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배선만 빼둬서 호스가 밖으로 튀어나와 보기 흉했던 린양 방에 에어컨을 달아주면서 이제 대충 살 건 다 산 것(?) 같아 겸사겸사 인테리어 이야기나…
이사가 결정되고, 인테리어를 하고 들어와야겠는데 이 비용이라는 게 지금까지 내가 쓴 중에 가장 자릿수가 높은 돈 단위가 들어가는 일이라 어정쩡하게 손을 댔다가는 돈은 돈대로 들이고 후회가 남을 것 같아 작년 말부터 이래저래 고민이 많았었네요.
처음에는 네이버에서 제일 유명한 인테리어 카페를 들락날락하며 남이 올린 집 사진들도 토 나오게(…) 많이 보고 그쪽 게시판에 견적의뢰 글도 올려봤는데 그 때 처음으로 알게된 건 ‘아, 정말 세상에는 인테리어 업체가 너무나도 많구나…’ 였습니다. -_-; 글을 올리고 한 일주일동안 끊임없이 견적메일과 쪽지를 받았던 것 같아요. 견적서마다 단가도 조금씩 다 다르고 거기 적혀있는 용어들이 뭔지 알 수가 없는 것도 문제더라고요. 남이 올린 집 사진을 본다 한들 우리집과 구조가 다 다르니 크게 도움도 안되는 것 같고…
그래서 일단 다시 방향을 바꿔 인테리어 디자인 업체들 중에 요즘 인기가 많은 곳이 어디인지 검색해보고 자주 등장하는 이름들을 몇개 추려 그 홈페이지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는데 이게 차라리 더 쓸모가 있었어요.(인테리어 계획 있으신 분들이라면 이 방법을 추천)
요즘은 워낙 인테리어 관련 업체들이 많다보니 자기네들이 홍보용으로 네이버 블로그나 카페를 이용해서 작업한 포트폴리오들을 깔끔하게 정리해서 많이 올려뒀더라고요. 작업한 사람이 공사한 포인트도 설명해두는 경우가 많아서 나중에 아이디어를 참고하기도 좋았고요.
당분간 이사할 계획이 없다보니 가능하면 오래도록 질리지 않는 스타일로 작업하는 곳을 원했는데, 그런 방향으로 작업하는 업체 중에 제일 눈에 드는 곳이 있어 좀더 자세히 알아보니 제법 단가가 쎈(-_-) 업체더라고요. 예산이 그렇게까지 넉넉한 편도 아니어서 이래저래 고민하다보니 갑자기 문득 지인 중에 한 명이 언뜻 인테리어 업체에서 디자이너로 일을 한다는 이야기를 했던 게 생각났네요. 어느 회사를 다니는지는 모르겠지만 차라리 그 친구한테 원하는 걸 말하고 맡겨볼까 싶어 연락을 해봤는데 어찌 인연이 닿으려고 그랬는지 그 친구가 딱 내가 원했던 그 회사를 다니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만나서 우리가 대충 생각하는 예산과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니 고맙게도 ‘세상에 못 맞출 견적은 없다(!)’며 작업을 맡아주었습니다.
의뢰를 맡기면서 특별히 원하는 스타일이나 방향 같은 건 없었고 미리 부탁했던 건 오랫동안 질리지 않는 무난한 스타일, ‘수납’과 ‘냉장고가 거실에서 안 보이는 것’ 이었어요. ^^;
(결과만 놓고 보면 우리 집은 결국 가벽으로 시작해서 가벽으로 끝났다고 봐야할지도… 적절한 가벽 사용은 꽤 유용했습니다.)
기존에 살던 집과 같은 평수, 같은 구조인 집으로 이사하는 거라 살면서 불편했던 점은 보완하고 그러면서도 좀 다르게 느껴지기를 원하긴 했는데 그 친구가 가져온 디자인은 그럼에도 생각했던 것보다 꽤 파격(?)적이었어요..;
평면도만 가지고는 도무지 어떻게 될지 짐작도 안가고 아이디어는 너무 좋아보여서 며칠을 잠 설치며 고민하다가 그대로 진행했는데, 결론적으로는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봐요. 역시 이런 건 전문가를 믿어야하는 법인가봅니다.
