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맨 처음 여행 날짜를 잡을 때 옆사람이 일본 디즈니랜드 사이트를 열심히 뒤져서 매일매일의 관람객이 많고 적은 정도를 표기해둔 캘린더를 찾아 우리가 계획한 시기 즈음에 제일 사람이 적은 날짜를 골라 그걸 기준으로 계획을 세웠더랬어요.

지난번에 왔을 때는 디즈니랜드 간 날은 비가 꾸준히 내렸던 데다가 아직 린양이 겁이 많아 탈만한 것도 적어서 그냥 4시쯤 숙소로 돌아왔었는데 이번에 갔을 때도 무슨 징크스인지 오전에 태풍이 일본을 지나간다며 비가 오기 시작했네요. -_-; 그야말로 비바람이 휘이잉~ 오후 2-3시 이후로는 그친다는 일기예보를 간절히(…) 믿으며 일단 실내에 있을만한 곳으로 다녔지요.

비가 온 덕분에 오히려 사람은 좀 적었던 게 아닌가 싶어요.
FP(Fast Pass)라고 인기있는 어트랙션은 좀 뒷 시간 티켓을 미리 끊을 수 있는 시스템이 있는데, 들어가자마자 하나 끊고 그 다음 표는 1시간 뒤에, 그리고 그 다음 표는 2시간 뒤에 끊을 수 있더라고요. 오전에 다니면서 시간 맞춰 세 장쯤 끊어놓고 그 사이사이에 그나마 사람이 적은 걸 골라 탔지요.

옆사람과 저는 린양이 아마 여기를 가장 좋아하겠지! 라고 생각하며 야심차게 맨 첫코스는 신데렐라의 성으로 향했습니다.
신데렐라 스토리에 맞춘 미술작품들이 전시되어 있고 마지막에는 왕좌와 발을 올려놓을 수 있는(?) 유리구두가 있어서 그야말로 ‘기념 사진 남기는 곳’이었는데 린양은 좋아라하긴 했지만 여기보다 오히려 다른 어트랙션들을 더 재미있어해서 우리가 애를 너무 어리게(…) 봤구나 반성했습니다..( ”)
여기서 순서 기다리면서 본 앞쪽의 중국인 가족은 린양보다 어린 딸 둘을 데리고 왔는데 이 두 딸이 모두 공주 드레스를 풀 장착!(안 무겁냐) 손에 요술봉까지 하나씩 들고 기념사진을 남기고 돌아가더라고요. 이후로도 종종 다른 어트랙션에서 마주쳤는데 그 비바람 치는 날씨에 치렁치렁한 옷을 입고 꿋꿋하게 다니는 모습이 대단했습니다..;(애들은 역시 무한체력인가)

올해 새삼 느낀 건 디즈니랜드에 놀러오는 일본 사람들은 애들 좋자고 데리고 와서 적당히 놀다 가는 게 아니라 어른들도 정말 ‘최선을 다해(!)’ ‘복장조차 예의를 갖춰’ 놀다 간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어른들도 꺄악꺄악 소리를 지르며 흥분하고 옷도 하다못해 기념품샵에서 미키라도 하나 그려진 걸 입거나 아니면 머리에 머리띠라도 챙겨 쓰고 돌아다니더라고요. 검은 그물 스타킹에 똑같은 앨리스 코스튬을 입은 애엄마(!) 둘이 나란히 유모차를 씩씩하게 밀며 돌아다니는 모습은 잊을 수가 없네요. ( ”)

2시를 좀 넘어가니 슬슬 빗발이 멎고 퍼레이드가 비 때문에 취소될 수도 있다더니 결국 예정대로 진행이 되더군요.(대신 공주들이 우비 입고 등장…;)
다들 한시간 전부터 퍼레이드가 지나가는 길목에 돗자리 깔고 자리를 잡길래 뭐 저리 열심히 기다리나 했는데 막상 서서 보다보니 정말 규모도 크고 덩달아 흥겹긴 하더라고요. ^^

퍼레이드까지 보고 3시쯤 숙소로 귀가. 비바람을 헤치고 돌아다니느라 온 식구가 기력이 떨어져 일단 모두 한숨 자고 체력 보충. 그러고나니 좀 정줄이 좀 잡히고…

자고 일어나니…
해가 져가고 있다…;


그리고 5시쯤 재입장.

올해가 디즈니랜드 30주년이라고 해요. 저 미키모양 풍선이 30주년 기념 마스코트인 모양.
(저 미키 계란 노른자는 대체 어떻게 만든 걸까…)


오후에는 확실히 사람이 줄어서 애들용 어트랙션들은 거의 줄 서는 일도 없이 바로바로 탈 수 있었어요.
덕분에 린양이 좋아하는 건 두번씩도 타고 오전에 어렵게 FP 끊어 탔던 스타투어(스타워즈 어트랙션)도 저녁때는 바로 들어가서 한번 더 탔는데 나중에 세어보니 대략 16개 정도를 탔더라고요..; 겁이 많아 많이 안 탈 줄 알았던 린양이 의외로 롤러코스터 매니아(-_-)여서 롤러코스터는 두번, 세번씩도 탔지요.
전 어트랙션 중에서는 스타투어가  재미있었는데 린양은 빙글빙글 도는 앨리스 티컵(나는 이거 타다 정말 어지러워 토하는 줄 알았음;;)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네요. 저녁나절에는 사람도 적어서 어지간하면 한번 더 태워주고 싶었는데 저도 옆사람도 더 탔다가는 진짜 토할 거 같아서 패스…;
비교적 최근에 생겨서 인기가 제일 많았던 토이스토리와 몬스터 주식회사 어트랙션은 생각보다는 그냥 좀 평이했습니다.
백설공주 어트랙션은 보고 나와서 울었어요(…) 그 어트랙션 만든 사람은 백설공주를 좋아하는 애들한테 원한이라도 있는건지 어쩜 공주 이야기로 그렇게 음산한 어트랙션을 만들어놨는지 정말 놀라웠네요. -_-

돌아다니다보니 애들은 다 조금씩은 디즈니 코스튬을 입고 다니는 데다가 마침 다음날은 낮기온이 30도까지 올라간다고 해서 기념품샵에서 간단한 앨리스 코스튬 티 한벌 사서 귀가하니 10시가 훌쩍 넘었더군요.
무섭다고 거의 아무것도 못했던 지난번과 다르게 같은 걸 세번 타려고 하면(두번까지는 괜찮음) ‘이러면 다른 걸 탈 시간이 줄어든다!’며 다른 곳으로 향하는 린양을 보며 참 많이 컸다,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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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responses

  1. 규모만 크다고 자랑하는 어디어디 테마파크랑 참 많이 다르네. 저길 가봐야겠어!

  2. nanda

    꽂힌거 3번 타는건 기본이쥬(…) 저도 그 컵 타고 쏠려서 참…ㅠㅠ 에버랜드 갔을때 컵에 애들만 태우니까 천국이 따로 없더이다….제발 컵만은 애들 전용이면 좋겠숴요 ㅠㅠㅠ

    1. Ritz

      애들은 어지러운 걸 못 느끼는 걸까요..; 린양은 아무렇지도 않았다는데 저는 진짜 딱 30초만 더 탔어도 그대로 올렸을 거 같아요. -ㅠ-

  3. 중국에서는 계란을 창-_-조하기도 한다던데, 미키 계란쯤이야..(..)

  4. 김용훈

    이런 하드코어한 일정이라뇨 ㅎ

    1. Ritz

      게으른 저희 가족에게 참으로 드문 일정이었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