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예전에 남희석이 진행하던 만나고 싶습니다였던가 그 프로와 비슷하게 일본에도 ‘만나고 싶다’라는 프로가 있더군요. 프로그램 성격도 거의 비슷한데 차이점이라면 여기는 의뢰인이 찾고 싶은 사람과 사연을 이야기하면 감정단이 판정을 해서 만나게 해줘야 한다는 의견이 일정 이상 나와야 찾아서 만나게 해줍니다.(-_-)

오늘 보게 된 사연이 정말 끝내줬던 것이…

여자 한명이 나왔는데, 미국인과 결혼해서 아들까지 하나 있었는데 부모님의 심한 반대와 자신의 지병(처음부터 본 게 아니라 무슨 병인지는 모르겠음) 때문에 이혼을 했다더군요. 이혼 후에도 아이 때문에 아이 아버지와는 꾸준히 만나기도 했는데 3년 전에 갑자기 그 남자가 미국으로 귀국을 해버린 겁니다. 그리고는 연락도 두절되었다는 것.
자신도 다시 시작하고 싶을 뿐더러 아들이 아버지가 갑자기 그렇게 사라진 후 방황을 심하게 해서 지금 나쁜 친구도 사귀고 엇나가기만 한다고 애 아버지를 꼭 찾아야만 한다고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이야기를 하더군요.
감정단이라고 나온 연예인들도 모두 약간은 냉담하게 ‘여자분을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를 위해서 필요하겠네요’ 분위기로 의뢰를 받아들였습니다.그리고 스탭이 미국으로 건너가 남자가 원래 살던 지역과 이름만 가지고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를 시작했습니다. 뭔가 좀더 과학적인 방법이 있을 줄 알았는데 정말로 남자가 살던 지역으로 가서 전화번호부에서 그 남자 이름을 찾아서(170건이 넘었음) 모두 전화를 걸어보더군요. 이 170건은 모두 본인이 아니었습니다.
두번째로는 미국 쪽 사람 찾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그 이름에 연령대로 검색을 해보더군요. 8명쯤 걸렸는데 이게 또 모두 각 주마다 제각각. 그걸 다 돌아다니면서(스탭이 죽어나는 게 눈에 보였음..;) 집 문을 두드리더군요. 이 8명도 모두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세번째 방법을 찾으려던 찰라에 어찌어찌 자신을 찾는 사람이 있다는 소식을 접한 본인이 스탭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더군요(좀 허무했다..;).

스탭이 남편쪽과 약속을 잡아서 만나기로 하는 장면이 나온 후 다시 스튜디오로 화면이 돌아와 의뢰인은 만남의 문 앞에 섰습니다. 남편이 올지 안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진행자가 적당히 분위기를 띄운 후 문을 열었는데…

사람은 없고 보고서라고 무슨 메뉴판 같은 것만 하나 놓여 있었습니다.(이런 프로에서 정말 안 나오는 것 처음 봤음..;)

이 이후가 정말 하이라이트였는데.
남편을 만나서 들은 이야기와 이 여자의 이야기가 완전히 딴판인 겁니다.

1. 여자는 이혼의 이유로 자신의 부모의 반대와 병 운운했는데 이 남자 말로는 이 여자가 집착이 너무 심해 직장에 있는 동안에도 계속 전화를 걸어대고 감시를 하는 데에 정신적으로 지쳐서 이혼한 것이라고 합니다(의부증).

2. 여자는 그 이후에도 자신과 아들을 만난 걸로 봐서는 재결합을 하고 싶어했었다고 주장했는데 이 남자는 여자에게는 정말 아무 감정 없고 오로지 아이를 보고 싶어서 만난 것뿐이었다더군요.

3. 그리고 이 여자가 자신에게 이미 예전에 재결합을 하고 싶다고 메일을 보내서 자신은 절대 그럴 생각 없다고 이미 답장을 보낸 적이 있다는 겁니다.(이 여자는 남자 메일 주소도 알고 있으면서 스탭을 그 뺑뺑이를 시켰던 것. 스탭 정말 죽어라 고생하던데..;)

직접 쓴 편지를 스탭편으로 보냈는데 내용에는 정말 단호하게 ‘당신을 다시 만날 생각도 없고 이미 이야기가 끝났는데 왜 지금와서 자신을 찾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아들 이야기를 들으니 걱정이 된다며 정말 아이를 위한다면 아이를 자기에게 보내달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여기까지 진행된 후 모두 잠시 뎅- 하는 분위기.
패널들도 일단 분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정말로 메일을 보낸 적이 있느냐’ ‘남편이 직장에 있을 때 심하게 전화를 건 적이 있느냐’를 물어보는데 여자가 확실하게 반박을 못하는 걸로 봐서 남편 쪽 이야기가 맞는 듯했습니다.
마지막은 그냥 어영부영 이 아줌마가 ‘남편의 마음을 확실히 알았으니 앞으로 자신의 새 삶을 찾아야겠어요’ 라는 식으로(매스컴까지 동원해서 확실하게 차여야만 납득할 수 있는 거였냐!) 마무리 짓더군요.

감동의 재연 프로가 순식간에 사랑과 전쟁으로 끝났습니다.
국경을 넘어 자작극은 참으로 무섭다…라는 생각이 드네요.(그 아줌마 얼굴도 다 나왔는데 쪽 팔려서 어찌 돌아다니나..;)

by

/

10 responses

  1. ……(말없이 엄지손가락을 번쩍 치켜든다.)

    1. 리츠코

      더 할말이 없죠…( ”)

  2. Tom

    이거, 그냥 ‘대단하다’는 표현정도로는 부족한데?
    아하하… 털썩…

    1. 리츠코

      한국에서는 절대 방송으로 못 내보낼 내용이죠. 다음날 저 아줌마 신상 정보 다 뜨지 않았을까. -_-;

  3. 대단한 반전이네요;;
    우리 나라에서도 과연 저런 반전을 방송할 수가 있을까;;

    1. 리츠코

      보통 우리나라같으면 그냥 커트시키고 다른 걸 내보낼 것 같은데 여기는 오히려 저런 게 더 먹힌다고 생각했는지도요..( ”)

  4. 왠지 도망친 남자의 심정이 이해가네요. 저 정도면 미저리급이라고 밖에는… ;;;;
    그나저나 저리 해놓고 새 삶을 찾을 순 있을까요? 랄까 아이가 더 삐뚫어지지 않으려나 모르겠네요;;;

    1. 리츠코

      스튜디오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거짓말하는 여자가이 정말 오싹하더군요.
      마지막의 멘트는 그야말로 방송용이고 저 여자는 계속 저렇게 살지 않을까요. -_-; 솔직히 아이도 남편에게 인질 삼아 안 보내고 데리고 있을 것만 같아요.

  5. 이쁜감자

    정말… 엄청난 반전이네요…

    1. 리츠코

      어제 혼자 보다가 마시던 물 뿜을 뻔 했어요. -_-; 패널들의 벙찐 표정도 압권이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