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요근래 한두달 동안 린양의 어린이집 생활의 불행의 원인(!)인 남자애가 한명 있는데(실제로 집에 오면 저렇게 말한다. -_- “오늘은 좋은 일도 있긴 했지만 나쁜 일이 더 많았어!”) 말도 행동도 좀 많이 짓궂은 타입인 듯. 린양에게만 그러는 건 아니고 다른 아이들한테도 그렇다는데 린양이 상대를 안하려고 해봐도 쉽지 않단다. 

어제도 월요일을 앞두고 린양이 나한테 ‘걔 때문에 내일도 행복하지 않을 거야’라는 이야기를 하던 중에 문득 처음 알게 된 것이 그 아이가 린양 바로 옆자리라고.
그래서 ‘그럼 일단 선생님께 자리를 바꿔달라고 이야기해줄까?’ 라고 물으니 순간 린양 눈빛이 파박 튀면서 그렇게 해달라길래 그러마고 약속은 하고 이걸 어떻게 선생님께 말씀을 드려야할지 밤새 좀 고민했더랬다. 애 앞에서 이야기를 하기도 애매하고 따로 메모로 상담을 해야할까 싶기도 하고… 

그리고 아침.
하필이면 오늘따라 등원시간 직전에 배가 아프다고 해서 선생님께는 늦을 것 같다고 미리 연락 드리고는 핫팩 데워 좀 쉬게 하곤 천천히 나섰더니 평소보다 30분쯤 늦어져서 린양이 도착할 즈음에는 아무래도 이미 정규 수업시간이라 따로 말씀을 드리기가 좀 어려울 것 같았다. 그래서 ‘저기, 오늘은 시간이 늦어서 엄마가 바로 선생님한테 말씀드리기는 어렵고 끝나고 데리러 올 때 자리 바꿔달라고 말씀드리면 안될까?’ 라고 했더니 린양 왈.

“그냥 내가 선생님한테 말할게.”

………어? 

“그래도 되겠어?”
라고 되물으니 매우 시원스럽게 ‘내가 말할게’ 하고는 바이바이 하고 교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하원길.
기분이 꽤 좋아 보여서 어떻게 됐는지 물었더니 선생님이 자리를 바꿔줘서 여자애한테 잘해주는(!) 친구 옆으로 옮겼단다…;

궁금해서 선생님께 뭐라고 말씀드렸냐고 물어봤더니 “선생님, 쟤가 괴롭히니까 자리 바꿔주세요“라고 했다고…-_-;;
린양은 단지 ‘원하면 자리를 바꿀 수 있다’는 룰을 몰랐고 그걸 안 이상 굳이 내가 말해줄 필요도 읎었던 건가보다..;; 

가끔 의외의 상황에서 혼자서도 잘 하는 딸내미.
얼굴 말고 그런 것도 아빠 닮았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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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responses

  1. CHRIS

    지금이라도 잘되서 다행이지만, 진작 알았으면 좋았을것을! 아깝다! ㅠ.ㅠ

    1. Ritz

      그러게. 그렇게 자리가 가까울 줄은 또 생각을 미처 못했네. 다행히 이틀째 어린이집에서 안 불행한 듯.

  2. March Hare

    린양은 강하네요! ㅎㅎ

    1. Ritz

      근데 집에서는 하염없이 응석만 부리는지라 그래서 더 어리게 보게 되는 거 같아요…;;

  3. J

    이야 린양 대단하네요. 다 컸다 이제… 똑부러져요 정말 🙂

    1. Ritz

      나가서는 똑 부러지는데 왜 집에만 오면 나한테 철떡 붙어서 응석만…ㅠ.ㅠ

  4. Eiri

    그래서 어른들이 아이들은 어느 순간 훌쩍 자라있다는 얘기를 하시는 듯. ^^;

    1. Ritz

      그러니까요. 제가 항상 너무 어리게만 보나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