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일본에 있을 때도 일본어 쓸 일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지만 한국 들어온지 어언 1년이 넘어가니 그나마 알던 것도 슬슬 가물가물해지는 중이지요. 그래도 안 갔다온 것보다는 나은 건 말이 되든 안되든 말이 입에서 튀어나오기는 한다는(?) 점 정도이려나요.

아무튼 며칠 전 저녁때 일본에서 지낼 때 신세를 많이 졌던 친척 언니에게 오랜만에 안부를 물으려고 전화를 했는데 역시나 형부가 받지 않으셨겠어요.(형부는 일본어밖에 못하심..;)
대충 예상했던 일이라 ‘안녕하세요, 여기 한국의 김인데요. 언니 계신가요?’ 없으면 ‘나중에 또 연락하겠습니다’ 정도를 일본어로 생각하며 ‘안녕하세요, 여기 한국의 김인데요’ 까지 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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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형부가 ‘어느 김さん인가요?’라고 묻지 않으시겠어요. 순간 머릿속에서 말이 막 뒤엉키면서 간신히 입밖으로 나온 말이라는 게…

“정さん 아내인 김さ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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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 저쪽도 잠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가운데 이 시점에서 내가 전화를 잘못 걸었나 싶어 ‘저기, 거기 나리모토씨 댁 아닌가요’라고 물으니 ‘그건 맞는데 혹시 한국의 김さん이면 희성씨 말이죠?’ 라고 확인하시더라구요..; 형부도 갑자기 제 이름이 생각이 안 나서(게다가 발음도 어려워 그 집 식구들은 언니 빼고는 다들 발음도 잘 못하심. -_-) 그렇게 물어보셨던 것 같은데 제 대답에 밖에서 듣고 있던 여동생 웃다 쓰러지고…-_-;

언니도 외출 중이어서 그냥 형부에게 안부를 묻고 다시 전화하겠다고 하고 끊었습니다. 원래도 전화로 일본어 쓰는 건 질색인데 오랜만에 쓰려니 단어고 문법이고 엉망, 그래도 말이 통하는 데에 나름 안도하며 오늘도 일본어 삽질 어록에 한건 추가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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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responses

  1. 김さん… ㅠㅠㅠㅠ

    1. 리츠코

      ……….ㅠ.ㅠ

  2. ……데굴데굴
    듣는 쪽도 듣는 쪽이었겠지만 말씀하신 리츠코님도 상당히 당황하셨을 것 같네요.^^;

    1. 리츠코

      일본어로 전화통화하고 나면 항상 남는 건 후회뿐이죠. ㅠ.ㅠ 틀린 문법과 단어들이 우수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