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Category: quote

  • 글을 쓰면 아는 것 모르는 것 죄다 드러나니 書以出紛紛知不知쓰려고 하지만 아직 쓰지 않은 때가 좋구나 吾樂子欲書末時 『욕서미서(欲書末書)』 간이당 최립 유홍준의 『명작순례』를 오랜만에 다시 읽다가 눈에 들어온 글. 학림정 이경윤이 그린 그림에 간이당 최립이 붙인 제목과 글이라는데 왠지 요즘 내 마음 같다.

  • 이것을 학문에 비유하자면 연담은 태어나면서부터 아는 자(生而知之), 공재는 배워서 아는 자(學而知之), 허주는 노력해서 아는 자(困而知之)이다. 그러나 그것이 이루어지면 매한가지이다. 『화인열전 1』 38p 요즘은 신간보다는 읽은 지 오래된 그림 관련 책 위주로 한권씩 손에 잡고 있는데 어제 밤에 오랜만에 집은 유홍준의 「화인열전 1」에서 연담 김명국 이야기 중에 이 부분을 읽으면서 아, 이 글귀 나 예전에도 어디선가…

  • 트윗 글 주인의 말대로 아직도 저런 게 먹힌다는 게 놀랍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홍보글 마지막 부분의 ‘나의 월든’에서 빵 터졌다. 마침 얼마전에 읽은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에 나온 이야기.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는 2년여 동안 월든 호숫가 오두막에서 자급자족 자연인으로 살며 「월든」을 썼는데, 실제로는 꽤 자주 근처 엄마 집에서 밥 먹고 쿠키 훔쳐가고(…) 동네 카페에도 종종 나타났었었다고. 저 책의…

  •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간다 이 흰 바람벽에희미한 십오촉(十五燭)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 던지고때글은 낡은 무명 샷쯔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내 가지가지 외로운 생각이 헤매인다 그런데 이것은 또 어인일인가이 흰 바람벽에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있다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이렇게 시퍼러둥둥하니 추운 날인데 차디찬…

  • 얼마전 ‘선을 넘는 녀석들’에서 시인 이육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전현무가 ‘꽃’이라는 시를 좋아한다며 “‘툰드라’에도 어쩌고 하는 시잖아” 하길래(과연 주낳괴─주입식 교육이 낳은 괴물…) 지리시간 이후로 정말 오랜만에 듣는 ‘툰드라’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시도 있나, 하고 찾아보니 정말로 있었다…; 나는 이육사의 시는 청포도, 광야 정도만 익숙했는데 갑자기 나머지 작품들도 궁금해져서 책을 주문했다. 꽃동방은 하늘도 다 끝나고 비 한방울…

  • 1 그대, 아직 내게무슨 헤어질 여력이 남아 있어 붙들겠는가.그대여, X로 단단히 구두끈을 조이는 양복소매끈에서 무수한 달의 지느러미가 떨어진다.떠날 사람은 떠난 사람. 그대는 천국으로 떠난다고 장기 두는 식으로 용감히 떠난다고짧게 말하였다. 하늘나라의 달. 2 너는 이내 돌아서고 나는 미리 준비해둔 깔깔한 슬픔을 껴입고 돌아왔다. 우리 사이 협곡에 꽂힌 수천의 기억의 돛대, 어느 하나에도걸리지 못하고 사상은 남루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