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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 아나토미를 보다가 기억에 남은 에피소드 중에, 동양인 남자가 오른쪽 복부 통증으로 응급실에 들어왔고 백인 의사는 맹장염으로 진단해 바로 수술실에 올려보내려고 하니 옆에서 동양인 인턴(레지던트였던가)이 ‘동양인 남성은 게실염도 많으니 확인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지만 의사가 그 말을 무시하고 치료에 들어갔다가 실제로는 게실염이었던 그 환자가 위태로워지는 이야기가 있었다.
처음에 의견을 냈던 인턴이 동양인이라면 게실염 확률도 높은데 그걸 감안하지 않고 백인 기준으로 진단을 내린 것도 일종의 인종차별이라고 항변하니 지금까지 자신이 한번도 인종을 차별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백인 의사가 그 말을 듣고 대단히 충격을 받았는데…

이제 몸의 변화가 간간히 느껴져서 미리 정보를 알고 싶어서 빌린 책이었는데 이 책에 적힌 정보는 온통 백인 여성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서(왜 백인 여성이 기준이라고 느꼈냐 하면 중간중간 아프리칸 아메리칸, 스패니쉬 데이터가 따로 언급되고 동양인은 딱 짚어 일본인 데이터가 쓰이고 있었다. 국내 데이터는 감수하신 분이 중간중간 주석으로 달아뒀더란) 한국에 사는 동양인 여성인 나에게 어느 정도 해당되는 이야기인지 짐작하기가 어렵고 책에서 소외된 기분?

엉뚱하게도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그레이 아나토미의 그 동양인 인턴이 말하고 싶었던 게 뭔지 알게 되었다.

책 자체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전문적이라 모르는 용어가 많아 집중하기 힘들었고 요점은 완경이 다가오면 ‘사람에 따라 오만가지 증상이 다 나올 수 있다’ 였다. 😑
대충 후르륵 훑고 나중에 정말로 필요한 때가 오면 ‘이런 책이 있었지’ 기억해두자, 하며 독서를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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