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니 지난 응급실행의 발단은, 사소하고 뜬금없지만 베개가 아니었나 싶다.
일단 그 즈음에 ‘요즘 중간에 깨지 않고 잘 자고 일어나는데?’ 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수면에 문제가 없었고, 그 일이 있기 이틀 전쯤 마침 날이 따뜻해졌길래 봄이불을 꺼내면서 그 김에 기분전환 삼아 베개 솜을 바꿨더랬다.
기존에 쓰던 것과 같은 브랜드 물건인데도 유난히 솜이 빵빵해 보였고 빨리 길을 들여야 할 것 같아서 별 생각 없이 이틀동안 베고 잤는데 아침마다 마치 밤새 고개를 직각으로 세우고 잔 마냥 수면의 질이 엉망이었고 사흘째 되던 날에는 결국 그게 쌓여서 영향을 미친 게 아닌가 싶은데…
아무튼 병원에 갔다온 날 일단 베개를 치우고 좀 큼직하고 낮은 쿠션을 써봤는데 이건 또 머리와 목이 넘어가는 각도가 안 맞는지 하루 자 보니 정수리가 뻐근하다.
원래 쓰던 베개솜은 주말에 분리수거날 버리려고 이미 다용도실에 내놔서(다행히 지저분한 곳에 두지는 않았지만) 새 베개 솜을 빼서 원래 쓰던 것과 비슷한 높이로 맞춰볼까? 잔머리를 굴려보다가 결국은 당장 살고 보자는 생각에 쓰던 걸 도로 가지고 들어왔는데 다행히 그 뒤로는 예전과 비슷하게 수면 중.
문제는 이 베개를 평생 쓸 수는() 없는데 다음은 어째야 하나 좀 고민이 된다.
이 나이에 무슨 애착인형도 아니고 버릴 수 없는 베개라니, 이런 난감할 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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