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얼마 전 어이없던 사이렌과 알림문자 이후로 부쩍 어릴 적 이웅평 소령이 월남했을 당시 생각이 나서 그게 몇 년도였는지 찾아보니 1983년.(몰랐는데 이 분은 2002년에 간경화로 돌아가셨네)

나는 외가집에 있었고(초등 입학 전 절반은 외가집에 살았음) 일단 전화가 모두 불통이 돼서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서울로 전화를 계속 걸어보려고 시도하면서 우왕좌왕 하셨고 ‘전쟁이 날지도 모른다’는 어른들의 이야기에 이대로 엄마, 아빠랑 못 만나면 어쩌지 겁이 났었던, 그리고 같이 자란 외사촌은 그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겁을 먹고 울어버린 일련의 기억들.

그때가 몇 살쯤이었는지 궁금해서 찾아본 건데 다섯 살이면 아마 내가 기억하는 제일 어린 나이의 기억일수도 있겠다.

이런 것들은 각인처럼 잘 지워지지도 않는 모양이다.

by

/

5 responses

  1. MAGO

    저는 그때 태어나서 첫 야영(캠핑 아님)을 갔는데 싸이렌 울려서 애 들쳐엎고 짐챙겨서 집까지 헐레벌떡 오셨다고 부모님이 기억하셨습니다.

    1. Ritz

      야영갔는데 사이렌이 울렸으면 얼마나 정신없으셨을까요;;;

  2. 아미르

    저랑 같은생각 하셨네요…저 그때 야외수영장에 있었는데 모두 물밖에 나와 웅성거리던것이 기억나요. 아버지는 당시 얼마나 착잡하셨을지 제가 에미가 되어보니 알것같습니다ㅠ

    1. Ritz

      저날 뭘 하고 있었는지는 대부분의 사람이 기억하지 않을까요. 911 다큐였던가, 에서 봤는데 이런 걸 대규모의 트라우마라고 한다더라고요. 세월호 당일 우리가 뭘 하고 있었는지 대부분 기억하는 것처럼요. 얼마전에 사이렌과 알림 때문에 고딩이가 많이 놀랐는데 문득 저 아이도 그날 뭐했는지 나중에도 기억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어요.

      1. 아미르

        그러네요 그러고보니 911도 416도 뭐하고 있었는지 다 기억납니다. 없었으면 좋을 기억이라 앞으로는 더이상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자녀분도 놀란 기억이 너무 오래가지는 않길 빕니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