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기사를 보다가 눈에 띄어서 도서관에 신청하려고 보니 어느새 누가 신청해서 비치되어 있었다.
작가는 예일대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교수로, 책 맨 앞에 명시해두었지만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는 실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했으나 환자나 등장인물의 이름, 인종, 나이 등의 세부 사항은 각색한 내용이다. 책에 등장하는 환자에 관심을 두기 보다는 작가가 그 환자를 대하면서 느낀 감정에 초점을 맞춰 읽으면 좋다.
페이지가 많지 않아 읽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는데 이야기 하나하나에 생각할거리가 많아 읽고 난 후의 여운이 좀 길다.
예전에 차이나는 클라스에 진화학자가 나와서 인간이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문명을 이룬 비결은 인간만이 갖고 있는 진화된 심리인 ‘공감력’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했었다. 인간이 공감력을 잃어가고 분열이 가속화되면 남는 건 유인원의 그것과 다를 바 없을지도.
이 책을 읽다보니 자살이라는 단어를 피하기 위해 쓰는 ‘극단적 선택’이라는 표현은 재고해봐야 할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암이나 기타 질병처럼 육체가 생명을 위협하는 게 아니라 내 생각이 나를 죽일 수 있다는 점에서 우울증이 어려운 병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사람들에게 선택이라는 단어를 써도 될까.
물론 베르테르 효과 때문에 저 단어를 언급하지 않기로 한 건 알고 있지만 그에 대체하는 단어가 저게 적당한지 고민할 차례 아닐까.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지만 여전히 정신과에 대한 편견은 깊고 오해는 넓다.
나 역시 미련하게 참고 참다가 거의 기어 가다시피 정신과 문턱을 넘었지만 다니고 난 후 느낀 건 이럴 줄 알았으면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와서 진료를 받았으면 지나간 나의 인생의 몇 년이 좀더 편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ps. 이 책 처음에 펼치고 놀란 건, 엉뚱한 이야기지만 행간이 어마어마하게 넓다.(이 행간으로 204페이지 나왔으면 일반 책 행간이었으면 지금의 2/3 페이지밖에 안 나왔을 듯) 아마 길지 않았던 글을 묶어 책 한권으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편집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고 생각하면 약간 눈물겹다.( “)
작가의 브런치 : https://brunch.co.kr/@psych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