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오늘은 몇월 며칠인가.
그 결정권을 가진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종교, 정치, 문화, 경제-그 모든 영역에서 군림하는 것이다.

표지만 봐서는 어디 사이비 종교서적 같은 느낌도 들지만 특이하게도 ‘달력’에 대한 이야기.
주인공 시부카와 하루미가  기존의 달력을 바꾸는 개력 사업을 위해 평생에 걸쳐 시대와 싸우고 하늘의 움직임을 끊임없는 실패와 보완 속에 읽어나가는 과정은, 약간 긴 느낌은 있지만 읽는 내내 집중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게다가 은근하게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주인공의 연애 테마는 이런 장르 소설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굉장히 산뜻하고 말랑해서 마음에 들었는데 작가의 약력-애니메이션, 라이트 노벨을 아우르는-을 보고 납득했다.
(만약 교고쿠 나츠히코가 같은 소재의 이야기를 풀었다면 아마 두 주인공의 연애는 더 처절하고 이야기의 진행은 어딘가 처절하며 마지막에는 교고쿠도가 등장해서 모든 것을 설명하고 끝났겠지…)

일본 역사에 대한 완전한 지식이 없다보니 이런 장르의 소설은 매번 깔끔하게 이해하기가 힘들지만 그럼에도 지금은 세계가 공통되게 사용하는 ‘숫자’로서의 ‘달력’이 그 시절에는 좀더 ‘생존’과 밀접하게 연관되는 하나의 거대한 자연의 이치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처럼 정교한 어떤 도구도 없이 평생을 걸고 하늘의 움직임을 읽어내는 주인공의 모습은 참으로 오랜만에 가슴이 뛰게 만드는 면이 있다.

다른 작품을 좀더 찾아보고 싶은데 국내에 나왔던 작품들은 거의 절판 상태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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