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T를 따라가다가 발견한 트위터 계정이 있었는데, 계정 주인은 펭귄을 연구하는 극지연구소 연구원으로 트위터에 올라오는 직접 찍은 남극의 사진들이 좋아서 리스트에 두고 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사진들을 묶어 신간이 나왔다고 글이 올라왔길래 평소같으면 도서관에 신간을 신청했을텐데 도서관도 휴관 중이고 마침 생일 즈음에 받은 도서상품권들이 좀 있어서 주문해봤다.
일단 펭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강력 추천.
굳이 펭귄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작가가 직접 찍은 생생한 남극 동물들의 일상과 무리한 감상에 젖어들지 않는 글이 어우러져 누구든 큰 호불호 없이 볼만할 듯하다.
사람들은 동물에게서 보고 싶은 면만을 골라서 본다. 그리고 인간의 관점에서 그럴듯한 의미를 찾는다. 하지만 동물은 사람들에게 교훈을 줄 생각 따위는 없다. 그저 자기들의 방식으로 살아갈 뿐이다.
p.69
작가는 펭귄들의 생활에서 어떤 교훈을 끌어내는 걸 의도적으로 피하고 싶어했고 그래서 귀엽기 그지없는 펭귄 사진 옆에 붙은 짧은 글들은 강요없이 단정하고 담담하다.
각양각색 포즈의 펭귄들만으로도 소장가치가 충분한 책. 작가는 지칠 때 가끔 자신이 찍었던 펭귄사진으로 위안을 받곤 한다는데(그 하드가 탐난다), 어느 정도 수그러드는 기미가 보였던 코로나가 오늘 새국면에 접어들면서 다시금 위축되고 가라앉았던 내 기분도 이 책의 펭귄들을 보며 다소나마 위로받았다.
책에 실린, 짧은 다리로 묵묵히 그리고 열심히 걸어가고 있는 펭귄을 보며 생각한다.
세상이 어수선해도 어쩌겠는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열심히 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