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겨울에 와보니 막상 캠프 경험으로는 좀 아쉬워서 큰 맘 먹고 여름에 다시 한번 도전.

그래도 한번 해봤다고 캠프 신청(겨울과 같은 곳), 집 구하기 등등 그럭저럭 지난번보다는 덜 고민하며 마치고, 없으면 가서 사서 쓰지 뭐 하는 나태한 마음가짐으로 출발 전전날에서야 꾸물꾸물 짐을 챙겨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10시간 비행기 타는 것도 비행기가 지난번보다 시설이 좋아서인지 한번 왕복을 해봐서인지 좀 덜 괴롭고, 드럽고 치사해서 불법체류 따위 하지 않으리라 마음먹게 만들었던 입국 심사도 이번에는 휴가철이라 그런지(생각해보니 한 겨울에 ‘휴가’를 한달이나 지내다 가겠다고 하면 이상해보였을지도…) 좀 덜 빡빡한 느낌. 게다가 우리가 선 창구의 직원은 뭔가 싱글벙글한 느낌의 아즈씨였는데 여권 보면서 ‘니네 생일이 사흘 차이네?’ 뭐 이런 잡담 던지더니 지문 찍는 곳을 가리키며 갑자기 한국어로 ‘오른손~’, ‘엄지~’, ‘왼손~’, ‘엄지~’를 외치더란. 린양 여권 사진 보면 한국어로 ‘이쁘다’ 라고 립서비스도 날려주시고.(…)
이번에는 뭘 물어볼지 긴장해서 여러 대답을 미리 고민했는데 생각보다 쉽게 지나왔다.

출발 전에 수인님이 ‘여기는 몹시 선선해요, 마치 에어컨이 켜져 있는데 안 꺼지는 느낌?’이라길래 30도를 넘나드는 습한 한국땅에 있다보니 아무리 그래도 여름인데… 하는 마음에 차마 두꺼운 옷에는 손이 안 가서 소심하게 옷을 챙겨왔더니 믿을 수 없게 정말 완전한 초가을 날씨.(14도에서 24도 사이) 심지어 실내는 썰렁할 정도라 오자마자 우리같이 게으른 자들이 바로 아울렛으로 날아가 실내에서 입을 긴팔 트레이닝복을 한벌씩 맞춰 왔다. -_-;
상상했던 것보다 날씨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1년 돈 모아 여름이면 여기로 피서오고 싶다!’를 외쳤더니 옆사람이 ‘그 돈이면 그냥 한국에서 에어컨을 편하게 틀고 살라’더란.(쳇)

이번 집은 에어비앤비 통해 구했는데 전문적으로 숙박으로만 돌리는 집인 듯.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이 아니라 기본적인 가재도구들이 너무 형편없어서 한달 편하게 지낼 초기 투자비용이라 생각하고 우리의 친구 이케아(집에서 가까운 데에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에서 간단한 것들은 구비 완료. 그럼에도 끝없이 크고 작은 필요한 게 생기는데(크게는 밥솥부터 작게는 밥주걱, 젓가락까지) 근처에 빌릴 곳이 있어 너무 감사한 일이다. 숙소가 이런 곳일 줄 알았으면 옷을 대폭 줄이고(…) 가재도구를 챙겨오는 거였는데.( ”)

지난번 집보다 편한 건 샤워시설이 좀더 멀쩡하고 세 식구가 더블 침대에 끼어자야 하는 상황은 아니며(린양이 겨울보다 더 커서 이제 정말 무리…) 궁금한 건 집주인에게 문의하면 바로바로 답도 오고 난방시설이든 뭐든 편하게 쓸 수 있다는 점?(아, 현관 자물쇠도 멀쩡한 거 같다)
처음에 집에 들어왔을 때는 사람이 살다가 잠시 비운 지난번 집보다는 아무래도 좀 황량한 느낌이었는데 주말 내내 밥해먹으며 지내다보니 또 이제 이 집에 그럭저럭 적응하는 중.

린양은 오늘 캠프 첫날.
겨울 캠프는 대부분 실내 활동 위주의 보육 느낌이었는데 여름 캠프는 그때보다 커리큘럼이 화려해서 클라이밍, 볼링, 영화감상 등등 정신없이 돌아가는 모양. 영어가 아니라 생존능력이 늘어올 것 같다.(뭐라도 늘어 와라)

어쨌거나.

여전히 나는 시차적응은 쥐약이고 이번에는 린양도 옆사람도 지난번보다 고전 중이라 어제밤에는 세 식구가 정말 돌아가며 밤을 꼴딱 샌 것 같다. 오늘 각자 자기의 장소로 출발했으니 밤에는 좀 멀쩡히 잘 수 있으려나.
오늘부터 나는 다시 도시락 메뉴로 고민.

b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