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며칠 전에 트위터에서 팔로워 수가 꽤 많은 분에게 멘션을 하나 보냈는데, 별 말 아니었는데 ‘좋아요’가 60개 넘게 찍힌 일이 있었다.(대체 그 멘션은 왜 그렇게 많이 찍힌 건지 지금도 모르겠다) 그러면서 몇몇 사람들이 여기로 들어왔었나본데 리퍼러를 보니 누군가가 ‘대선’, ‘선거’를 검색해서 내가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 가늠해보려다 그냥 나간 흔적이 있었다.

20년 넘게 블로그를 쓰고 있지만 어지간하면 선거나 정치 이야기는 여기에 남기지 않는다. 쓰다보면 폭주하기 마련이라…🙄

아무튼 선거가 끝나고 내 마음을 좀 달래야 할 것 같아 뉴스 사이트를 끊었어도 트위터를 줄이지 않는 한에는 이런저런 일들이 눈에 들어올 수밖에 없어서…

선거가 아닌 무속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저런 이야기를 볼 때마다 생각나는 지인이 있는데, 그 사람은 너무나 강하게 ‘남편 관운을 올려주는’ 사주라 해마다 사시, 행시 붙은 사람들 선자리가 줄줄이 들어와서 본인 말로도 한 해 기수를 다 만나본 것 같다고 했을 정도였다. 그래서 어린(?) 마음에도 저런 쪽 사람들은 사주 같은 걸 어지간히 믿는구나 했었는데.

아무튼 그래서 그 사람이 결국 판검사나 고위 공무원을 만나 남편을 출세시켰는가, 하면 그건 아니고 비슷한 쪽 사람과 결혼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헤어졌다고 들었다. 아무리 사주가 좋아도 같이 못 살면 무용지물.

두 번째 생각나는 지인은 ‘점을 보러 가면 무당이 그 사람 뒤에 더 큰 신이 있어서 아무것도 안 보인다’고 한다는 동창인데 그 친구에게 정말로 남들보다 뭔가 미리 보이거나 남이 안 보이는 게 보였는지, 혹은 사춘기의 허세였는지 이제는 알 수 없지만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건 한참 애들끼리 신나서 분신사바를 하고 있으니 지나가며 ‘오란다고 오고 가란다고 가는 귀신이 뭘 그렇게 알고 있겠니’ 라고 했던 말은 가끔 한번씩 생각이 난다.(만화에 심취하거나 한 타입이었으면 어느 만화에서 본 대사인가 했을텐데 그런 쪽으로는 전혀 취미가 없었음)

공자는 괴이한 일, 엄청난 괴력에 관한 일, 세상의 윤리를 어지럽히는 일, 귀신에 대한 일을 말하지 않았다.
子不語怪力亂神

논어 [술이(述而)]편

지난 번에는 ‘나중에 알고 보니 이러저러 해서 그랬구나’ 했지만 이번은 그야말로 실시간으로 ‘이래서 저러는 거 아니야’ 구설이 끊임없이 오가니. 😑

비록 내 견문은 짧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무속이나 미신을 과하게 믿으면 무리하다 일이 어그러지는 경우를 더 많이 봤다.
아직 임기는 시작도 안 했고 앞으로 5년 내내 많은 사람들은 계속 저의를 무속과 연관해 해석할 텐데 많은 사람들이 난데없이 무속에 대해 추측하는 이 상황 자체가 정말 바람직하지 못해 걱정이다.

세상의 순리대로라면 설령 귀신이 있더라도 사람을 이길 수 없고 거기에 휘둘리면 패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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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responses

  1. Raoul

    저 공자님 말씀 너무나 좋아합니다… 유교 짱

    1. Ritz

      저도 저 말 좋아해요.
      이러니 저러니 해도 공자님이 맞는 말은 많이 하셨심…( ”)

  2. Tom

    조상님들조차 귀신에게는 대포를 쏴야한다고 주장했다는데 21세기에 이 꼴을 보게 될 줄 누가 알았겠나. 동서의 역사 공통으로 점복은 지배층이 민중을 달래는 퍼포먼스였을 뿐인데 이제와서 샤머니즘으로 정교일치를 보게 될 줄이야.

    1. Ritz

      라스푸틴 이야기 보며 비웃을 게 아닌 상황이네요.
      민중이 점복에 너무 빠지면 나라에서 금지해야 할 판에 이게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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