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막내가 학원갔다 오는 길에 누나 먹으라고 사온 떡볶이입니다(요게 500원..;). 대부분 다 아시겠지만 저와 막내는 띠동갑이지요. 성격상 평소에 동생들과 좋아죽는 편은 아니지만(-_-;;) 그래도 가끔 이런 데에 감동합니다.

막내가 종종 친구들이랑 저 컵에 든 떡볶이를 심지어 ‘나눠’ 먹는다고 할 때마다(덩치는 산 만한 것들이…) ‘그렇게 돈이 없어?’라고 반문했지만 막상 직접 대하고 보니 고만한 나이 때 그렇게 먹는 것도 그때만이 겪을 수 있는 추억이지 않을까 싶군요.

목구멍으로 쏙쏙 미끄러져 들어갈 만큼 미끈한 밀가루 떡볶이를 콕콕 찍어 먹자니 무조건 넉넉하고 풍족한 게 좋은 게 아니라 때로는 이렇게 작아서 더 의미가 있을 경우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 떡볶이는 아마 한꺼번에 접시에 담아서 먹었으면 그다지 맛이 없었을 것 같습니다(실제로 떡볶이 맛도 많이 먹기에는 좀 무리가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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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responses

  1. 리츠코

    gample>아따, 왜 그런 엄한 책은 보셔가지고..-_-
    jjaya>정말로 뭐래…; 저 떡볶이는 집에서는 도저히 구사할 수 없는 맛이긴 하지요.
    룬그리져>저건 절대 한 명이 하나씩 들고 먹는 게 아니라 여러 명이 하나를 들고 먹어야 한다니까요. ^^

  2. 룬그리져

    사실, 저 떡볶이 저도 자주 사먹습니다.
    …주로 사서 집에 들고간뒤 조카놈들이랑 먹는(사실상 갖다 주는)형태이긴 한데, 조그만 컵 하나로 두셋이 먹는 재미도 의외로 무시 못하겠더군요.

  3. jjaya

    미국으로 이민 간 친구가 저 떡볶이가 그렇게 생각난다고 눈물을 줄줄 흘리더구만. 집에서 만들어서는 절대로 낼 수 없는 그 싸구려틱한 맛! 그리고 그것을 종이컵에 담아낼 정도의 쎈쓰! 작은 것에도 감사하며 살아야 해…(뭐래)

  4. gample

    ‘돈이 없어’란 말이 나올때마다 화들짝~ 놀랐..
    (아아..자라보고 놀란 가슴. -_-;)

  5. 리츠코

    H. Son>실은 나는 학교때 이런 떡볶이 잘 안 사먹었거든…; 학교랑 집이 워낙 가까워서 먹고 올 틈이 별로 없었달까. 그래서 막내 보니까 더 귀엽더라고. ^^;
    Tom>우리집 막내는 착해서 ‘내가 돈이 부족해서 그러는 것도 아닌데 뭘’이라고 하지요. :p
    키딕키딕>그렇지. 아무래도 누가 나를 생각해주는 마음이 들어 있어서 그런 거 아닐까. ^^

  6. 키딕키딕

    맞아요, 그렇게 작은 것도 먹으라고 사오는게 정말 더 맛있고…정있고… 저희 언니도 제가 가끔 쥐포 한두 장 사가면 참 좋아하던데…ㅋㅋ

  7. Tom

    ‘그렇게 돈이 없어?’라는 반문에 ‘용돈 좀 줘~~’라고는 하지 않던가? ^^;

  8. 그러고 보니…. 나도 중학교때 학교마치고 집에가는 길에 등치 산만한 대여섯명이서 순대볶음 두개 시키고 맛있다고 먹던 기억이 나네…
    길가에 팔던 50원짜리 도나스(도너츠 절대아님!)도 두새개 사서 친구들이랑 먹고.. ^^
    정말 그때만 할수 있는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