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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네 언니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라며 언제 기회 되면 꼭 가보라고 했는데 연휴 마지막 날 마침 옆사람도 휴가를 낸 김에 길을 나섰다.
석파정은 서울에 살아도 누가 알려주지 않았으면 이런 곳이 있었는지도 몰랐을법한 위치에 마치 거기만 시간이 안 흐른 양 자리잡은 조용한 곳이었다.(오늘은 사실상 평일이라 더 한산했을지도)
서울 미술관 뒤쪽에 있는데 미술관 티켓을 끊어야 들어갈 수 있는 시스템이라 얼결에 지금 진행 중인 노벨로 피노티라는 조각가의 전시회를 한 바퀴 돌았는데 다 보고 난 옆사람의 감상은 ‘마치 범죄지수가 5쯤 올라가는 기분’이었다고. -_-(인체 부분부분을 강조한 조각들이 많았음)

전시회를 다 보고 뒤쪽으로 빠져나가니 그야말로 별장으로 서울 시내에 이만한 곳이 없었겠다 싶은 운치있는 광경이 펼쳐졌는데 그 사연을 알고 나면 예나 지금이나 권력자들이 탐나는 것을 뺏을 때는 유치함도 치사함도 거침이 없구나 싶다.  ^^;

“김흥근은 북문 밖 삼계동에 별장이 있었는데, 장안의 으뜸가는 명원(名園)이었다.
대원군이 그 별장을 팔라고 하였으나 흥근은 거절했다. 대원군은 다시 청하길 ‘하루만 놀이에 빌려달라’고 했다. 그 무렵 별장이나 정자를 가진 사람은 남들이 놀이에 빌려달라고 하면 부득불 허락하는 것이 한양의 풍습이어서 흥근은 마지못해 허락했다.
대원군은 마침내 임금께 한번 행차하기를 권해 (임금을) 모시고 갔다. 흥근은 임금께서 임했던 곳을 신하의 의리로는 감히 다시 쓸 수 없다 하여 다시는 삼계동에 가지 않았으므로 (삼계동정사는) 마침내 대원군의 소유가 되었다.”

황현의 『매천야록』(梅泉野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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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에 물이 흐르면 그야말로 명당이었을 자리에 정자가 고즈넉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지금은 물이 말라서 비가 아주 많이 올 때나 물이 지나가는 걸 볼 수 있는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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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사진을 가로로 찍는 게 더 나았을지도. 왼편의 너럭바위는 영험(?)해서 소원을 들어준 적이 많다길래 혹시 하는 마음에 우리 가족의 건강을 빌고 왔다.
원래 주인이 사용했을 당시에 적어놨을 삼계동이라는 글씨. 흥선대원군이 이곳을 접수(...)하면서 앞산이 모두 바위(石) 언덕(坡)이라고 석파정이라 바꾸었다고.
원래 주인이 사용했을 당시에 적어놨을 삼계동이라는 글씨. 흥선대원군이 이곳을 접수(…)하면서 앞산이 모두 바위(石) 언덕(坡)이라고 석파정이라 바꾸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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