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계획과 일정 전반을 담당하는 옆사람이 일본 웹에서 사람들의 만족도는 하우스텐보스보다 높을 정도라고 이번 여행의 ‘회심의 장소’라 강조했던 나가사키의 동물원 바이오 파크는 직접 가보니 정말 ‘자연친화적인 동물원’이라는 건 이런 거겠구나, 싶은 곳이었다.
동물원을 산을 깎아 길을 잘 다듬어서 전체적으로 걷기 좋은 등산로처럼 만들었는데 표지판을 따라 돌다보면 무리없이 편안하게 모든 동물들을 2시간 정도 안에 관람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전반적으로 동물과 사람의 거리가 매우 가까운 편이고 넓은 공간에서 동물들도 각자 ‘생활하고’ 있는 느낌이라 기존에 봤던 동물원의 동물들보다 생기가 도는 것도 인상적.
여행 둘째날 일정이었는데 이날 비가 꽤 많이 내려서 ‘일단 볼 수 있는 것만 보자’ 하고 들어갔다.
비가 제법 오는 날씨에 비해서 다니기는 나쁘지 않았고 카피바라라든지 유명한 몇몇 동물들은 보고 나오긴 했는데 다 보고 돌아와서도 비 때문에 놓친 미어캣이라든지 몇몇 동물들이 아쉬워서 결국은 날씨가 화창하게 개인 넷째날 다시 한번 오전에 들르기로 결정.
첫번째 갔을 때 이렇게 정말 바로 앞에서 볼 수 있었던 플라밍고는 오히려 맑은 날에는 저 멀리에서 떼를 지어 자고 있어서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길거리에 빨간 게들이 돌아다니는 게 신기하더란…(비오는 날이라 맨질맨질 더 예쁘게 보임)
이 동물원의 마스코트는 바로 카피바라.
설치류 중에 몸집이 가장 크다는 이 동물은 다시 말해 덩치 큰 쥐….(….)
찾아보니 은근은근해 보이는 눈빛과 느긋한 움직임 때문에 웹에서 ‘귀여운 동물’로 가끔 게시물이 올라오기도 하더란. 실제로 보면 은근은근한 눈빛이 중독성 있긴 한데 덩치가 커서 무섭다.; 보통 꿈쩍도 안 하거나 천~천히 돌아다니는데 나는 우연히 봐버렸다. 저 넘이 우다다다 뛰는 것을….(진짜 무섭더라)
보면 볼수록 뭐 저런 게 다 살아있을까 싶은 신기한 동물이었다.;(사진은 이틀동안 찍은 것들이 섞여있음)
카피바라를 보고 나오는 길에 지나는 곳이 바로 미국너구리 우리.
너구리가 아무래도 이런저런 감염 문제라 공격성 때문인지 얘들만 유리 우리에 갇혀 있는데 우리는 이번에 이 동물원에서 너구리의 매력에 열광했다.
사람이 다가오면 일단 모두 우르르 유리창으로 달려와 달라붙는데 자판기에서 먹이를 뽑아서 서면 그야말로 백만관중 앞에 선 아이돌이 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오빠~~’라고 부르듯이 일제히 손을 올리고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우르르 우르르 창에 매달려 이동하는데 이게 진짜 대단하다(…)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첫날에 가서 먹이를 한 두개쯤 뽑아 뿌려주고 손을 털며 ‘바이바이~’ 하고 큰 소리로 말했더니 너구리 중 절반 넘게가 창가에서 휙 돌아서 가버렸다.(…) 정말 어느 정도 알아듣는 건지 궁금해서 두번째 간 날도 해보려고 했는데 그 날은 더운 낮시간이라 그런지 자고 있는 너구리가 많아서 구분하기 어렵더란.
동물원 입구 옆에 작게 붙어있는 카페로. 개, 고양이나 기니피그, 토끼 등등을 만져볼 수 있는 곳인데 여기는 우리나라에도 있는 고양이 카페 같은 곳과 별 차이가 없어 두번째 간 날은 스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