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10년도 더 전에 회사에서 사람들이랑 잡담을 하다가 누군가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그 전날 아는 형을 만났는데 그 형이 하는 말이, 

야, 내가 어제 ** 게시판에 진짜 황당한 걸 사실이라고 우기는 글을 올려봤거든? 근데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서 댓글로 열을 올려대는데 그게 진짜 재미있더라니까?”

라더란다.
그때까지 정말 멀쩡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건만 그런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해서 놀라기도 하고 실망도 했다는 요지의 이야기였는데…

요근래 SNS를 떠돌아다니는 근거없이 사람들을 선동하거나 굉장히 자극적인 내용인데 나중에 알고보니 사실도 아닌 그런 글들에 속아 허탈해하며 ‘대체 뭐하러 저런 짓을 하지?’라고 짜증을 내는 사람들의 글을 보면 벌써 십여년도 전에 들었던 저 이야기가 문득문득 생각난다.

십여년 전에야 사람들은 게시판 단위로 모여 인터넷 생활을 했으니 그 커뮤니티 안에서 화악 불길(?)이 일었다가 그 안에서 가라앉고 끝났겠지만 지금은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통해 쉽고 간단하게 훅 번져나가버리니 저런 방화범 심리의 사람들은 얼마나 신나는 세상일고. -_-  

요며칠 SNS에 돌아다니는 이슈와 그 이슈에 대한 반박, 정정의 과정을 보고 있으면 우리는 과하게 정보를 접하고 그래서 오히려 그게 맞는지 틀리는지에 대한 판단마저도 마비된 것 같다. 세상에 대한 의심이 그렇게 많으면서 전혀 모르는 사람의 이야기는 어떻게 그리 쉽게 믿을 수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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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responses

  1. Jinsol Jung

    진짜 공감해요. 한편으로는 감정적이고 자극적인 글들에 더 쉽게 반응하는거 같아요. 누군가 논리적으로 쓴 글에대해서는 덜 그래 보이는데,… 그런 자극적인 글들에 대해 의심안하고 느끼는 그대로 표현하는듯;;;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는 경우가 더 많은거 같아요ㅠㅠㅠㅠ

    1. Ritz

      저런 글 쓰는 사람들도 이제 지능적으로 발전(?)해서 진짜 그럴듯하게 적당히 ‘근거’라고 출처도 붙여가면서 사람들이 흔들리게 이야기를 만들어요..; 한쪽에서는 자정작용이 있으니 괜찮다고도 하지만 저는 이 상황에 비하면 자정작용이 너무 약해보여서 앞으로 SNS나 웹은 어떻게 되어가려나 좀 궁금도 하네요.

  2. 趙正元

    이게 또 웃긴게, 예전엔 카더라.. 카더라.. 카더라.. 로 가다보니 원래 누가 말했는지 모르게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바로바로 찾아지는 경우가 많아서 말이죠.

    전에 대놓고 거짓말인데 리트윗 한참되고, 나중에 원글 찾아서보니 평소엔 멀쩡한 소리 하는 사람이었던게 기억납니다. 별별 사람 다 있나 봐요=ㅁ=;;

    1. Ritz

      SNS에서 글이 전파될 때 시스템이 완전하지 않은 것도 문제 중 하나일 것 같아요. 모든 사람이 사용법을 잘 알고 쓰는 건 아니니까 트위터에서 RT를 하다가 나중에는 엉뚱한 이야기가 되어버리거나 하는 일도 빈번하고, 지난번 룬님이 링크 공유하다가 코멘트가 누락되는 경우같은 일도 일어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