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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5년 시인 김정식(김소월의 본명)이 경성 우체국에서 보낸 소포. 내용물은 1925년 초판본 디자인의 김소월의 시집, 진달래꽃. 이런 아이디어 굉장히 멋스럽다. : )

이 책의 원본은 김소월의 스승인 김억 시인이 운영하던 경성의 매문사에서 자비출판 형태로 단 1쇄만 인쇄가 되었다.
1925년 당시 시집은 200부 정도 초판을 찍었고, 책 자체가 상당히 고가여서 책 10권이면 쌀 한 가마 가격이었다.
어쨌든 200권(추정)의 책은 전쟁통에 모두 사라지고, 현재 국내에 남아 있는 진달래꽃 초판본은 단 4권이며 모두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제470호)로 지정된 상태이다.

여기에는 흥미로운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사실 진달래꽃은 두 가지 판본이 존재한다.
첫번째는 표지에 <진달내ㅅ곳>이라고만 쓰여진 책이며 중앙서림 총판에서 유통을 하였다.(2권 잔존)
두번째는 표지에 <진달내꽃>으로 표기, 진달래꽃이 그려진 책이며 한성도서주식회사 총판에서 유통을 하였다.(2권 잔존)

헌데 두 책 모두 발행일이 같다.

두 판본을 비교한 결과, 매문사 발행은 동일하나,
1. 한성도서 총판본 : 본문이 갱지이며 편집상 오류가 눈에 띈다.
2. 중앙서림 총판본 : 편집오류가 훨씬 적고 본문이 모조지다.

따라서 동시에 찍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은 거의 확실하며
1 발행 후 편집오류를 수정하여 2를 발행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하지만
2는 표지 제호가 1930년대 표준한글표기법이 제정되기 전의 모습이고
1은 표기법 제정 후의 모습을 하고 있으므로 2가 먼저 출간된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등등 의견이 분분하나,
모종의 이유(저자의 허락 없이 급히 증쇄한 게 아닐까 하는)로 2 인쇄후 1을 찍었다는 의견이 다소 우세한 상황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두 가지 판본이 모두 문화재로 지정이 되었다.
이 책은 그 중에 표기법 제정 전에 출간된 중앙서림 총판본을 편집 저본으로 삼았다.

라는 것이 출판사의 설명.
(저자의 허락 없이 급히 증쇄라니 그때나 지금이나 참…-_-)

시는 학교 때 자주 접했어도 김소월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바가 없었는데 책 받고 궁금해서 찾아보니 이 책 출간 후 서울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고향에 내려가 동아일보 구성지국을 어렵게 운영하다가 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음독자살 하였다고.

현대어로 다듬어진 것보다 오히려 이렇게 맨 처음 모습의 시를 접하는 것도 신선했다.
읽다보니 학교 때 생각나서 오히려 집중하게 되네;;




이건 부록으로 온 엽서. 혼마치(명동)의 모습.

뒷면의 문구는 좀… 오글거린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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