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비린 냄새를 별로 안 좋아해서 결혼 전에도 생선을 잘 안 먹었는데 이제 내손으로 밥을 하다보니 과연 생선을 먹을 일이 평생 없겠더군요. -_-;(메뉴에 관해서는 내가 곧 법!)
주로 먹는 생선이래봤자 구운 삼치나 구운 갈치, 연어 같이 그나마 냄새가 좀 덜 비린 것들이었는데, 이곳에 오니 수산물이 모인 곳 제일 잘 보이는 곳에 항상 이 연어가 나와 있길래 가끔 일부러 사다 먹습니다.

손바닥만한 크기로 제법 두툼하게 썰은 소금절이가 한 토막에 90엔(세일하면 80엔도 함..;) 정도인데 한국에서 장을 제대로 본 적이 없으니 비싼건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네요. 일단 이쪽에서는 상당히 저렴한 느낌입니다.;
술 좀 뿌려주고 소금 좀 쳐준 다음 마늘까지 올려서 비린내를 최대한 커버한 다음(-_-) 오븐토스터기에 구워서 츠유와 요리주로 간을 해서 볶은 양파와 함께 먹는데 한끼 90엔짜리 치고는 그럭저럭 훌륭하지요.
이 양파도 처음에는 레시피 보고 재료 양을 재어 가면서 볶았는데 요즘은 그냥 츠유와 요리주 넣고 눈대중으로 볶아버리게 되네요. 맛의 차이도 별로 없는 듯. -_-;

얼마전에 막내랑 이야기하다가 연어 덮밥을 먹는다고 하니 어떤 건지 엄청나게 궁금해하길래 생각난 김에 올려봅니다.


드디어 집들이가 끝났습니다.

준비는 어제 대충 장보기부터 해서 요리는 오늘 거의 하루종일 걸렸는데, 정말로 가와사키의 언니의 도움이 없었으면 그냥 중간에 포기하고 피자 시켜 먹었을 것 같습니다. -_-;
메인 메뉴는 대강 아래의 것들. 사진은 안 찍었는데 이쪽은 과일이 비싸서 후식은 후르츠 칵테일을 사다가 사이다를 붓고 간단히 화채로 만들어서 대체했습니다. 예전에 엄마가 했던 게 생각나서 급조해봤는데 대량 생산하기에는 꽤 간편하더라구요.

일본식 곤약 조림
여자분들이 모인 쪽에서는 그럭저럭 인기가 있었는데 역시나 남자분들에게는 호응이 없는 메뉴더군요.
튀긴 완탕과 돼지고기 말이.
나중에 위에 탕수육 소스를 얹었습니다.
일본 호프집에서 가끔 보는 안주.
소면을 기름에 그대로 튀긴 다음 소금을 슥슥 뿌려주면 끝
얻은 그릇에 김치도 좀 분위기 있게 담아보고…
언니에게 빌린 워머에 전을 뒀는데 보온이 되니 좋더군요.

이번에 배운 것 중 가장 유용한 스킬 중 하나인 물방울 모양 김밥 말기.
데코레이션은 언니가 한 건데 이것 두 접시만으로도 굉장히 상이 화려해지더군요.
컨셉은 한국식 김밥이었는데 일본분들에게 인기가 좋았습니다.
전체도(…)
언니가 자기가 만드는 닭튀김이 얼마나 맛있는지 아느냐고 자신만만해 했는데,
정말로 맛있더군요..; 식어도 그렇게 맛있는 닭튀김은 처음이었습니다.
닭고기에 간을 할 때 양파, 꿀, 간장 등을 넣던데 정확한 계량 없이 어떻게 그렇게 간을 잘 맞출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샐러드는 연어를 말아 케이퍼를 함께 두고
소스는 인터넷에서 구한 양파 크리미 소스를 썼는데 소스가 꽤 맛있었습니다. 앞으로 종종 해먹을 듯.
김밥은 참치와 파를 넣고 말은 참치초밥과 튀김과 양상추를 넣고 말은 샐러드 김밥,
단무지와 당근 등을 넣은 약식 한국식 김밥 세 가지였습니다.
모자랄까봐 걱정했는데 꽤 남았네요..;
양념치킨을 먹은지 오래됐다는 사람들이 많다길래 닭튀김에다가 양념치킨 소스를 입혀봤습니다.
양념치킨 소스는 역시나 인터넷에서 구한 것. 생각보다는 꽤 맛이 그럴듯하더군요.
가장 빨리 사라진 메뉴였습니다.
테이블 중간중간에 둔 안주거리.
아래쪽의 보라색은 언니가 가져다준 남자 기모노의 허리띠.
상이 여러개니까 이걸로 길게 가운데에 올려두면 통일감도 들 거라고 가지고 오셨더군요. ^^;

