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1
거의 1년 반만에 염색을 하러 갔는데(물론 미용실은 머리 자르느라 보름 전에 한번 갔었다) 이제 거의 3~4년째 얼굴 보고 있는 헤어 디자이너 분이 지난번에 머리 자를 때 슬슬 흰머리가 늘어난다고 말했던 걸 기억하고 있었는지

“머리 색은 짙게 할까요, 밝게 뺄까요. 근데 흰머리 나기 시작하면 밝은 색이 나아요.”

라고 해맑게 뼈때리며 추천해주었다. 😢 (배우 박해미가 흰머리 때문에 자주 염색할 경황이 없어서 금발에 가깝게 탈색을 했다더니…)

#2
염색이 끝나고 정리하면서 갑자기 요즘 넷플릭스에 뭐 볼 거 있느냐고 묻길래
“원래 넷플릭스가 볼 게 많아 보이는데 정작 틀면 첫화면에서 스크롤만 하다 끝난다잖아요.”
라고 했더니 뒤쪽에 좀 멀찌감치 서서 대기 중이던 보조 직원분이 너무 격하게 끄덕끄덕하는 게 거울에 비쳐서 재미있었다. 누구나 공감하는 넷플릭스의 단점…

갑자기 ‘보건교사 안은영’이 생각나서 괜찮더라고 추천했더니 헤어 디자이너가 무슨 내용이냐고 물었다.

“어… 음… 보건교사가 장난감 칼 들고 다니면서 젤리 잡는 이야기요…?”

틀린 이야기는 아닌데 말로 하니 새삼 어이없는 내용이로고…

#3
평소에는 염색 끝나면 마지막에 드라이해줬던 것 같은데 오늘은 고데기로 쫙쫙 펴주길래 별일이네, 하고 집에 왔는데 와서 거울 보니 의도를 알 것 같다.
‘다음에는 머리 펴러(펌하러) 오세요…’
고데기로 머리를 폈더니 오랜만에 사람 꼴일세.

#4
이마트 모바일 상품권을 받은 게 있는데 당연히 종이 상품권처럼 바로 ssg 사이트에 등록해서 쓸 수 있을 줄 알았더니 이건 이마트 키오스크에 가서 종이 상품권으로 교환해야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쓸 수 있단다. 모바일 상품권을 바로 모바일에서 쓸 수 없다는 아이러니. 🤔
아무튼 교환할 수 있는 기한이 얼마 안 남아서 오후에 잠깐 옆사람과 이마트에 다녀왔다. 생각해보니 오프라인 대형 매장을 간 게 코로나 시작되고 처음이었는데 상품권만 바꾸고 그냥 나오기 좀 아쉬워서(마침 사람도 거의 없길래) 오랜만에 후딱 한바퀴 돌고 몇가지만 집어 계산하고 나왔는데 대형 매장에서 물건을 직접 눈으로 보고 사는 게 생소하고 기분 전환도 되더라.

이마트 매장 바로 옆에 크게 자리잡고 있던 파리바게트는 사라졌고 푸드코트 매장은 황량했다.

#5
동네에 정말 오래된, 맛이 괜찮은 중국집이 한동안 전화를 안 받아서 가게를 접었나? 했는데 얼마전에 혹시 해서 다시 걸어보니 같은 이름 중국집으로 연결됐다. 받은 사람 목소리도 바뀌었고 음식을 받아보니 맛도 예전과 달라서(달라지긴 했으나 다행히 맛이 떨어지진 않았음) 누군가 가게를 넘겨받았나보다 짐작만 했는데 오늘 이마트 갔다 오는 길에 보니 그 중국집 가게 자리는 휑하니 비어 있었다.
우리는 당연히 그 자리에 새 가게가 들어왔겠거니 했는데 그게 아니라면 우리가 시킨 음식은 대체 어디에서 오는 건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다음에 주문할 때는 ‘거기 매장 위치가 어떻게 되는지’ 물어봐야 할 판. 🤔 (이게 무슨 괴담같은 이야기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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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responses

  1. 중국집은 전화번호만 거래하잖아.. 배달음식점은 상호만 다르고 같은곳에서 각기 다른 번호로 주문만 받는.. 그래서 전화받을때 상호 안말하고 “네~ 중국집입니다~” 하는 식으로.

    1. Ritz

      배달온 음식 맛이 비슷한데다가 원래 가게가 워낙 오래되고 큰 곳이라 그냥 새 주인이 들어갔겠거니 했지. 그렇게 오래된 가게도 접은 걸 보니 마음이 스산해지더라고.

      1. 워낙 시절이 좋지 않으니… 얼른 지나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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