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을 걷기에 너무나 화창해서 뿌듯하기까지 했던 두번째 방문.
사실 우리는 얘를 가까이서 보겠다고 한번 더 온 거다…
우리 앞 경고문을 보면 ‘얘들이 혹시 길에 돌아다니고 있을 수도 있는데 그러고 알아서 집 찾아가니 걱정마시라’ 라고 되어 있어서 ‘오오, 길에 돌아다니는 미어캣을 볼 수 있는 건가! *.*’ 하고 기대했는데 이 날은 얌전히 우리에서 망만 보고 있어서 좀 아쉬웠다.
다시 이런저런 동물들을 지나서…
비 오는 날에는 처마 밑에 비를 피하고만 있던 원숭이들이 날씨가 좋으니 아주 살판(…)이 나서 사람들을 공격(?)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나무에서 사람을 발판 삼아 이동하는데 앞에 먼저 들어와있던 가족들이 먹이를 사서 손에 들었더니 저렇게 주렁주렁 매달리기 시작.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먹이를 살 엄두가 안 나서 우리 세 식구는 최대한 나무가 닿지 않는 길 한복판에 서서 앞 가족이 원숭이들에게 인기 폭발인 것을 구경만 하고 서둘러 빠져나왔다…; 옆사람 왈 ‘귀신의 집보다 무서웠다’고…
두번째 갔을 때 가장 큰 수확은 아마 이 캥거루 우리가 아니었을까 싶다.
비 오는 날에는 후반부에 서둘러 나오느라 있는지도 몰랐다가 날씨가 좋으니 그제서야 저기에도 들어갈 수 있구나, 했는데 흔히 사진에서만 보던 엄마 뱃속의 새끼 캥거루도 직접 보고 테이블 근처로 다가오는 캥거루들은 만져볼 수도 있어서 린양이 정말 좋아했다.
좀 무서웠던 건 뱃속에 새끼 캥거루를 넣고 풀을 뜯던 어미 캥거루를 좀 가까이 다가가서 구경했더니 어느 사이엔가 저 멀리에서 두다다 뛰어와서(!) 접근하던 수컷 캥거루!
키가 성인 남자보다도 크게 보일 정도였는데 진짜 순간 쫄았다.(…)
캥거루가 그렇게 순한 동물은 아닐 것 같은데 이렇게 풀어놓고도 별 사고가 없었던 걸까 좀 궁금하기도…(우리 앞에 경고문이 붙어있긴 하다. 새끼 캥거루 쫓아가지 말라고, 그러면 어미 캥거루가 너를 쫓아갈 거라고… 이건 무슨 리암 니슨도 아니고.)
1994년 일본에서 처음으로 하마를 인공 포육한 것으로도 유명하다고. 하마가 너덧마리쯤 보였는데 부모 하마, 딸 하마, 그리고 외부에서 데려온 사위 하마라고 한다.
산에 있는 동물원이라 그런지 폐장 시간이 4시 반으로 좀 이른 편.(해만 떨어져도 아무것도 안 보일 것 같긴 하더라)
입장료가 어른은 1700엔, 초등학생은 800엔으로 시설에 비해 저렴한 편. 연간회원권은 성인은 4000엔, 어린이는 2000엔이라고 하니 집 근처에 이런 곳이 있으면 정말 그거 하나 끊어놓고 들락날락 하고 싶었다.
실제로 첫째 날 카피바라 우리에서 굉장히 나이가 있는 외국인 노부부를(할머니는 심지어 휠체어를 타고 계시는) 만났는데 두번째 갔을 때도 똑같이 카피바라 우리에서 다시 만났다. 아무래도 근처 사시면서 매일 오시는 게 아닐까.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나가사키 관광에서 꼭 포함시키라고 추천하고 싶은 곳.
Responses
아이들 데리고 가기엔 정말 좋은 곳이네요!! 안 그래도 요즘 혼자서라도 일본 여행 가고 싶어서 끙끙 앓는 중인데ㅠㅠㅠㅠ 2006년도에 후쿠오카/나가사키/유후인 이렇게 다녀왔는데 그때 너무나 즐거웠기에 지금 후쿠오카 여행기 올리신 거 읽으니 저까지 다녀온 것마냥 기분이 좋아졌어요. +_+
저 동물원 찍고 유후인에서 온천 하면 딱일 거 같아요. : ) 관리도 너무 깔끔하게 되어있고 붐비지 않아서 애들 데리고 가기 정말 좋더라고요. 우리나라에도 저런 컨셉이 있으면 자주 갈텐데 말이예요.
다음번에 가면 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