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매주 수요일에 듣는 일본어 수업에서 오늘은 근처에 있는 타카츠 소학교에 가서 학생들과 교류(…)의 시간을 갖는다고 해서 다녀왔습니다. 이번 학기 시작할 때부터 미리 지원자를 받았는데 재미있을 것 같아서 신청해두었었지요.
출발하는 멤버들을 슬쩍 보니 대충 중국인이 가장 많고 그 다음은 한국인, 그 외에는 대만, 스리랑카, 캐나다, 미국, 프랑스에 이르기까지 참 각양각색이더군요.

지난 주에는 간략한 안내 프린트물과 함께 가서 해야 할 것들에 대해 설명을 들었는데 요점은 ‘아이들에게 그 나라에 대해 정보와 지식, 호감을 갖게 해주세요’ 였습니다.
그러면서 담당자가 미리 부탁한 사항이 이미 그 학교 아이들은 2번이나 이런 행사를 했기 때문에 산토끼 노래(대체 이전에 누가 가서 그렇게 열심히 가르쳐놨는지..;), 제기차기 이런 건 모두 알고 있으니 피해달라더군요. ^^;

한국 조는 모두 다섯명이었는데 저와 남자분 한분 빼고는 모두 아이가 있는 분들이라 각자 그림책, 아이들 한복 등을 가져오고 저는 인터넷으로 찾아야 하는 정보들을 대충 추려가기로 했습니다.

타카츠 소학교.
그러고보니 초등학교에 가본 것도 참 오랜만이네요.
학생 수는 모두 1,000명 정도라고 합니다.


어디 강당 같은 데에 조별로 둘러 앉아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 식이 아닐까 했는데, 실제로는 교실 앞에는 국가 이름이 붙어 있고 아이들은 두 국가를 선택해서 각각 30분씩 이야기를 듣는 방식이었습니다. 즉 우리도 수업을 30분씩 두번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게다가 교실 앞에 서서(…).

처음에는 다들 다소 난감했는데 다행히 조원 중 한분이 한복 노리개와 예쁜 꽃신, 한복용 지갑, 한국 돈 등을 가져오셔서 아이들에게 만져보게도 하고 신어보게도 한 것이 반응이 꽤 좋았습니다. 좀더 남는 시간에는 다른 분이 가져온 공기놀이 등을 함께 하기도 하고 아이들이 개인적으로 물어보는 것에 대답해주기도 하니 그럭저럭 시간을 채울 만했네요.

교실 뒤에 나란히 놓인 책가방들.
가장 반응이 좋았던 건 뭐니뭐니해도 이었습니다.
두번째 들어온 반 아이들은 기념으로 동전들은 받아갔네요.


조사해갔던 무궁화나 태극기의 의미 같은 건 당연히(?) 쓸 일이 없었습니다. -_-;
저같아도 이런 수업에서 굳이 일장기의 의미 같은 건 궁금하지 않을 것 같아요. 대신 한국에서는 무슨 요리가 인기가 있느냐, 라든지 사계절은 다 있는가 그런 질문은 받았군요.
학교에서 이런 행사를 그냥 건성으로 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은게, 아이들에게 그 국가의 수업에서 무엇을 듣고 배웠는가를 모두 기록해오도록 과제를 내줬는지 다들 뭘 보고 들었는지 열심히 기록해두더군요. 칠판에 쓴 한글들도 열심히 따라 그리고요.
학교에 한국어 관련 수업이나 부서 활동이 있는건지 다들 인사 정도는 한국어로 할 줄 알았는데 발음도 상당해 좋아서 놀랐습니다.

오늘 기대했던 것 중 하나는 바로 점심으로 준다는 급식!
저는 도시락 세대라 급식을 먹어본 적이 없고 게다가 일본 급식은 어떤지 궁금했던 터라 언제 밥주나(…) 기다렸지요.

