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지난 주 한 주 쉬고(왜 쉬었는지는 모르겠음) 이번주에 일본어 수업을 가니 제가 있던 반이 윗반으로 흡수되고 그 반은 초급반으로 바뀌었더군요. 역시 선생님 셋, 학생 둘 구조는 너무 낭비가 심했지요. 게다가 학생 입장에서도 같이 수업 듣는 나머지 한 사람이 안 나올지도 모른다는 공포는 상당히 부담스럽습니다.(-_-)

이번에 바뀐 반은 이전보다 한단계 위인데 그럭저럭 10명은 되어 보이더군요. 국가분포는 중국, 한국이 반반 정도에 프랑스 분이 한분입니다.(이 분은 이전에 같이 듣던 그 분)
수업 방식은 선생님이 프린트해오는 독해용 이야기를 읽으면서 모르는 단어는 설명하고 그러다가 거기 나오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는 식이더군요.
아무래도 아시아 3국이 모여있다보니 ‘일본은 이런데 중국도 이런가, 한국도 이런가’ 이렇게 흘러갑니다.

오늘 교재로 받은 건 옛날 옛적 일본 괴담이었는데 본문중에 나오는 ‘어머니의 유품’이라는 부분에서 샛길로 새었습니다.
누군가에게 물려받은 유품 같은 게 있는가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일본인 선생님 중 한분이 ‘시어머님이 돌아가시고 그 분이 입으시던 블라우스를 물려받았는데 너무 화려하고 입은 적도 거의 없이 집에 두고만 있다가 올해 재활용 행사하는 데에 갖다줬다’시더군요.
그 이야기를 들은 한국분이 ‘한국은 돌아가신 분 옷가지는 태워요’라고 하니 다른 중국분이 ‘드라마 보니 사진도 태우던데요’ 라고 물으시더군요. 그렇다고 하자 중국, 일본분들 모두 놀라면서 ‘추억인데 왜 태워요~ 웅성웅성.'(아니 홀라당 다 태우는 건 아닌데..;)

그 다음은 무덤 이야기가 나왔는데 다른 한국분이 ‘돌아가신 분 묻어드릴 때 저승길 노자돈이라고 반지 같은 건 모두 같이 묻어드리기도 하는데요’ 라고 하자 중국, 일본분들은 모두 ‘아깝잖아요~~’라는 반응. 화장하는 경우에도 그러느냐, 그러면 금 같은 건 녹고 남지 않냐, 뭐 이런 설왕설래 중에 중국분이 ‘일본은 묘지가 동네 한가운데에 있는 것도 신기했다’고 하니 이번에는 한국 사람들이 모두 끄덕끄덕.

무덤 이야기에서 다시 유령 이야기로 넘어가서 중국에는 유령이 있냐, 그쪽 유령은 다리는 있냐(…), 한국쪽은 아무래도 머리 늘어뜨리고 입가에 피 흘리면서 소복 입은 여자 유령이겠죠, 중국쪽은 딱히 유령이라기보다 강시 아닐까, 일본 괴담은 정말 무섭더라, 이렇게 말을 주고받던 중에 프랑스 아주머니에게 ‘프랑스에서도 유령 이야기는 있죠?’라고 물으니 프랑스 아주머니께서 하시는 말씀은…
“유령은 성에서 나오죠.”

순식간에 분위기 정리.
모두 “역시 유럽은 다르네요~” 하고 다시 수업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사진은 네이버에서 구한 성 사진으로.

지난번 학기에 들을 때도 학생이 4-5명 정도여서 이렇게 사람이 많은 수업은 처음이었는데 이것도 나름 북적거리고 재미있더군요. 교재를 가지고 읽으면서 수업을 진행하는 것도 마음에 들었고요.
수업 시간에 읽다가 만 그 괴담 이야기나 마저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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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responses

  1. 키딕키딕

    푸하하핫, 얼마나 싸했을지…ㅋㅋㅋ
    아니 근데 그럼, 프랑스엔 멀쩡한 집엔 귀신 안 나오는 거여요?
    그거 참… 안 무서운 나랄쎄~
    그럼 여름엔 공포 영화같은 거 별로 인기 없대요?
    하긴 거긴 피튀기는 영화들이 더 인기일래나~

    1. 리츠코

      우리나라나 일본 식의 엘리베이터, 뭐 그런 데서 나오는 유령이 없나보지. ^^; 그러고보면 유럽 영화 중에서 그런 유령 나오는 영화는 별로 본 적 없지 않음?

  2. 미사

    맞아. 둘만 강의 듣다 나머지 하나가 언제 그만둘지 모른다는 그 공포 나도 알지;;;
    아니, 하지만 프랑스 유령은 농가에는 얼씬도 않는 것인가-_-?

    1. 리츠코

      그 아주머니가 농가에서 안 자라서 잘 모르는 것일지도요..-_-;;;(그렇다고 성에서 자란 것 같지도 않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