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어제 비긴어게인에서 정승환이 이 곡을 부르는데 가사가 너무 좋아서 원곡을 찾다가 뮤직비디오를 틀었더니 잔잔한 사랑에 대한 내용일 거라는 예상과는 너무 달라서 한참을 넋을 놓고 봤다.

정승환이 노래하는 ‘도망가자’는 손 내민 이와 ‘정말 도망가도 될 것 같은’ 사랑하는 사람의 위로 같다면 선우정아의 원곡은 좀 다른 각도로 가슴을 울리는 결국 도망갈 수 없는, 그 권유만으로 고마운 위로.
비긴어게인에서 이 곡을 들으며 눈물을 훔치던 어느 아이 엄마는 아마 이 원곡과 뮤직비디오를 본 사람이었나보다.

도망가자
어디든 가야 할 것만 같아
넌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아
괜찮아

우리 가자
걱정은 잠시 내려놓고
대신 가볍게 짐을 챙기자
실컷 웃고 다시 돌아오자
거기서는 우리 아무 생각말자

너랑 있을게 이렇게
손 내밀면 내가 잡을게
있을까, 두려울 게
어디를 간다 해도
우린 서로를 꼭 붙잡고 있으니

너라서 나는 충분해
나를 봐 눈 맞춰줄래
너의 얼굴 위에 빛이 스며들 때까지
가보자 지금 나랑

도망가자
멀리 안 가도 괜찮을 거야
너와 함께라면 난 다 좋아
너의 맘이 편할 수 있는 곳
그게 어디든지 얘기 해줘

너랑 있을게 이렇게
손 내밀면 내가 잡을게
있을까, 두려울 게
어디를 간다 해도
우린 서로를 꼭 붙잡고 있으니

가보는 거야 달려도 볼까
어디로든 어떻게든
내가 옆에 있을게 마음껏 울어도 돼
그 다음에

돌아오자 씩씩하게
지쳐도 돼 내가 안아줄게
괜찮아 좀 느려도 천천히 걸어도
나만은 너랑 갈 거야 어디든

당연해 가자 손잡고
사랑해 눈 맞춰줄래
너의 얼굴 위에 빛이 스며들 때까지
가보자 지금 나랑

도망가자

가끔 이렇게 우연히 마음에 드는 곡을 찾으면 세상에는 아직 내가 모르는, 내가 좋아할 수 있는 곡들이 얼마나 많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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