아홉살짜리 아이들이 제대로 머리에 위생모도 쓰고 앞치마도 두르고
직접 자기네들 급식을 나눠주는 게 어찌나 귀엽던지. ^^;
메뉴는 버섯과 돼지고기 덮밥에 샐러드였습니다.
일본식 덮밥이라 맛이 좀 독특(…)하긴 했지만 깔끔했어요.
식판 밑의 깔개는 모두 각자 준비해오는 것인가봅니다.

아이들과 같이 섞여 앉아서 밥을 먹었는데 저랑 조에 앉은 일본인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셔서 덕분에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급식은 남겨도 상관 없지만 대신 그 다음번 급식 때는 리필을 할 수 없게 되어 있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대체적으로 급식에 만족도가 높았고요.

이번 행사는 3학년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것이었는데 모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진지하게 열심히 듣고 집중해줘서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이런 기회를 통해 외국인과 직접 접하면서 편견과 오해 없이 타국에 대한 지식을 쌓을 수 있는 상당히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말이죠. : )

ps. 일본 급식 하니 예전에 TV에서 일본 각 지역 연예인들을 모아두고 ‘이 지역에서만 하는 ○○한 ○○가 있다’라는 명제로 이야기를 하는 오락 프로그램을 봤었는데 일본 어느 지역에는 급식에 ‘오렌지 밥’이 나온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다른 출연자들도 모두 ‘에엑~~’ 하고 놀랐는데 실제 그 지역 출신인 사람은 ‘어? 그거 원래 나오는 거 아니예요?’ 하더란.
이 오렌지 밥을 어떻게 만드는지 보여주는데 큰 솥에 밥을 지으면서 거기에 밥물과 더불어 오렌지 주스를 콸콸콸(정말 말 그대로 콸콸콸이었음) 부어서 밥을 짓더군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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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responses

  1. 소학교 생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오렌지밥…제가 한 번 해먹어 볼? ^^;
    아참, 그리고 지금 전 일본에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이번에는 동경쪽으로는 안 가고 여기 간사이 지방에서만 죽치고 있을 듯 합니다.
    동경방문 민폐는 나중에 끼쳐야 할 듯..;;

    1. 리츠코

      오렌지밥… 도전해보시고 꼭 결과를 알려주세요.( ”)

      홈에 사진 올려두신 걸 보니 올해 날씨가 추워지지를 않아서 키요미즈데라에 아직 단풍이 덜 들었더군요. : ) 교토는 정말 봐도봐도 볼 게 많은 곳이었어요. 즐거운 여행 되시길!

  2. 소학생 란도셀 중에 희귀동물 가죽으로 만들어 엄청 비싼 것들이 있다던데 저기엔 없었나 보군(…)

    1. 리츠코

      규격화된 건지 전부 색깔 말고는 다 똑같던데요.
      그러고보니 예전에 선배가 그 고급 란도셀 링크 보내준 적 있었던 것 같네요.-_-;

  3. 정말 귀중한 체험 하신 것 같네요;; 부럽습니다 orz
    저도 기회가 된다면 저런 견학 이벤트에 참여해봤으면 좋겠네요.

    그나저나 애들이 벌써부터 돈에 관심을…… (…)

    1. 리츠코

      헉, 디노님이 초등학교를… 위험합니다. ( -_-)

      원래 애들이 더 돈에 관심이 많지요. 10원짜리 동전을 가져가면서 어찌나들 좋아하는지..;

  4. 미사

    오오, 학교 깨끗하군~
    하지만 난 오렌지 밥 얘기를 들으니 오렌지 탱가루 전이 생각났어… ^^;

    1. 리츠코

      학교가 깨끗하니 잘 되어 있더라구요.
      그러고보니 그 오렌지 밥은 그때 그 탱가루전과 비슷한 맛이 나지 않을까요. -_-; 그 지역 출신 연예인은 ‘뭐 그냥 먹을만해요’ 라고 하긴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