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고흐 전시회가 열릴 때마다 전시회장은 터져나가고, 그걸 볼 때마다 ‘살아있을 때 이렇게 인기가 있었으면 좀 좋았겠냐’고 생각한다.
이번 고흐전도 사람이 어마어마하다고 해서 어느 정도 마음을 내려놨는데, 같이 간 난다님의 사전조사(아무래도 파워 J)로 오픈하는 시간인 10시도 아니고 적어도 9시 반에는 가야 줄이 적다는 말에 맞춰 갔더니 ‘오늘 요일을 잘 골랐나?’ 싶게 적당히 쾌적하게 한바퀴 돌고 나올 수 있었다. 날을 잘 골랐나 했는데 나오면서 보니 그게 아니라 정말로 시간을 잘 맞췄던 듯.
고흐전 보러 갈 분들은 오전 9시 반 정도를 추천합니다. 이제 곧 학교들 방학이라 평일, 휴일 상관없이 붐빌 듯.
이번 전시회는 웹상의 감상들이 호불호가 갈려서 왜 그럴까 했는데 직접 가서 보니 우리가 흔히 선호하는 고흐의 유명작은 적은 편이라 그걸 기대한 사람에게는 부족했을 것 같고 대신 고흐의 그림 인생을 보기 좋게 작품으로 연대기적으로 나열해놔서 ‘고흐가 이런 그림도 그렸나’, 혹은 ‘이렇게 뭔가 어설픈 그림을 그리던 시절이 있었구나’, ‘그림이 이렇게 발전해왔구나’ 하며 보는 재미가 있었다.
그림을 막 배우기 시작한 시절의 습작부터 마지막 오베르 쉬르 우아즈의 시기까지 따라가며 순서대로 감상할 수 있는데 고흐의 유명 작품의 원화를 많이 보면 물론 좋지만 이런 구성도 마음에 들었다.

이번 전시회의 간판은 이 자화상이겠으나 개인적으로는 다른 그림들 중에 마음에 드는 게 더 많았다.


오른쪽 초상화는 처음 봤는데 색감이나 인물의 구도 등등 굉장히 눈에 많이 들어왔다. 고흐가 현대에 살았다면 이런 느낌으로 초상화를 계속 그려서 유명해지지 않았을까.
꽃 그림들도 꽤 많이 왔는데 생각보다 작품 크기가 커서 해바라기 말고도 고흐의 꽃그림이 이렇게 매력이 있었구나, 새삼 놀랐고.
특유의 두터운 붓터치가 꽃의 질감을 살리고 있어서 화사하고 멋지던데 왜 그렇게 안 팔렸을까. 😮💨


들라크루아의 작품을 모사했다는데 너무 고흐 풍이라 재미있었다. 😅
만화나 웹툰 아래에 붙는 다른 작가의 축전 같은 느낌.
후반으로 갈수록 붓터치가 두툼해지는 그림을 보면서 연신 ‘아이고~ 테오 등골 다 빼먹었네~’ 했더니 같이 갔던 난다님이 재미있어 죽으시더란. 아니 근데 고흐의 원화는 볼 때마다 테오의 등골 브레이커처럼 느껴진다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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