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올해 첫 망년회는 일본어 수업반에서 있었습니다.
집에 손님도 오시고 해서 한 2-3주쯤 빠지고 지난주에 나가니 이번주 종강시간에 망년회를 하니 각자 한가지씩 요리든 과일이든 가지고 참석하라고 하더군요.

월요일까지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사실 카스테라를 구워보고 괜찮으면 가져갈까 했었는데 남에게 가져갈 건 아니었음. -_-;- 문득 언제부터 만든다 만든다 했던 약식이 생각이 나더군요. 레시피도 적당히 구해둔 게 있어서 만들어봤습니다.

여기서는 대추를 구하기 어려워서 건포도를 넣었는데 그럭저럭 괜찮더군요.
그 외에는 단밤(그냥 밤보다 훨씬 편하더군요)과 캐슈넛, 잣을 넣었습니다.

 

망년회는 생각보다 재미있었습니다. 꼭 옛날 초등학교 때 수업 마지막날 하던 오락 시간처럼 나가서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음식도 나눠먹고 빙고 게임도 하는 등 다채롭더군요.

시작은 학생들끼리 공연쯤 되려나요.
맨 첫번째는 한국인들, 그 다음은 중국인들이 노래를 불렀고 마지막은 전문 댄서 일을 하고 계시다는 필리핀 분이 나오셔서 춤을 추셨는데 이 분이 상당히 멋졌습니다(사진의 중간은 중국분들)

공연 후에는 간단한 게임을 한다고 하더니 사람들을 모두 다섯 조로 나누어서 각 조마다 한명씩 모델을 세운 다음 각자 주제를 하나씩 주더군요.
일본의 여학생이라든지 스님, 사무라이 뭐 그런 식이었는데 조원들은 한명씩 나가서 분장도구를 모아둔 곳에서 거기에 맞는 것들을 찾아 입혀주는 게임이었는데 처음에는 뭐 좀 밋밋하네 했습니다만 이게 모델들이 키크고 멀쩡하게 생긴 외국인들이거나 하면 정말 깨더군요. -_-;

오른쪽 위의 여학생이 제가 있던 조 작품(…) 제일 빨리 마쳐서 상품을 탔습니다. -_-v
오른쪽 아래의 스님 분장하신 분은 머리에 쓰신 가발이 일본의 아저씨 분장용 소품이라
정답이 아니었지요(…) 게다가 허리에 둘러야 할 걸 어깨에 저렇게 두르셨음.( ”)

게다가 일본 여고생이나 일본의 아줌마 그런 건 쉬운 편인데 스님이나 사무라이쯤 되니 막상 필요한 소품을 고를 때 좀 어렵긴 하겠더군요. 한 사람씩 나가서 게임을 해야 하는데 막판이 되니 모두 뒤죽박죽이 되어 다들 깔깔깔 뒤집어지면서 입히고 바꾸고 하느라 난장판이었지요.

게임 후에는 기대하던 다과 시간.
각국 사람들이 모이다보니 정말 요리들도 다양하고 그 중에는 정체를 모를 것들도 꽤 많습니다. 사람들이 이제 요령이 생겨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것은 가능하면 만든 사람이 근처에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물어보고 먹더군요
저도 올해 초 종강파티 때 정체를 알 수 없는 달아서 죽을 것 같은 파이를 먹고 그 다음 아무것도 못 먹었던 경험이 있어 가능하면 재료를 잘 살피고 먹었네요.

약식을 만들어갈 때는 그냥 가져오라니까 만든 거였는데 막상 테이블에 늘어놓고 나니 사람들이 먹을지 어떨지 정말 신경쓰이더군요. 아침에 서둘러 나가느라 좀 썰어서 가지 못한 게 아쉽기도 했고요.
다행히 약밥은 꽤 일반적으로 입맛에 맞았나봅니다. 무스 같은 거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선생님들은 이런 행사가 많다보니 ‘이거 단맛 나는 그런 거죠?’라고 알아보시기도 하더군요.

이렇게 망년회는 식사하면서 간단히 빙고게임도 하고 각 반끼리 기념 사진도 찍은 뒤 끝났네요. 접시 들고 돌아다니다가 전혀 모르는 사람들끼리 ‘이건 뭘로 만들 걸까요’라고 각나라 억양이 섞인 오묘한 일본어로 물어보고 먹어본 사람이 ‘닭고기 같네요’ 라고 말해주는 데다가 누가 자기 요리 앞에서 고민하고 있으면 스스슥 다가와서 설명해주는 것도 꽤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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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responses

  1. 가게에서 파는 약식에는 대추 대신 건포도 들어간 것도 많지… 임기응변이 이젠 주부10단이로군 ^^

    1. 리츠코

      실은 집에 놀러왔던 수업 같이 듣는 언니가 알려준 것이었지요..( ”) 제 주부 경력에 벌써 저런 임기응변이 가능할리가. 호호.
      여기서는 건포도를 넣기도 하고 대신 프룬을 넣기도 한다더라구요. 다음번에는 프룬을 넣고 해볼까도 싶다는.

  2. 지구

    맞아요, 저도 회사에서 potluck party같은 거 하면 한국인은 저 뿐이라 가져간 음식이 얘네들 입맛에 맞을지 정말 신경쓰이더군요. 게다가 vegetarian들이 많아서 까다로와요…

    1. 리츠코

      그런 면에서 저는 한류붐 덕을 톡톡히 보고 있네요. ^^; 욘사마를 좋아하는 분들은 음식에도 관대하시더군요(…)
      그러고보니 여기도 지난번에 초등학교에 수업하러 갈 때 급식에 돼지고기가 나온다고 괜찮은지 다 물어보더군요. 그쪽은 채식주의자들까지 신경써야 한다니 정말 보통 일이 아니겠는데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