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Tag: 시(詩)

  • 넓은 벌 동쪽 끝으로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얼룩백이 황소가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파아란 하늘빛이 그리워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전설(傳說)바다에 춤추는…

  •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간다 이 흰 바람벽에희미한 십오촉(十五燭)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 던지고때글은 낡은 무명 샷쯔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내 가지가지 외로운 생각이 헤매인다 그런데 이것은 또 어인일인가이 흰 바람벽에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있다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이렇게 시퍼러둥둥하니 추운 날인데 차디찬…

  • 얼마전 ‘선을 넘는 녀석들’에서 시인 이육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전현무가 ‘꽃’이라는 시를 좋아한다며 “‘툰드라’에도 어쩌고 하는 시잖아” 하길래(과연 주낳괴─주입식 교육이 낳은 괴물…) 지리시간 이후로 정말 오랜만에 듣는 ‘툰드라’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시도 있나, 하고 찾아보니 정말로 있었다…; 나는 이육사의 시는 청포도, 광야 정도만 익숙했는데 갑자기 나머지 작품들도 궁금해져서 책을 주문했다. 꽃동방은 하늘도 다 끝나고 비 한방울…

  • 1 그대, 아직 내게무슨 헤어질 여력이 남아 있어 붙들겠는가.그대여, X로 단단히 구두끈을 조이는 양복소매끈에서 무수한 달의 지느러미가 떨어진다.떠날 사람은 떠난 사람. 그대는 천국으로 떠난다고 장기 두는 식으로 용감히 떠난다고짧게 말하였다. 하늘나라의 달. 2 너는 이내 돌아서고 나는 미리 준비해둔 깔깔한 슬픔을 껴입고 돌아왔다. 우리 사이 협곡에 꽂힌 수천의 기억의 돛대, 어느 하나에도걸리지 못하고 사상은 남루한…

  • 지지난주, 지난주 잠깐씩 뭘 사러 가든파이브에 들렀었는데 식당가에 사람이 유난히 적길래 우리가 좀 일찍 왔나? 했었는데 이번주에 지민 언니랑 가든파이브에  새로 오픈했다는 현대시티몰에 갔더니 왜 사람이 그렇게 적었는지 알았다. 그쪽에 먹을만한 식당가가 우르르 생겼더란.어디에서 먹어야 하나 고민하다가 점심은 팬스테이크 키친이라는 곳에서.이름 그대로 팬에 나오는 스테이크가 대표메뉴였는데 여자들이 먹기에는 부족하지 않은 양에 고기도 괜찮았다. 맛있는 알리오…

  • 백석 시집을 한권 사서 처음부터 읽어볼까 생각 중이었는데 마침 소와다리 초판본 시리즈의 윤동주 다음이 백석이길래 2월 중순에 예약했건만  딱 한달만에 오늘 손에 들어왔다..;여기가 1인출판사라고 알고 있어서 손이 부족해 발매일이 좀 미뤄질 수도 있지만 한 달씩 늦어지는 건 과감한 듯? -_-;; 지난번 윤동주 시집처럼 커버가 얄팍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김소월 시집과 비슷한 사양의 하드커버였다.원본은 무려 한지에 인쇄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