각하는 멍청이들이 장애인과 그 가족(특히 부모)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고 강요하거든.

    1. Ritz

      굳이 저 소재로 드라마가 또 나올 필요가 있었을까 싶어요. -_-

      제목 듣는 순간 이제 전문직 뭐 남았지… 라는 생각부터 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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