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생각만 있으면 일주일 내내 듣는 것도 가능하겠더군요. -_-;;

일본에 올 때 주변에서 온통 들은 이야기가 ‘일본에 가면 동네 시민회관에서 일본어나 다른 강좌를 공짜로 해주는 데가 많다더라, 그런 데서 일본어를 배워라아~~’ 였더랬습니다. -_-;
시민회관보다는 아무래도 제대로 학원 쪽이 낫지 않나 생각(만) 하며 집에서 굴러다니기를 이미 몇 개월.
그 사이 어정쩡하게 듣는 것만 꾸물꾸물 지지부진하게 느는 데다가 입은 입대로 안 떨어지길래 어쩔까 하다가 결국 카와사키에 사는 언니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아들래미를 시켜서(…) 위의 시간표를 알아다 주셨습니다.

어제는 언니와 함께 동네에서 (정말로) 가까운 백화점 위층에 있는 다카츠 시민관에서 1시간 반쯤, 오늘은 언니네 아들래미와 집에서 2정거장 떨어진 미야자키다이라는 곳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하는 수업을 한시간 반 듣고 왔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상당히 재미있었네요. ^^;
오늘 함께 갔던 조카녀석도 정말 공부가 될 정도로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내내 즐거워 했을 정도였으니까요.

수업이라고 말은 하지만 일단 분위기는 한국의 외국어 학원 같은 곳에서 하는 프리 토킹 분위기에 더 가까웠습니다.
어떤 특정한 주제를 가지고 자유롭게 이야기를 하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 식인데 저같은 경우 지금은 문법보다 일단 나가서 말이 좀 트였으면 좋겠다는 심정이었던지라 좋더군요. 양쪽 모두 저 말고는 2년 이상 그 수업을 듣고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한 조에 학생이 3-4명, 일본인 선생(자원봉사를 하는 사람들-일본에서는 볼란티어라고 하죠. ^^;)이 3명 정도씩 배정되어 있으니 거의 1대1 회화 분위기였는데, 어제 갔던 곳과 오늘 간 곳은 그 분위기나 학생 구성이 사뭇 달라서 흥미로웠습니다.

어제 갔던 다카츠 시민관의 경우는 일단 가면 레벨을 어느 정도 본 후 레벨대로 조에 넣어주는 것 같은데 제가 갔던 조는 2레벨 정도더군요.(하다가 힘들면 3레벨로 내려주겠다고 했는데…)
구성원은 30대 초반 기혼의 프랑스 여자분과 비슷한 연배의 역시 기혼의(아마도 거기 있는 사람 대부분이 기혼일 듯? -_-;) 캐나다 남자분, 역시나 30대 초반인 한국인 여자분이었습니다.
일본인 선생님쪽은 두 분이 아주머니, 한 분은 정년퇴직하시고 지원한 듯한 아저씨.
어제는 선생님이 인터넷에서 보고 프린트해온 川柳(せんりゅう)들을 보면서 ‘아, 이거 걸작이네’라든지 ‘요즘 이런 게 사회 문제죠’ 같은 이야기를 나누는 식이었는데 전반적으로 차분하고 여유가 있어서 부담이 좀 적더군요.
우리 조 말고 다른 조도 좀 둘러보니 정말 인근의 외국인은 다 모인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루마니아인, 태국인, 인도인 등등 정말 각양각색이더라구요. 분위기로 봐서는 일본 남자와 결혼한 외국인 주부의 퍼센트가 가장 높을 것 같았습니다만…
무엇보다 이쪽은 집에서 걸어서 10분도 채 안 걸린다는 점이 최강의 장점이었습니다. -_-;

오늘 갔던 미야자키다이의 수업은 훨씬 레벨이 높은 게 아닐까 싶더군요.
평소에는 책을 한권 정해서 읽으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는데 이쪽 멤버는 중국인 한분, 대만인 두 분(모두 아줌마)이었습니다. 선생님은 오늘은 한 분이었는데 이번주에 자원봉사하는 다른 분이 쉬신다더군요.
중국인 아주머니는 대체 왜 수업을 듣는 걸까 싶을 정도로 엄청나게 말이 빠르고 능숙했던 데다가 다른 두 분도 말하는 데에 거의 지장이 없어 보여서 왠지 어제에 비해 좀더 내 자신이 어리버리하게 느껴졌지만(-_-) 일단 책을 보고 토론하는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서(라고는 해도 오늘은 거의 중국, 일본, 한국의 사회적인 차이에 대한 이야기였음..;) 아마도 계속 나가게 될 듯하네요.
오늘 사람들 이야기를 들으면서 놀란 건(이건 같이 갔던 키요시도 한 말이었지만) 사람들의 생각이나 사회적인 분위기가 한국과 일본은 꽤 닮은 반면 중국은 참 많이 다르더라,는 점이었습니다. 오늘 만난 사람들이 중국과 대만을 대표하는 건 아니지만 왠지 근본적인 사고에 차이가 있었달까요.

일본어를 배우는 것보다 정말로 평생에 이런 기회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일본어 실력이 느는 것도 좋지만 이런 면이 더 끌리더군요. ^^; 이런 기회가 아니면 제가 무슨 수로 프랑스 사람이나 대만 사람과 말이 통해보겠어요(뭐 완전히 통한다고 보기도 어렵지만. -_-;).

by

/

7 responses

  1. 일본 처음 갔을 때 묵었던 가이진하우스가 떠오르는군… 5개국에서 온 유학생들 틈바구니에서 의사소통을 위해 악전고투했던 악몽이… ㅡㅡ;;

    1. 리츠코

      5개국 유학생… 버라이어티했겠네요. -_-; 거기서는 그럼 영어가 공통어인감?..;

    2. 아니지. 일본어+수화였지(…)

  2. 크리스

    그런 기회를 통해서 점점 더 글로벌한 인생을 누릴 수 있는 것이지~ ^^*

    1. 리츠코

      글로벌은 글로벌인데 아줌마 계열의 글로벌이로군.-_-;

  3. 삭은이~

    다음 일본에서 뵐때는 가이드 리츠코님~ 이 되시겠군요.

    1. 리츠코

      아니 왜 한국에서 온 사람들에게 일본어로 가이드를?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