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bula Rasa

튜베로즈는 워낙 관상 기간이 짧아서 배송료도 아낄겸 쏠리다고와 알스트로메리아를 같이 주문했었다.
쏠리다고와 알스트로메리아는 일단 린양 방과 서재방에 나눠 두고 튜베로즈가 지면 거실까지 다시 세등분해서 둬야지 했는데 며칠 뒤에 레몬색 해바라기가 이틀 한정 판매 중이라고 올라왔고…

마침 알스트로메리아 다발과 잘 어울릴 색이라 마저 주문했더니 집안 구석구석에 꽃다발이 풍성하다.

주황색이 알스트로메리아, 노란색 작은 꽃들은 쏠리다고(Solidago), 해바라기는 영문으로는 Lemon Sunflower인데 판매 사이트에는 세일러문 해바라기라고 되어 있어서 이름 재미있다고 대화방에서 이야기했는데, 지현님이 찾아보시더니 일본에서 그렇게 부르는 것 같다고. 저 네이밍 센스라면 품종 개량한 사람이 일본인일지도 모르겠다.
원래 해바라기 색도 좋지만 약간 창백한 이 색감도 독특한 매력이 있었다.

‘나를 돌아봐주세요’라는 꽃말을 가진 쏠리다고는 부피감을 주고 싶어서 주문했는데 딱 적당했다.

‘페루 백합’이라고도 불린다는 알스트로메리아는(그러고보니 꽃모양이 백합과 닮았다) 꽃을 피우기 쉬운 편이고 오래간다. 예전에 꽃시장 다닐 때 싸고 흔하게 봐서 나에게는 ‘흔한 꽃’이라는 인상이 있다보니 손이 자주 안 갔는데 이번에 쏠리다고 주문하면서 어울릴 만한 걸 찾아보니 가성비 좋은 걸로는 이만한 게 없었다. 색도 다양해서 어떤 꽃과도 맞출 수 있는 그야말로 착한 꽃.

튜베로즈는 오늘내일 안에 정리해야 할 것 같으니 그 뒤에는 이 세 가지를 다시 나눠서 거실에도 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