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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든 붐빌 것 같은 연휴에 집에 있기는 좀 아까워 딸내미와 나선 전시회 관람.
일부러 시작하는 시간에 맞춰 갔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사람들은 좀 더 있었고 이 전시회 말고 예술의 전당은 전체적으로 역시나 한산했다.(다들 서울 밖으로 나간 듯)

2015-05-04 11.10.37
린양의 베스트.


추상화 쪽은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일단 작가라든지 다른 사람들의 감상들도 좀 찾아보고 갔는데 유난히 ‘감동한 사람의 후기’가 많았던 점이 신기했고(왜 이렇게 힐링이 됐다는 사람이 많은지.) 그에 비해 나는 싫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렇게까지 깊은 ‘감동’은 받지 못하고 나왔다.(근데 이 작가가 추구했던 건 그림을 보는 관람자의 ‘정신’을 흔드는 감동이었던 거 같은데 내가 거기에 부응하지 못한 것 같아 생각해보니 좀 미안하네. -_-)

그래도 중간의 로스코 채플에서 딸내미와 둘이 그림 앞에 나란히 앉아 잠시 멍하니 그림만 보고 있었던 순간은 참 좋았고, 마지막에 전시된 그의 마지막 작품의 그 선명한 빨강은 어찌나 정말로 막 새어나온 ‘피’와 같았던지. 그리고 중간의 희미한 선은 마치 자신이 곧 어떻게 생을 마감할지에 대해 예고하는 듯해서 앞에 서 있자니 작가의 기분에 말려들 것 같았다. 마지막 그림의 설명을 다 읽은 린양 역시 ‘우울한 전시회’였다고 .
색채와 형태보다 자신의 감정을 상대방에게 공감하도록 만드는 데에 집중했다는 글들을 읽던 린양이 ‘ 이 사람은 화가가 아니라 철학자나 종교인이었어?’ 라고 물어와서 ‘대부분의 훌륭한 화가들은 자기만의 철학이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라고 밖에 할 말이 없었다.

2015-05-04 11.24.25
핸드폰 카메라로 찍어봤자 원본의 그 느낌은 어차피 절반도 못 살리지만… 이게 작가가 마지막에 남긴 작품.
untitled-4(1)
이건 내가 마음에 들었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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