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공현진 해변)
코로나 시작되고 내내 집에만 있다가 꼬박 3년만에 휴가 여행.
확진자 수 늘어나는 기세도 심상찮아서 린양 방학식날 학교 다녀오자마자 바로 출발했다.

우리집 여행 프로세스는 보통 옆사람이 행선지와 일정 등등을 알아보고 나는 짐을 싼 후 실려갔다가(?) 돌아오면 짐을 푸는 식으로, 이번 여행 목적지는 고성의 라헨느 풀빌라 펜션.
2박3일 잡았는데 이틀 연속으로 비는 방이 없어서 나란히 있는 방을 1박씩 잡아 하루는 스파 펜션, 하루는 풀빌라 펜션에서 묵었다.

공황 진단 받고 차 타고 3시간 넘게 이동하는 건 처음이라 가방에는 상비약, 핫팩까지 부여앉고(나중에 숙소 가서 보니 배가 벌겋게 익었더라…-_-) 출발했는데 다행히 힘들지 않게 다녀왔다.

목적은 사람 부딪히지 않게 마스크 안 쓰고 바다를 보고 오자!
그리고 이 펜션은 이 조건에 완벽한 곳이었다. 분명히 다른 방에도 사람들이 있을 텐데 별로 마주치는 일도 없고 바닷가도 한적해서 마스크 없이도 부담없이 한껏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건물은 세운 지 좀 된 곳인지 시설이 아주 새 것은 아니었는데 주인이 관리를 깔끔하게 한 모양새였다.
Swarm에서 위치를 찍으니 별로 좋지 않은 내용의 평가 팁이 떴는데, 요약하자면 소위 ‘인스타 감성’의 통창 바닷가 뷰 사진을 원하면 아쉬울테고 우리처럼 가족 여행으로는 적당히 좋았다.(가기 전에 검색한 우리 같은 가족여행한 집 후기 글은 좋은 편이었음)

바로 앞이 바다라 나가지 않고 펜션 안에 앉아만 있어도 끊임없이 들리는 파도소리와 풍경은 충분한 힐링이었다.

첫날 묵은 방은 자쿠지가 있는 스파 펜션.

린양은 출발할 때는 바다 수영에 대한 로망이 있었던 듯했으나 막상 바닷가에 나가보더니 둥둥 떠다니는 미역과 모래밭의 갯강구(동숲에서 자주 봤으면서…) 등등에 질색하더니 이 물에서는 수영하지 않겠다고 선언. 그래도 발 적시며 적당히 잘 놀았다.

옆사람이 동해에 왔으니 그래도 일출은 봐야하지 않겠냐길래 일출 시간에 맞춰 주섬주섬 온 식구 일어났다. 누워서 편하게 보는 일출 최고…

타임랩스로 찍어본 일출.
구름이 많은 날이라 다음날 한번 더 도전해봐야지 했는데 둘째날은 아예 비가 와서 이 날 찍어두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다음날 펜션 주인분이 최대한 우선 정리하고 짐 옮겨주신다고는 했는데 어쨌거나 시간이 비어서 해변에서 잠깐 빈둥빈둥 사진도 찍고 해가 올라가니 더워지기 시작해서 근처 하나로 마트 들러 에어컨 바람 맞으며 구경하다가(…) 그러고도 시간이 남아 결국은 펜션으로 돌아와 시간 떼우기.

이번에는 풀빌라 방으로.

방에 들어가자마자 점심은 근처 중국집 짬뽕 테이크 아웃.
바닷가에 있어서 그런가, 해산물 인심은 좋더라. 맛도 있었음. -ㅠ-

수영을 바다에서 하기 싫으면 방에서라도, 라고 생각했는데 수심이나 길이나 이제 린양의 기럭지로 헤엄을 칠만한 규모는 아니었고 그래도 아쉬운대로 슬렁슬렁 놀다 나온 린양은 난데없이 배가 고프다며(아니 물속에서 몇 걸음 걷지도 않은 것 같은데) 라면 하나 끓여먹고 쓰러지듯 폭면했다…

돌아오는 날은 새벽부터 비가 추적추적.

비오는 날의 파도 소리는 리듬이 조금 달랐다.

‘아무 일정 없이’ 시간을 보내다 오는 목적으로는 2박 3일이 딱 좋았다. 세 식구 모두 미련없이 만족스럽게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도착하니 역시 Home, sweet home.

파도 소리는 정말 원없이 들었다.

나는 짐을 풀고 빨래더미를 모아 돌린 후 컴 앞에 앉았고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휴식.

내일부터는 린양 방학.
한달 동안 세 식구가 옹기종기 모여 지내겠구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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