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화가 반 고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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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고흐 전시회가 열릴 때마다 전시회장은 터져나가고, 그걸 볼 때마다 ‘살아있을 때 이렇게 인기가 있었으면 좀 좋았겠냐’고 생각한다.

이번 고흐전도 사람이 어마어마하다고 해서 어느 정도 마음을 내려놨는데, 같이 간 난다님의 사전조사(아무래도 파워 J)로 오픈하는 시간인 10시도 아니고 적어도 9시 반에는 가야 줄이 적다는 말에 맞춰 갔더니 ‘오늘 요일을 잘 골랐나?’ 싶게 적당히 쾌적하게 한바퀴 돌고 나올 수 있었다. 날을 잘 골랐나 했는데 나오면서 보니 그게 아니라 정말로 시간을 잘 맞췄던 듯.

고흐전 보러 갈 분들은 오전 9시 반 정도를 추천합니다. 이제 곧 학교들 방학이라 평일, 휴일 상관없이 붐빌 듯.

이번 전시회는 웹상의 감상들이 호불호가 갈려서 왜 그럴까 했는데 직접 가서 보니 우리가 흔히 선호하는 고흐의 유명작은 적은 편이라 그걸 기대한 사람에게는 부족했을 것 같고 대신 고흐의 그림 인생을 보기 좋게 작품으로 연대기적으로 나열해놔서 ‘고흐가 이런 그림도 그렸나’, 혹은 ‘이렇게 뭔가 어설픈 그림을 그리던 시절이 있었구나’, ‘그림이 이렇게 발전해왔구나’ 하며 보는 재미가 있었다.

그림을 막 배우기 시작한 시절의 습작부터 마지막 오베르 쉬르 우아즈의 시기까지 따라가며 순서대로 감상할 수 있는데 고흐의 유명 작품의 원화를 많이 보면 물론 좋지만 이런 구성도 마음에 들었다.

자화상 1887

이번 전시회의 간판은 이 자화상이겠으나 개인적으로는 다른 그림들 중에 마음에 드는 게 더 많았다.

파란 꽃병에 담긴 꽃들, 1887
조셉 미쉘 지누의 초상, 1888

오른쪽 초상화는 처음 봤는데 색감이나 인물의 구도 등등 굉장히 눈에 많이 들어왔다. 고흐가 현대에 살았다면 이런 느낌으로 초상화를 계속 그려서 유명해지지 않았을까.

꽃 그림들도 꽤 많이 왔는데 생각보다 작품 크기가 커서 해바라기 말고도 고흐의 꽃그림이 이렇게 매력이 있었구나, 새삼 놀랐고.
특유의 두터운 붓터치가 꽃의 질감을 살리고 있어서 화사하고 멋지던데 왜 그렇게 안 팔렸을까. 😮‍💨

들라크루아의 작품을 모사했다는데 너무 고흐 풍이라 재미있었다. 😅
만화나 웹툰 아래에 붙는 다른 작가의 축전 같은 느낌.

후반으로 갈수록 붓터치가 두툼해지는 그림을 보면서 연신 ‘아이고~ 테오 등골 다 빼먹었네~’ 했더니 같이 갔던 난다님이 재미있어 죽으시더란. 아니 근데 고흐의 원화는 볼 때마다 테오의 등골 브레이커처럼 느껴진다니까. 🙄

6 responses

  1. misha

    아 정말 보고 싶은 전시인데 어째 잠시 서울 다녀갈 짬 내기가 쉽지가 않네요…ㅠㅠㅠㅠㅠㅠ

    1. Ritsko

      저런;; 내년 3월 16일까지이긴 한데;;
      고흐의 정말 초기 그림(인체 비례도 이상한) 같은 것도 있어서 꽤 재미있게 봤어요. 항상 명작들만 보다보니 이 사람은 처음부터 잘 그렸을 것 같았는데 그림체가 완성되어가는 과정을 보니 흥미롭더라고요.
      꼭 시간 내실 수 있길요. -.ㅠ

  2. 장미의신부

    아기님네 학교에선 수요일날 단체관람이었던지라 나름 날도 잘 잡은거 아니려나요? (쿨럭) 단체팀이랑 겹치면 그야말로 아비규환일듯…

    1. Ritsko

      요즘 수능도 끝나서 붐빌 수밖에 없겠더라고요.

  3. WG

    9:30 이라니 적절한 타이밍입니다. ㅎㅎㅎㅎ 제가 도착했을 때만 해도 줄이 그렇게 길지 않았는데 보관함이 뭐가 잘 안되는 사이에!!! (눈물 흘림
    난다님과 즐거운 시간 보내셨군요. 역시 관람 메이트가 있는 것은 좋은 것 같습니다. (외로움

    굿즈는 안 사셨나요!!!

    1. Ritsko

      일단 얼리버드가 연장돼서 사람이 좀 줄기도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10시 좀 전부터 발권을 시작해서 10시 시작하자마자 들여보내기 시작해서 입구쪽에 사람이 덜 몰렸고요.
      원래는 딸내미랑 주로 보러 다녔는데 딸내미는 전시보다는 공연이 취향이라 요즘은 거의 난다님과 다녀요. 아무래도 관람 메이트가 있으면 저처럼 게을러 안 움직이는 사람도 챙겨 보게 되는 점이 좋지요. 🙂

      굿즈는 기념으로 자화상 마그넷 하나랑 엽서 한 장만 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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