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자막을 만들면서 하나씩 보던 우테나를 지난주에 대나무숲과 앉아서 몰아서 마저 한꺼번에 다 봐버렸습니다.

텐죠 우테나
왕자에게 배신당하는 그녀
(혹은 어린 나이에 ‘알 거 다 알게 된’ 타이틀을 따는 그녀)

 

히메미야 안시
왕자를 진정으로 사랑한 단 한 사람의 마녀.

 

키류 토우가
왕자님 한번 해보려고 비열해도 봤다가 비굴해도 보는데
그 노력의 결과 극장판에서는 왕자님이 되어도 본다(…)

 

키류 나나미
그녀가 없었다면 우테나는 단순히 지루한 혁명극
결국 따져보면 가장 상식적인 인간(…)이었다는 점도 의외.

 

카오루 미키
검을 드는 것보다 피아노 앞에 앉는 것이 보다 어울리는 소년.
얌전해뵈는 이런 애들이 의외로 생각하는 건 무섭다.

 

카오루 코즈에
다만 미키보다 머리와 입술 색이 너무나 예뻐서 화면에 등장할 때마다 눈에 띄던 그녀.

 

아리스가와 쥬리
세상에서 여자 보는 눈이 가장 없는 여자

 

시오리
세상에서 여자 보는 눈이 가장 없는 여자……
를 갖고 노는 여자.
캐릭터도 싫었지만 성우 목소리가 느무 싫었다..-_-;

다 보고 난 감상은, 우테나는 근래 애니에서는 보기 힘든 지극히 유쾌하고 우아한 희극(…)이었습니다. 엔딩까지 포함하자면 단순히 희극이라고 말하기 힘들지만 전체 39화 중 8할은 보는 내내 유쾌한 코미디였달까요. -_-;
하세가와 신야 특유의 과장된 관능(?)과 화면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핑크색과 연보라색, 그 밖의 강렬한 배색의 조합(녹색 미역 머리의 사이온지와 불꽃같은 머리를 너풀대는 토우가가 웃통을 훌렁 제끼며 포즈를 잡는 걸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내내 즐거웠습니다. 우하하)은 참으로 멋지더군요. 더불어 별다른 움직임 없이 제한된 컷수로 충분히 스타일리쉬하게 연출한 듀얼리스트들의 검 승부 역시 인상에 남네요.

지금같으면 CG 처리를 했을 부분들이 모두 아날로그여서 살짝 불안정한 손맛(?)이 그리운 느낌이었고, 또 CG인 부분들도 지금보다 훨씬 투박하니 그것도 나름 독특하더군요.

이 때 대사는 “그 사람 같은 힘을 원해”
뭐랄까, 느끼함으로는 충분히……

 

‘그 사람’과 박빙의 승부였는데 말이죠…

 

이런 짓 하고 노는 두 바보 콤비와…
(사이온지는 토우가보다 항상 2프로 부족하다)

 

최강의 광대 남매(…)
이 조합이 가장 유쾌했습니다.

보다보니 나중에는 우테나와 안시의 세계를 혁명하는 힘보다는 나나미의 우아한 광대짓과 토우가와 아키오가 누가누가 더 먼저 느끼함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나를 관람하는 데에 열광하게 되더라는 문제는 있었습니다만…(아마도 제가 이제 여자애가 아니기에 소녀들의 혁명보다는 이런 주변을 보면 더 즐거워했는지도… ^^;)
39화를 다 보자니 약간 지루했는데 그렇다고 뭘 줄여야 했나를 따져보면 마땅히 뺄 만한 에피소드는 없었던 것 같네요(특히 나나미가 주인공인 에피소드들…).

요즘 세상도 그렇고 애니에서도 워낙 ‘여자애가 못할 게’ 없다보니 ‘여자애는 왕자님이 될 수 없잖아’라는 게 좀 생소하긴 했습니다만(생소하달까, 오랜만이랄까…) 자신의 관 속에서 왕자님 놀이 하기에 만족해버린 유치한 왕자님을 꺾고 마녀를 구한 우테나에게는 살짝 감동.

TV판을 보고 나니 극장판은 역시 너무 어정쩡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극장판이다보니 건축 디자인이나 화면은 훨씬 멋졌는데
내용면에서는 우테나 특유의 매력은 찾기 힘들었던 듯.
(적어도 우테나 카 앞부분까지는 좋았는데…)

우테나 때문에 웹을 뒤지다가 http://www.jrt.co.jp/yos/ikuniweb/ 이런 곳도 찾았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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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responses

  1. 생각날 때마다 딱 10분씩만 보면 영원히 멋진 작품으로 기억할 수 있는 명작이지…(그 이상 보면 꼭 개그가…-_-)
    그나저나 이쿠하라 감독 홈페이지라니 멋지군!! +_+

    1. 리츠코

      음. 중간 결투장면들만 보면 최고의 명작, 나나미가 나오는 에피소드만 모으면 최고의 개그물이죠.
      나름 홈페이지도 있다는 데에 놀랐어요. 팬 페이지인가 했더니 본인이 운영하는 곳인 듯?

    2. 그러게… 마누라가 그려준 그림도 있더구먼.

  2. 미사

    푸악, 시오리 포즈 쥐긴다 -_-;;;;

    1. 리츠코

      포즈만 봐도 참… 싫죠. -_-; 저 그림 시리즈를 볼 때마다 하는 생각이지만 시오리따위도 그려놓고 사이온지는 왜 없는 건지?(하세가와 신야는 사이온지가 영 취향이 아니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