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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한 도서 찾는 김에 좀더 둘러보다가 제목이 눈에 들어와서 집은 책인데 성공이었다.

학창시절 미술시간에, 혹은 그 외의 책에서도 화가라고 하면 남자들 이름만 나왔지 여성 화가에 대해서는 도무지 알 일이 없어서 옛날에는 사회 분위기상 여자들은 아예 화가의 길을 걷는 게 불가능했나, 싶을 정도인데 그럼에도 지금보다 더 각박했을 사회 분위기를 헤쳐나가며 자신의 재능을 피웠던 여자들이 있다.

그리고 그녀들이 그 시대를 꿋꿋이 버텨내고 나면 당연하다는 듯이 사회는 그녀들의 이름을 지워버린다. 이런 반복 속에 사라진, 여느 이름난 화가들처럼 재능있었던 이들의 발굴이라는 면에서 내용이 충실하고 알찬 한 권이었다.

1부 가부장 수레바퀴 아래에서 예술혼을 불태우다

· 조각, 그 금녀의 문을 두드리다―프로페르치아 데 로시
· 아버지의 그림자에 가려진 초상화의 귀재―마리에타 로부스티
· 여성 영웅들을 캔버스에 소환한 ‘여자 라파엘로’―엘리자베타 시라니
· 전문 화가의 길을 개척한 풍속화의 대가―유디트 레이스테르
· 18세기 유럽을 사로잡은 여인―앙겔리카 카우프만
· 여성의 공간과 세계를 그린 인상주의의 두 거장―베르트 모리조와 메리 카사트

2부 편견과 억압을 담대한 희망으로 바꾸다

· 운명은 만들어나가는 것―소포니스바 앙귀솔라
· 고정된 성 역할을 걷어차고 직업 화가로―라비니아 폰타나
· 성폭력 피해자에서 불세출의 여성 화가로―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 350년 만에 수장고 밖으로 나온 정물화―클라라 페테르스
· 탐험 정신으로 빚어낸 과학과 미학의 결합―마리아 지빌라 메리안
· 오직 자기 내면의 소리를 따라―로자 보뇌르
· 여성의 몸에 대한 여성의 관찰―파울라 모더존 베커
· 거침없이 통념을 깨부순 행동하는 페미니스트―수잔 발라동
· 각성한 여자에게 보이는 것들―한나 회흐

3부 경계를 넘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다

· 렘브란트 그림보다 비싼 종이오리기 작품―요아나 쿠르턴
· 직물 디자인을 예술로 끌어올리다―안나 마리아 가스웨이트
· 세계 최초의 패션 디자이너가 된 가난한 소녀―로즈 베르탱
· 세상에서 제일 예쁜 집을 만든 여자―카린 라르손
· 녹색 정원의 작은 신―거트루드 지킬

여기에서 이름을 알고 있었던 건 ‘화가의 얼굴, 자화상‘에서 읽었던 젠틸레스키, 앙귀솔라, 그리고 다른 책에서 알게 된 수잔 발라동 정도였는데 많은 분야에서 ‘처음’ 발자국을 찍었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인정받지 못하거나 잊혀진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은 게 새삼스럽고, 지난번 칼 라르손 전기를 읽으며 알게 된 카린 라르손이 목차에 있어서 반가웠다.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자화상

그림을 그리고 있는 순간의 몰입감, 박력이 한번에 느껴져서 지금도 여전히 좋아하는 젠틸레스키의 자화상을 다시 한번 곰곰이 바라보며 책 한권을 꽉 채운 그녀들을 되새김해본다.

🖋 작가의 브런치 https://brunch.co.kr/@sjkim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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