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는 유후인.
동물원 들렀다가 유후인 가는 도중에 있는 토스 프리미엄 아울렛에 들러 린양 가을옷, 10월생일 친구 몇몇 선물용 옷 등등을 사고 다시 이동했더니 숙소 근처에 도착할 즈음에는 이미 해가 다 져버렸다.
구글 맵이 확실히 지방으로 갈수록 정확도가 떨어지는 느낌이라 몇년 전 오키나와에서 동네 골목길로 들어갔다가 식겁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가로등 하나 없는 시골 논길을 차를 몰고 더듬더듬 헤매다 결국에는 차에 내장된 네비의 도움으로 숙소에 도착.

이번에 묵은 곳은 고린카(五輪花)라는 이름의 료칸이었는데 숙소에 노천온천이 붙어있고 식사가 하나도 제공이 안 되는 대신 비용이 저렴한 편이었다.(일식으로 식사 나오고 노천온천 붙으면 보통 1인당 2만엔은 잡아야 하는데 저기는 세 식구 합쳐서 한 사람 가격 정도)

저녁 7시쯤 도착했는데 방 안내해주시는 분에게 물으니 유후인 역이 가까운 편이라 식사는 거기에서  사오면 된다길래 나는 짐 정리하고 옆사람은 저녁을 구하러 출동.
도시락 몇몇가지 사서 들어온 옆사람 말로는 7시면 동네 마트마저도 닫아버리는 것 같단다. 갔던 도시락집만 호황이었다고. 그야말로 해지면 다들 집에 가는 분위기의 동네인갑다..;(저녁이 있는 삶을 사는 분들이로고)

일종의 웰컴 서비스? 온천에 띄우고 마실 수 있도록 일본주와 에다마메를 준비해주는데 아이가 있다고 요구르트도 하나 넣어주는 센스.

수온은 40도 정도? 하코네 갔을 때 묵었던 곳보다는 훨씬 낮은 편이라 부담없이 드나들기도, 천천히 있기도 좋았다.(하코네 쪽은 꽤 높아서 한번 들어가면 애가 벌겋게 익어 나왔음;;)

체크아웃은 다른 곳보다 약간 이른 오전 10시.
린양은 나가기 전에도 실컷 들어갈 거라고 8시부터 일어나서 부산을 떨며 들락날락. 짐 정리해서 차에 싣고 주차해둔 후 유후인 거리 구경에 나섰다.
깜깜한 밤에 언뜻 보고 온 옆사람이 잠깐이면 휘딱 둘러볼 수 있을 것 같다 했는데 막상 길을 나서니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가득이라 예상했던 시간보다 훨씬 오래 걸려서 덕분에 마지막에 하카타 역에 한번 더 들르려 했던 스케줄은 날려버렸다.

낮에 본 유후인은 조용하고 고즈넉한 그야말로 차분한 시골 마을이라 너무 마음에 들었다. 이런 곳을 다니다보면 인생 별거 있겠나, 이런 데서 조용히 사는 것도 좋을지도 싶다.

이 동네의 특산품(?)은 물에 젖으면 벚꽃무늬가 올라오는 우산인 모양. 마침 쓰던 우산이 하우스텐보스 간 날 강풍에 시달리느라 너덜해져서 접이식으로 하나 샀는데 비는 언제 오려나.

지나다가 들린 무려 ‘고양이 저택’이라는 이름의 가게.
고양이 관련 장식품들, 2층에는 우리 안에 실제 고양이 두마리를 키우고 있어서 한참 구경하다 나왔다.


옆사람이 전날부터 뭔 ‘금산 고로케’를 먹어봐야한다고 챙겨대서 대체 금산은 뭐여, 했는데 ‘금상’ 고로케였다…. 금상 받은 고로케라고. -_-;
금상을 받았다는 ‘금상 고로케’와 ‘치즈 고로케’ 두 가지를 사봤는데 정말 맛이 있긴 했는데 우리 식구 입에는 상을 받았다는 것보다 치즈 고로케가 더 맛있었다…;

나중에는 시간이 좀 빠듯하긴 했지만 그래도 유후인 거리는 쭉 다 훑고 공항으로 출발.

이렇게 올해 여행은 끝.
나는 이번 일정 중에서는 유후인이 가장 좋았고 한번쯤 다시 와서 2박 정도 하면서 거리도 천천히 하나하나 구경하고 동네도 좀 걸어다녀도 좋을 것 같다.
언제쯤 다시 오게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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