워낙 자잘하게 고르는 걸 괴로워해서 디자이너분에게 타일이든 벽지든 생각하실 때 제일 괜찮은 걸로 3-4가지만 보여달라고, 거기에서 고르겠다고 했는데 이것도 결국 전문가가 제일 미는 것들이 정답이더라고요.
이미 인테리어를 해본 사람들의 조언대로 역시나 공사 들어가니 연식이 있는 집이라 이래저래 추가로 손을 봐야 할 곳들이 많아서(아래가 물기 때문에 다 썩어 결국 새로 교체한 화장실 문짝이라든지 결로 때문에 단열을 다시 넣어야했던 안방 화장실 벽이라든지… 기타등등 기타등등…) 생각했던 예산보다는 오버할 수 밖에 없었지만 결과물은 기대했던 이상으로 흡족해서 그걸로 만족하고 있어요.
게다가 디자이너를 믿을 수 있으니 제가 공사를 자주 보러 올 필요도 없었고(자주 와서 공사 현장 체크해줌) 본인 집마냥 신경써서 작업해주시는 게 보여서 여러모로 안심도 됐고요.
벌써 두어달 지났다고 슬금슬금 처음만큼 열심히 안 치우게 돼서 더 늦기 전에 기념으로 사진이라도 남겨놓자 싶어 찍은 김에 글로도 기록을. : )
거실욕실은 그레이톤, 안방은 아이보리톤으로.
19 responses
@tw_Ritz 집 궁금했는데 사진보니 멋져요… 부엌옆 문 색이 참 예뻐요. 중문 대신 가벽 활용도 좋구요. ^^
@ahrain 가스렌지 바로 옆에 있는 문이라 때가 무지 타더라구요; 일부러 좀 짙은 색으로 부탁했는데 관리하기 편해서 좋아요. : )
오!!! 궁금했는데!!! 너무 멋져요!!!
오 역시 이런 일은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거 같아요. 그렇지않음 여러가지로 맘고생이 심하더라구요. 되게 모던하고 깔끔한 느낌이네요. 특히 TV쪽 면이 휑한 게 맘에 듭니다! ^^ 그리고 개인적으로 거실 벽 컬러 정말 예뻐요!
보통 공사 내내 자주 들여다봐야 한다던데 저는 마침 애 입학이랑 겹쳐서 정말 정신없었거든요..; 저도 거실 정면이 잘 나와서 마음에 들어요. : ) 아무것도 없다보니 되게 깔끔해 보인다는 장점이..( ”)
멋집니다
정말 멋지게 재탄생 했네요. 나…나중에 제가 독립하게 되어도 소개받고 싶어요~
공사전후를 비교하는 재미가 제법 있지요. ^^; 나중에 정보가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 : )
다시보니… Before 사진을 보니. 정말 잘 하셨구나 생각이 들어요! 🙂
와 집 진짜 이뻐요!!!! 완전 다른 집 됐네요 ㅎ
그래서 꼭 공사전 사진은 찍어둬야 비교하는 재미가… -_-d
우아.. 완전 다른 집인데요? 현관 가벽 아이디어 좋네요. 티비 단도 딱 제 스타일이에요~!!
현관 가벽은 완성전과 후의 느낌이 엄청 달라서 공사 중일 때는 진짜 몇번이나 취소하려면 지금인데! 하고 갈등했었는데 완성하고 나니까 정말 괜찮더라고요.
공사 전에는 정말 휑했군;;
원래 집주인이 한번도 안 살고 내내 전세만 줬던 집이래요. 그래도 그런 것 치고는 그리 험하지 않게 쓴 집이더라고요.
캬 멋져요!!!역시 넓으니까 가벽도 넣을수있군요!
의미없이 통으로 큰 공간들은 쪼개니까 훨씬 쓸모가 있더라고요. 대신 널찍한 맛은 덜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