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류지님이 만들어주신 gif

결혼식 이후로 한 일주일은 정말 어떻게 시간이 갔는지도 모르겠네요.
처음 해보는 결혼식(…)이었습니다만 직접 해보니 정말 정신이 없었습니다. 정작 본식 자체는 생각보다 짧았고 그 이후의 과정은 생각보다 길더군요.
신랑이야 이리저리 돌아다닐 수나 있지 신부같은 경우는 대기실에 앉아만 있다보니 대기실에 들른 사람이 아니면 눈도장 찍는 것도 빠듯해서 아쉬웠습니다.
그나마 식 끝나고 애프터 드레스로 갈아입은 다음에라도 뵌 분들이 좀 돼서 다행이었습니다만.
나중에 류지님이 올려주신 위 사진을 보니 그날 미처 얼굴 못 뵈었던 분들도 찍혀 있어서 ‘헉, 이 분도 오셨었나!’ 하고 놀란 경우도 있었습니다. 더불어 사진이라도 남겨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
대나무숲의 친구들 참석률이 높아서 사진 찍으면 제 쪽이 심히 기울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많이들 나와 찍어주셔서 어찌나 고맙던지요. -.ㅜ
비가 올지도 모른다는 예보와는 다르게 날이 좋아서 다행이었고, 별 사건 사고 없이 조용하고 차분하게 지나간 것 같아서 양가 어른들도 만족하셨지요.
길었던 반년의 준비 기간(?) 끝에 드디어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발리에 갔다가 지난주 목요일 아침에 한국에 도착해서 그 날 하루 우리 집에서 자고 다음날 저녁때 다시 시댁으로 이동, 그쪽에서 또 하루를 자고 토요일 5시 비행기로 일본에 들어왔습니다.
대나무숲 출근 전에 하루라도 쉬어보겠다고 아둥바둥 토요일에 들어왔는데 집에 도착하니 집이 폐가(…)와 같은 몰골이라서 역시 서두르길 잘한 것 같습니다. -.ㅜ

엄마가 싸준 김치와 반찬, 집에 남아있던 옷가지들을 챙기니 짐 무게가 45킬로 가까이 되더군요. 짐가방이 4개로 늘어나서 도저히 집까지 전철을 탈 엄두가 안 나서 나리타에서 리무진 버스 타고 시부야 마크 시티에서 내려 택시를 탔는데 워낙 일본의 택시비가 살인적이라는 ‘만엔 정도까지는 각오를 하자’고 결의를 다진 것에 비해 의외로 4천엔이 좀 안 되게 나와 한시름 돌렸네요. ^^;

집에 와서 짐을 풀어보니 엄마가 싸준 김치가 종류도 엄청난데다가(김치만 다 늘어놔도 매끼 식사는 문제 없겠음) 양도 엄청 많아서 한 1년은 먹겠더군요..;
집에서는 설거지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딸래미 걱정에 밤새 고민하며 조금이라도 더 넣어보려고 가방 잡고 내내 넣었다 도로 빼봤다 했을 엄마가 눈에 선해서 짐 풀다 혼자 괜히 코가 시큰해서 혼났습니다.

이래저래 전직(?)하여 백수 1랭크에서 주부 F랭을 찍게 되었습니다. 가능하면 이런저런 다른 스킬들도 충분히 더 늘려서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이번에 시댁에 가니… 

이번에 시댁에 갔을 때 어머님이 곱게 포장한 무언가를 선물로 주시길래 뜯어보니 어머님이 직접 쓰셨던 대나무숲의 육아 일기와 손수 축하의 말을 적어주신 카드였습니다.
감동했지요. 제가 결혼한 사람의 태어나는 순간부터 1살까지의 매일매일을 지금의 제가 볼 수 있다는 건 굉장한 일이잖아요. ^^
그리고 아직은 아무래도 조금 낯설달까, 어려운 시부모님의 젊을 적 이야기를 읽고 있으니 지금의 저보다 젊으셨을 그 분들의 모습에 왠지 친근함도 늘었습니다.
거의 빠지는 날 없이 짧게라도 꼼꼼하게 그날의 아기의 상태와 주변 일들을 적어두신 것들을 읽고 있자니 시간 여행을 하는 것 같습니다.
더불어 대나무숲은 무지 잘 먹는(…) 아기였다는 정보를 얻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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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responses

  1. lazydog

    결혼축하드립니다. 아마 유진이(요즘은 별명이 유로로예요. 케로로를 넘 열씸히 보는 탓에)가 감기가 아니었다면 갔을지도 모르겠네요. 행복하시고 늘 가슴에 남을 신혼 보내시길.

    1. 리츠코

      헉, 유로로.. ^^; 케로로가 애들이 보기에도 재미가 있긴 한가보네요.(저는 건담 오타쿠만 보는 애니라고 굳게 믿고 있었음 -_-)
      유진이 감기는 어떤지 모르겠네요.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보내주신 책은 감사히 잘 보고 있어요. ^^

  2. 키딕키딕

    세상에… 너무 멋지네요. 그날 뵜을 때도 언니 어머님만큼 미모가 빼어나셨드랬죠. 두 분이 걸어가시는 모습을 보니 참 저런 조합(…)도 드물다 싶었어요. 저런 선물을 받으시다니 정말 복받으신 거에요~!

    1. 리츠코

      받고 정말 깜짝 놀랐다니까. ^^ 정말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이렇게 귀한 선물은 처음 받아본 것 같아. ^^

  3. 김소연

    축하드려요^^ 행복하게 사세요~

    1. 리츠코

      Thanks~ ^^

  4. 축하해요^^

    1. 리츠코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류지님도 같이 사진 찍으셨으면 좋았을텐데요. ^^;

  5. siyang

    그러게. 사진으로 보니 다시 좋으네요. 정말 축하드려요! >_<

    1. 리츠코

      식날 좀 여유있게 이야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아쉬워요. -.ㅜ 나중에 일본에서 뵈어요. ^^

  6. 앗. 저기 나있다!! […..]
    무사히 다녀오셨네요. 다시한번 축하드립니다 🙂

    1. 리츠코

      디노님 사진이라면 역시 신부 대기실의 각 잡힌 사진(…)이 제격이지요.( ”)
      잘 다녀왔습니다. 매번 가까운 일본만 다니다가 좀 멀리 떨어진 곳에 가보니 다른 점도 많고 재미있는 것들도 많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