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초에 그림을 좀 그려볼까 하고 아이패드와 애플 펜슬을 샀었는데 오르내리는 확진자 수에 스트레스가 같이 오르내려서 어느새 관심이 멀어지고 당연한 수순으로 지금은 린양이 그 두 가지를 잘 쓰고 있다.
원래 유치원 때부터 다니던 미술학원에 중1 정도까지는 방학 때 잠깐씩이라도 계속 보낼 계획이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결국 그만두게 된 게 아깝기도 해서 그럭저럭 1년째 꾸준히 뭔가 그리고 있는 걸 보다보니 이왕이면 좀더 실력이 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욕심에 요즘 가끔 웹광고 같은 데에 뜨는 온라인 수업이라도 결제해줄까? 하고 물었더니 린양이 나에게 ‘엄마, 나는 잘 그리고 싶어서 그리는 게 아니라 그리고 있는 시간이 좋은 거야’라고 해서 들으면서 아차 했다. 나도 20년째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지만 이걸로 뭘 대단히 작가가 될 정도의 실력을 쌓겠다고 하는 것도 아니라 누가 나한테 좀더 잘 쓸 수 있게 글 쓰기 수업이라도 들어보라고 하면 굳이 싶을 것 같다.
애가 어릴 때 숫자 블럭만 좀 자주 만져도 얘는 수학에 재능이 있나?!→이과를 보내야하나? 하고 설레는 것처럼 부모의 자리에서는 아이가 무언가 좀 관심을 보이면 왜 이렇게 서둘러 그 길의 종점까지 상상하며 마음이 급해지는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이런 시기에 린양이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취미를 찾았다니 축하할 일.
나도 요근래 새로운 취미를 찾고 있는데 저 말을 듣고보니 ‘하는 동안’ 즐거운 것보다 ‘처음부터 잘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고 있어서 잘 안 보였나 싶다. 즐거운 취미를 찾은 딸내미가 매우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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