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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ce.2000.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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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간다이 흰 바람벽에희미한 십오촉(十五燭)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 던지고때글은 낡은 무명 샷쯔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내 가지가지 외로운 생각이 헤매인다그런데 이것은 또 어인일인가이 흰 바람벽에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있다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이렇게 시퍼러둥둥하니 추운 날인데 차디찬 물에 손은 담그고무이며 배추를 씻고 있다또 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내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이어느 먼 앞대 조용한 개포가의 나즈막한 집에서그의 지아비와 마주앉어 대구국을 끓여 놓고 저녁을 먹는다벌써 어린것도 생겨서 옆에 끼고 저녁을 먹는다그런데 또 이즈막하야 어느사이엔가이 흰 바람벽엔내 쓸쓸한 얼굴을 쳐다보며이러한 글자들이 지나간다─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어가도록 태어났다그리고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내가슴은 너무도 많이 뜨거운 것으로 호젓한 것으로 사랑으로슬픔으로 가득찬다그리고 이번에는 나를 위로 하는 듯이 나를 울력 하는 듯이눈질을 하며 주먹질을 하며 이런 글자들이 지나간다─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초생달과 바구지 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그리고 또 ‘프랑시스 쨈’과 ‘도연명’과 ‘라이넬 마리아 릴케’가 그러 하듯이백석, 1941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간다이 흰 바람벽에희미한 십오촉(十五燭)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 던지고때글은 낡은 무명 샷쯔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내 가지가지 외로운 생각이 헤매인다그런데 이것은 또 어인일인가이 흰 바람벽에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있다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이렇게 시퍼러둥둥하니 추운 날인데 차디찬 물에 손은 담그고무이며 배추를 씻고 있다또 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내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이어느 먼 앞대 조용한 개포가의 나즈막한 집에서그의 지아비와 마주앉어 대구국을 끓여 놓고 저녁을 먹는다벌써 어린것도 생겨서 옆에 끼고 저녁을 먹는다그런데 또 이즈막하야 어느사이엔가이 흰 바람벽엔내 쓸쓸한 얼굴을 쳐다보며이러한 글자들이 지나간다─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어가도록 태어났다그리고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내가슴은 너무도 많이 뜨거운 것으로 호젓한 것으로 사랑으로슬픔으로 가득찬다그리고 이번에는 나를 위로 하는 듯이 나를 울력 하는 듯이눈질을 하며 주먹질을 하며 이런 글자들이 지나간다─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초생달과 바구지 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그리고 또 ‘프랑시스 쨈’과 ‘도연명’과 ‘라이넬 마리아 릴케’가 그러 하듯이
9년전 오늘 페북에 이 시를 옮겨놨던데 뭐 때문에 적어놨을까…🤔어쨌거나 오랜만에 읽어도 백석 시는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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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 시 언제 읽어도 좋아~
그러게. 오랜만에 읽으니 詩語가 주는 감흥이 또 다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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