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아래쪽 건 카레 루가 2단이라길래 맛있어 보여 사봤는데
맛이 어떨지는 모르겠군요.
(평소에는 제일 매운맛으로 사는데 없어서 아쉬운대로 중간매운맛)

여기 와서도 먹는 건 별 변한 게 없고 김치에 김에 찌개 끓여먹고 살고는 있습니다만 가끔 놀라는 게 그 와중에도 사람 입맛이 변하기도 하더군요.

그걸 가장 먼저 느꼈던 게 바로 카레.
똑같은 카레라고 해도 일본의 카레와 한국의 카레는 이름만 같지 거의 다른 종류가 아닐까 싶습니다.
기본 색깔부터 한국은 노란색, 일본은 대부분 갈색.
맛도 ‘이것이 카레다’라고 할만한 기본적인 개념은 비슷한 것 같은데 먹다보면 완전 다른 음식이 아닐까 싶을 정도지요. 일본 카레는 한국의 카레에 해시라이스를 섞은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일본에야 카레 우동, 카레 빵 등등 오만가지 카레가 들어간 것들이 다 있지만 그건 일본 카레가 기본적으로 맛이 진해서 어울리는 것이지 한국의 카레로는 그런 크로스는 힘들 것 같더군요.

어찌됐든, 저나 대나무숲이나 카레를 좋아하는지라 자주 해먹었는데, 처음에는 무지 맛있다!고 생각했던 일본 카레가 어느 정도 지나니 ‘맛이 좀 세지 않은가…’ 싶더군요. 그러면서 강렬하게 한국의 노란 카레가 그리워져서 엄마에게 소포를 부치는 김에 카레도 부탁을 해서 한국에서 공수받았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그날 저녁 바로 신나게 오뚜기 카레를 끓여서 둘이 한 숟가락 먹는 순간.

뜻밖에도 첫 느낌은 딱 ‘싱겁다‘ 였습니다.

가루를 덜 푼 것도 아니고 분명히 평소대로 만든 카레인데 맛이 어쩐지 싱기밍기한 겁니다. 둘 다 자신의 혀의 간사함에 놀라며 ‘어허허…’ 하고 웃고 말았지요.

그렇다고 일본의 카레가 다시 입맛에 딱 맞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닌지라 최근에는 오뚜기 카레와 일본 카레를 섞어서 만들고 있습니다. 원래 카레가 이것저것 섞어서 만들면 맛있다는데 오뚜기 카레와 일본 카레의 조합도 꽤 괜찮은 듯합니다.

입맛의 간사한 변화에도 끄떡없이 여전히 입에 안 맞는 건 일본의 만두!
속도 부실하고 간도 짜달까, 짜면서도 허하달까.
슈마이, 춘권 별의 별 게 있는데도 취영루 같은 맛이 나는 물만두 찾기가 힘드네요(물론 아직 못찾아서일 수도 있음).
이 없으면 잇몸이라고 아쉬운대로 만두피 사다가 시험삼아 한 서른개쯤 만들어서 쪄서도 먹고 떡국에도 넣어봤는데 그럭저럭 쓸만하더군요.
내친 김에 지난 주말에 둘이 마주 앉아서 한 50개쯤 만들어서 냉동실에 비축해두었습니다.

모양도 중구난방이지만 일단 쪄봤더니
그럭저럭 만두 꼴은 갖춘 듯?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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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responses

  1. 키딕키딕

    오오~ 굉장한 만두이지 않습니까!
    이제 정녕 ‘요리의 신’으로 돌입?
    전 자취 3년인데 아직도 엄마에게 공수받아 먹는데…
    나이먹고 보니 잘 먹는게 사는 데 젤 중요한 것 같아요 ㅠ.ㅠ

    1. 리츠코

      나도 서울에 있었으면 아마도 그냥 공수받아 연명했을 거 같은데 바다 건너 있으니 안 하면 먹을 게 없어서 움직일 수밖에 없더군. -_-;;
      내가 제대로 챙겨먹고 사는 게 나 자신도 신기하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이렇게까지 먹는 데 비중을 두고 인생을 살았다는 점에 놀라곤 해. ( ”)

  2. 미사

    아니, 만두 이쁘네. 남편이 만두를 안 좋아해서 이젠 거의 제조 -_- 를 끊었는데 다시 만들어보고 싶어지는구랴.

    1. 리츠코

      우리집은 대나무숲이 만두와 콩나물, 두부 기타 제조 단가가 싼 음식을 즐기는고로…-_-;;;

    2. Tom

      저는 만두 좋아합니다.
      색시도 만두 좋아합니다.
      다만, 만들기가.. –;;
      귀찮다거나 게으름의 문제가 아니라 차분히 앉아 만두를 빚고 있을 여유 따위가 없죠. 큰놈 놀아줘야지, 작은 놈 빼액~ 대지. ㅋㅋ

      본가에 다녀올 때에 두번인가 모친께서 친히 제조하신 만두소와 만두피 반죽을 주셨는데, 처음에는 겨우겨우 빚어 먹었고, 두번째는 색시님께서 둘째 수유 때문에 새벽에 깼다가 그냥 자리 잡구 앉아서 만들어 뒀더만요.

      이번 주말에는 콩나물 밥이나 해달래야겠군요. 결정!

    3. 리츠코

      우리집도 지난 주말에는 콩나물밥 해먹었군요. 오랜만에 해먹으니 맛있더란. 그에 필 받아서 그 다음날은 버섯이랑 죽순 넣고 밥을 지어봤는데 그것도 꽤 괜찮았음.

      한국은 취영루 물만두가 있으니 집에서 해먹을 필요가 없잖아요. -ㅠ-

  3. Tom

    맞아, 유진 엄마도 곧잘 섞어서 만들어 주더라.
    뭐하고 뭘 섞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
    나야 그냥 먹어대는 게 전부라서 말이지.
    (심지어 설거지도 기계에 맡겨버리는..)

    취영루 만두맛은 양파와 부추의 조합에 있는거 같던데, 그 맛을 일본에서 보려면 공수하지 않는 한 만두소를 직접 제조하는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일본에도 호부추 있으려나? (만두 맛있겠네.)

    1. 리츠코

      일부러 섞으려고 섞는 때도 있지만 우리집은 식구가 적어서 애매하게 남다보니 어쩔 수 없이 다른 메이커와 섞일 때도 많아요. ^^;

      취영루 만두에 양파가 들어갔었나요? 다음번에는 양파를 다져서 넣어볼까..-_-;;; 그냥 부추는 여기도 있어요. 값도 싸고…

    2. Tom

      양파를 다져 넣는 건 못봤지만 ^^;;
      맛이 그렇더라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