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을 만들면서 하나씩 보던 우테나를 지난주에 대나무숲과 앉아서 몰아서 마저 한꺼번에 다 봐버렸습니다.
다 보고 난 감상은, 우테나는 근래 애니에서는 보기 힘든 지극히 유쾌하고 우아한 희극(…)이었습니다. 엔딩까지 포함하자면 단순히 희극이라고 말하기 힘들지만 전체 39화 중 8할은 보는 내내 유쾌한 코미디였달까요. -_-;
하세가와 신야 특유의 과장된 관능(?)과 화면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핑크색과 연보라색, 그 밖의 강렬한 배색의 조합(녹색 미역 머리의 사이온지와 불꽃같은 머리를 너풀대는 토우가가 웃통을 훌렁 제끼며 포즈를 잡는 걸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내내 즐거웠습니다. 우하하)은 참으로 멋지더군요. 더불어 별다른 움직임 없이 제한된 컷수로 충분히 스타일리쉬하게 연출한 듀얼리스트들의 검 승부 역시 인상에 남네요.
지금같으면 CG 처리를 했을 부분들이 모두 아날로그여서 살짝 불안정한 손맛(?)이 그리운 느낌이었고, 또 CG인 부분들도 지금보다 훨씬 투박하니 그것도 나름 독특하더군요.
보다보니 나중에는 우테나와 안시의 세계를 혁명하는 힘보다는 나나미의 우아한 광대짓과 토우가와 아키오가 누가누가 더 먼저 느끼함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나를 관람하는 데에 열광하게 되더라는 문제는 있었습니다만…(아마도 제가 이제 여자애가 아니기에 소녀들의 혁명보다는 이런 주변을 보면 더 즐거워했는지도… ^^;)
39화를 다 보자니 약간 지루했는데 그렇다고 뭘 줄여야 했나를 따져보면 마땅히 뺄 만한 에피소드는 없었던 것 같네요(특히 나나미가 주인공인 에피소드들…).
요즘 세상도 그렇고 애니에서도 워낙 ‘여자애가 못할 게’ 없다보니 ‘여자애는 왕자님이 될 수 없잖아’라는 게 좀 생소하긴 했습니다만(생소하달까, 오랜만이랄까…) 자신의 관 속에서 왕자님 놀이 하기에 만족해버린 유치한 왕자님을 꺾고 마녀를 구한 우테나에게는 살짝 감동.
우테나 때문에 웹을 뒤지다가 http://www.jrt.co.jp/yos/ikuniweb/ 이런 곳도 찾았다..-_-;
5 responses
생각날 때마다 딱 10분씩만 보면 영원히 멋진 작품으로 기억할 수 있는 명작이지…(그 이상 보면 꼭 개그가…-_-)
그나저나 이쿠하라 감독 홈페이지라니 멋지군!! +_+
음. 중간 결투장면들만 보면 최고의 명작, 나나미가 나오는 에피소드만 모으면 최고의 개그물이죠.
나름 홈페이지도 있다는 데에 놀랐어요. 팬 페이지인가 했더니 본인이 운영하는 곳인 듯?
그러게… 마누라가 그려준 그림도 있더구먼.
푸악, 시오리 포즈 쥐긴다 -_-;;;;
포즈만 봐도 참… 싫죠. -_-; 저 그림 시리즈를 볼 때마다 하는 생각이지만 시오리따위도 그려놓고 사이온지는 왜 없는 건지?(하세가와 신야는 사이온지가 영 취향이 아니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