무엇보다 이번에 언니에게 도움을 받는 동안은 수퍼에서 그냥 지나치기만 했던 재료들의 조리법이라든지 음식 데코레이션 하는 법 등을 정말 다양하게 배울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레시피를 보고 만드는 건 어찌어찌 하겠는데 저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요령이 부족하다보니 만드는 시간이 엄청나게 걸리는데, 옆에서 언니가 요리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기 전에 전체적으로 보고 재료를 같이 삶고 익히면서 준비하다보니 시간이 엄청나게 단축되더군요.
열심히 한다고 해도 워낙 저쪽이 베테랑이라 속도가 빠르다보니 전체적인 일의 양에서는 언니를 따라가기가 힘들었습니다. -_-;
뭔가 하다가 고개를 들어보면 휙휙 다음 일로 넘어가고, 나중에 가고 나서 보니 구석구석 꼼꼼하게도 손을 봐주고 가셔서 그야말로 감동의 쓰나미였습니다..;

현관에 이런 장식도 해보고…
꽃과 화병, 받침까지 역시 언니 협찬(…)
언니가 가고 나서 화장실에 갔다가 뒤집어졌습니다. ^^;
화장실 휴지까지 이렇게 정돈해두고 갔을 줄이야..-_-;

대나무숲이 지난번의 경험으로 비추어 밤새며 노는 분들도 있을 거라고 했었는데, 예상보다 일찍 다들 일어나서 뭔가 사람들이 있기 불편하게 한 건가 싶어 덜컥 걱정이 앞서더군요. -_-;
대나무숲 말로는 아무래도 지난번 회사 사람 집들이에서 시끄러운 일이 많았으니 모두 적당히 일어난 것 같다고 합디다만…

아무튼 그리하여 집들이는 예상보다 휙 지나갔습니다.
남은 것은 상당한 양의 음식들이네요(…) 한국사람들이 워낙 그렇지만 잔치에 음식 모자라는 일이 있을까봐 오바해서 만들어뒀더니 역시나 좀 많았습니다. -_-;
이번 주말은 밥을 뭐 먹을까 하는 걱정은 전혀 없겠네요.(‘-`)

 

by

/

10 responses

  1. 으어. 맛있어 보입니다;;
    야근할 때 이런 거 보면 대략…… orz

    1. 리츠코

      아닛! 야근하시면서 이 포스팅을 보시다니! 이렇게 보람찰 데가..( ”)

  2. 김소연

    다음에 저희도 가면……쿨럭..ㅋㅋ

    1. 리츠코

      오면 얼마든지 해주지. -ㅁ- (이제 겁날 것도 없다!)

  3. Tom

    하다보면 안되는 거 없다니깐..
    인생 뭐 있겠어. ㅋㅋ

    1. 리츠코

      그러니까 뭐든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니까요. ^^;

  4. 키딕키딕

    멋져요오~ (>,<) 내심 어떤 헤프닝(?)이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말이죠... 크흐흐흐흣~ 그 회심의 닭튀김은 저도 정말 먹어보고 싶네요. 한국 와서 가라아게가 자주 생각났는데... 암튼 자~알 끝나서 정말 시원하시겠어요~ ^^

    1. 리츠코

      작년 여름에 먼저 집들이한 집에서 어마어마한 해프닝이 이미 벌어졌었다지..; 그래서 그런지 해프닝은 사절이여~
      닭튀김은 정말 맛있었음. 나중에 일본에 오면 만들어줌세.

  5. 유식천하

    언제 복습기회가 있을래나…
    엄청 기대되는군ㄴㄴㄴ

    1. 리츠코

      아빠 출장 오면 똑같은 메뉴로 차려줄게. -_-;;;(15인분을 다시 만드는 기회는 별로 환영하고싶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