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이러한 기술 혁신에도 불구하고 스피드그래픽을 조작하려면 여러 단계가 필요했다. 사진기자들이 사진 한 장을 찍을 때마다 필름 홀더를 바꾸고 플래시 전구를 교체하고 셔터를 당겨야 했다. 그러고 난 뒤 앞에서 벌어지는 장면을 바라보며 카메라 초점을 맞추고 렌즈 구경을 적당하게 설정해 알맞은 순간에 셔터를 누른 순간 사건이 일어나지 않으면 재빨리 이 모든 절차를 반복해야했다. 카메라를 재설정하는 동안 좋은 사진이 나올 만한 상황이 벌어질 경우 불과 몇 초 차이로 일찍 셔터를 눌렀던 사진기자는 그 장면을 영원히 놓치고 말았다.

이렇게 번거로운 과정을 극복해야했던 시절부터 인류가 꿋꿋하게 남겨온 ‘사진’이라는 기록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보니 그 긴 시간 동안 어쩌면 그렇게 쉬임없이 잔혹함이 반복되고 있는지.

‘퓰리처상 사진’이라고 하면 막연하게 인상적으로 포착한 역사적인 순간, 일 것이라고 생각해서 가볍게 잡았는데 정작 펼쳐보니 간간히 감동적인 작품들이 있긴 해도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 전쟁, 기아,  서로 죽고 죽이는 모습들이라 다 읽고 나면 가공되지 않은 날것으로 현대사를 짚어나간 기분이 들어 대단히 우울하다.
더불어 누군가가 건물에서 떨어지는 순간이라든지 이미 사망한 사람의 모습이 찍힌 사진을 실으며 우리 사회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라고 말하지만 그 긴 시간동안 이런 사진들로 그렇게들 경각심을 가졌어도 여전히 세상은 별로 변한 게 없는 것 같아 부질없이 느껴지기도.

백년 전에도 전쟁 속에 사람들이 죽어갔고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 어디에선가는 끊임없이 테러, 전쟁이 벌어지고 있고 누군가는 기아 혹은 자연재해, 사고로 죽어가고 있으며 그 순간을 포착한 사진은 내년 퓰리처 상 후보에 오르겠지. -_-; (찾아보니 올해 2016년 퓰리처상은 두 팀이 받았는데 역시나 양쪽 다 시리아 난민에 대한 사진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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