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린양이 어릴 때부터 다니는 동네 이비인후과 중에 주사를 완전 잘 놓는 간호사분이 계신 곳이 있는데, 어느 정도냐 하면 거기서 독감 백신 접종한 첫 해에 옆사람이 ‘주사 바늘 들어가는 것 같지 않았다, 아무래도 주사를 안 놓은 게 아니냐’고 계속 의심해서 내가 주사 맞은 자국을 찾아줬던 적이 있었다. 😑

그 뒤로 매해 독감 접종은 거기서 하고 있는데(이상하게 코로나 백신 접종은 안 하더란) 사실 집에서 더 가까운 거리에 이비인후과가 있다보니 거기에서 맞으면 편한데 린양이 절대로 거기에서 맞겠다고 주장해서 오늘도 세 식구 아침 일찍 부스스하게 육교 건너 그 병원으로.

갔더니 그 간호사분이 안 보이시고 다른 분만 계신다!

😱

린양이 거의 유치원 때부터 다녀서(그 사이에 간호사 두 분도 안 바뀌고 계속 같음) 왜 왔는지 아니까 ‘그 간호사님은 화장실 가느라 잠깐 자리 비웠다’고 알려주셨는데 그러고 나와 옆사람은 기다리기 뭐하니 그냥 계신 분에게 맞았다.

우리 둘 다 맞고 나온 후에도 그 간호사분은 돌아올 기색이 없고 린양이 마냥 있기 부담스러웠는지 자기도 그냥 맞겠다고 하는데 기다린 김에 마저 기다리자, 하고 있자니 그 분이 병원 문 열고 들어오시다가 우리 셋을 보고 ‘어, 왜 다 이러고 있지’라는 눈빛을 보내시길래 ‘애가 꼭 선생님한테 맞아야겠다고 해서요~’ 했더니 매우 기분 좋아하시며 린양을 데리고 들어가셨다.

다른 분도 계시는데 굳이 그 분만 기다리는 게 좀 미안해서 나는 계속 ‘저 분도 주사 잘 놓으셨어’ 라고 말했으나 옆사람은 맞장구가 없고…. 🤨

나중에 병원에서 나와서 물어보니 린양은 그냥 평소 정도, 나는 뭐, 그냥 적당히 ‘정말 주사 놓는 것처럼 놓으시는구나'(아프긴 한데 막 심하진 않은?) 느낌이었는데 옆사람은 지금까지 중 제일 아팠다고.(역시 실력의 차이가…)

린양도 나도 환절기에 감기를 그냥 넘어가는 적이 없어서 코로나 전에는 단골이다시피 했는데 코로나 지나면서 마스크 쓰기 시작하니 감기 걸리는 횟수는 확실히 줄어서 요즘은 독감 접종 때나 한번씩 가게 되길래 ‘내년에 뵈어요~’ 인사하며 나왔다.

나도 내년에는 타이밍 맞아서 원래 맞던 분에게 맞을 수 있었으면 좋겠네…( ”)

병원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 큰 다이소가 있어서 구경삼아 들어갔더니 타임라인에서 봤던 달항아리를 팔길래 겟.

5천원 짜리 치고는 꽤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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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responses

  1. 고요한조각

    반전의반전의반전을 거듭하는 글인걸요

    1. Ritz

      주사는 실력 좋은 분에게 맞아야 한다는 교훈을 남겨봤습니다….

  2. 주사의 통증이 놓는 사람의 스킬에 따라 다르다니!!!!
    왠지, 저와 딸을 놓아준 그 선생님이 다시 보이…

    1. Ritz

      주사나 링거 꽂는 건 간호사분 실력을 꽤 타요. 다음번에 백신 맞으실 때는 다른 병원으로 가보시면…( ”) 이번 독감 주사 예전보다 더 아프지는 않던데요;;

      1. 저도 얼마 전에 맞은 독감 주사 별로 안 팠었는데, 주사 놔주시는 간호사님 실력 덕분이었으려나요…

        1. Ritz

          앞으로는 그 분만 찾으시면 됩니다. 클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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