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개봉 전부터 빵빵한 홍보로 관객들의 기대 수치를 왕창 올리고 있었던 영화 ‘무사‘가 드디어 개봉을 했습니다.
이런 영화는 늦게 보면 자꾸 주변에서 이야기를 듣게 되고 그럴수록 재미도 반감될 것 같아서 다른 때보다 서둘러 영화를 봤네요(게다가 지금 안보면 마감에 들어가게 되기 때문에.. ==).

이미 오만 프로그램에서 이 영화에 대해 알려주려고(!) 하고 있고 본의 아니게 평론가들의 평도 몇개 봤습니다만, 역시 평론가들의 글은 저같은 우민은 굳이 신경쓰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하게 되더군요.
여러가지 이야기야 영화를 보시면 알게 될 듯 하니 그저 느낌을 이야기하자면, 아쉬운 점도 많고 무언가 미연소…되었다는 느낌도 들었지만, 그래도 어쨌거나 대단한 수작이었습니다.
제가 영화를 보기 전에 본 평론가들의 평의 가장 큰 주류는 캐릭터들간의 감정이 영화 전반에 걸쳐 채 숙성되지 못한 채 끝났다…는 것이었습니다만, 제가 보기에 2시간 반이라는 꽤 긴 러닝 타임(원래는 4시간이었다는데, 사실 4시간이었다면 끔찍했을 것 같습니다. 4시간 동안이나 할 만한 이야기는 없어 보였거든요)을 비교적 지루하지 않게 끌고갔다는 점에서, 그리고 크게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없었던 점에서 굳이 더 이상 바랄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액션과 스토리, 이 두가지를 다 잡는 작품이라는 게 과연 존재할지도 의심스럽습니다만…==). 극중에서 정우성과 장쯔이의 러브 테마가 미약했다..고는 하지만 영화를 보면 아시겠지만, 그 이상 화그르르 타올랐다면 그게 더 어색했을지도(얼굴 몇번 마주치고 지글지글한 애정이라는 건 왠지…. ==;).

끝도 없이 펼쳐지는 사막이라든지 시원스럽게 말을 달리는 장면, 그리고 기존의 무협이 아닌 정말로 리얼한 전투장면들은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더군요. 정우성의 창 휘두르기라든지 주진모의 칼솜씨, 안성기의 화살 쏘는 장면 등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극 중간에 마차 전투신(!) 같은 것은 왠지 서부극을 연상시키는 것이 꽤 색다르더군요.

전반적으로는 후까시 만빵의 정우성 띄워주기…입니다만, 그래도 나머지 캐릭터들의 개성도 꽤 잘 살렸습니다. 대부분의 캐릭터들이 연기를 잘 했지만(전 주진모가 연기하는 작품은 처음 봤는데, 역할에 꽤 잘 어울리더군요) 무엇보다 안성기의 연기는 정말이지 저 사람이야말로 한국의 숀코네리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제 원숙함과 중후함을 갖추고 있었습니다(게다가 적절한 배역. ==; 사실 안성기가 장군이라고 하면 누가 믿겠습니까…;;).
장쯔이는 ‘와호장룡‘에 이어 이번에도 결코 관객들에게 예쁘게 보일 수 없는 못할 역할이었습니다만, 그래도 공리의 뒤를 잇는 배우라는 평가가 틀린 말은 아니더군요. ‘공주‘라는 이미지를 가장 잘 살린 적절한 캐스팅이었습니다.

영화를 보실 분이라면 반드시 영화관에서 보길 권합니다. 화면이 작고 소리가 부실한 곳에서 본다면 보는 시간이 약간은 지루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싶더군요.
그림을 하나 올리려고 보니 공식 홈페이지에 포스터 그림이 여러장 있었습니다만, 제가 가장 이 영화에 어울린다고 느낌이 오는 것은 이 그림이었습니다. 이런 멋진 황혼은 나오지도 않습니다만, 이 영화는 다른 포스터 그림처럼 캐릭터 하나하나가 부각되는 것이 아니라 이 포스터처럼 영화 속 캐릭터들이 모여 관객에게 전달하는 그 ‘어떤‘ 이미지가 더 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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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responses

  1. 河伊兒

    저는 그 평론가들이 작년에 한 일을 알고 있죠.(영화제목이냐.) 비싼무와 딴적비연수를 걸작인양 열심히 떠받들지 않았던가요? [09/17]

  2. 리츠코

    영화를 보고나면 이 영화를 까대는 평론가들의 글이 어딘지 ‘악의‘가 있다고 느껴지기도 하더군요. ==;(기자들한테 밑보인 거 있나..) [09/16]

  3. 河伊兒

    아차, 미중년 안성기씨의 호연을 빼먹을 뻔 했군요. [09/16]

  4. 河伊兒

    저도 이제서야 봤습니다. 이만한 작품을 까대는 평론가는 과연 누굴지…
    주연들도 그만하면 괜찮지만, 주진모를 보좌하는 별장이라든지 , 몽고장수(람불화)등등 조연들도 나이스 중년이라 맘에 들더군요.^^ [09/16]

  5. 리츠코

    난 JSA 보는 줄 알았어. ==; [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