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엄마와 동생들의 이번 일본여행은 거의 묻지마 관광 수준의 정해진 행선지 없는 일정이었습니다.
그래서 하루는 가와사키의 언니네 집에 가고 월요일에는 막내가 있으니 디즈니 랜드나 가볼까 생각했었는데 가와사키 언니와 통화하다 그 이야기를 하니 언니가 뒤집어지면서 ‘지금 시즌에 유원지를 가는 건 자살행위’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무슨 일인가 했더니 지난주 주말은 한국의 추석과 비슷한 오봉이었습니다. 달력에 빨간 날도 아니고 아무것도 써 있는 게 없어서 전혀 몰랐는데, 과연 토요일부터 뉴스에서는 연일 귀성 행렬을 보여주더군요. 빨간 날이 없어도 모두 이맘때 휴가를 낸다고 하네요.

게다가 가려고 했던 날 아침에는 도쿄와 카나가와 일부 지역에 크게 정전까지 나서 안 하던 짓 하겠다고 아침 일찍 나섰더라면 고생만 옴팡 할 뻔했지요.
아무튼 그리하여 아침 내내 정전 이야기를 해대는 뉴스를 보며 어디로 갈 것인가 의논하다가 막내에게 시부야와 타치카와 중 하나를 고르라고 했더니 자전거를 타고 싶다며 타치카와 쪽을 선택하더군요.
아무래도 사람들이 모두 유원지나 고향으로 빠져서 그런지 공원 안도 한적해 좋았지요.

마침 날씨도 좋아 자전거 타고 돌아다니기에 꽤 좋았더랬습니다. 사실 서울에서는 이렇게 마음껏 밟으면서 편하게 자전거 탈 곳이 별로 없는지라 그 나름대로 즐겁더군요.
이번에는 지난번에 위치를 몰라 못갔던 일본 정원쪽도 둘러봤는데 규모도 상당하고 안쪽으로는 분재 전시라든지 일본식 차를 마실 수 있는 곳 등이 갖춰져 있어서 볼거리도 꽤 쏠쏠했습니다.

오사카에서 봤던 금각사 안의 조경보다 규모가 좀 작을 뿐이지 분위기는 그대로 갖다 옮겨놨더군요.

예전에 관광으로 올 때는 내내 시부야, 이케부쿠로를 도는 도시 관람이었는데 여기에 살고부터는 사람 복닥한 도심보다는 이런 쪽이 훨씬 좋구나 싶네요. 요즘은 도쿄에 관광오는 사람들에게도 시내보다는 오히려 이런 쪽을 권하고 싶어집니다.

이러고 놀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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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responses

  1. 안 그래도 학원 선생도 오본 이야기를 하더라구-0- 공식적으로 쉬는 날은 아니었구먼…

    1. 리츠코

      공식적으로 쉬는 날도 아닌데 어쩜 그렇게 모두 일시에 휴가를 내고 쉬는지 놀라웠어요..-_-;

  2. 키딕키딕

    잘 지내셨어요?
    전 요즘 바쁘고 아프고 해서 이래저래 정신없이 살고 있답니다.
    오늘은 한국에 선선한 바람이 불어서 가을이 왔나 했어요.
    하늘도 구름한점 없이 파랗구요.
    왠지 한살 한살 먹어갈 수록 시간이 너무 빠른 것 같아요.
    내 시간 만이라도 잠깐 멈춰놔야겠다고 생각한 아침이었습니다.
    오늘 하루도 잘 보내세요, 선배~

    1. 리츠코

      나야 요며칠 정신 없었지. ^^

      여기는 이제 여름 시작인가벼. 습하고 더운 날씨가 계속되네. 밤에는 바람이 좀 불긴 하는데.
      안그래도 몸도 안 좋다고 들었는데 괜찮은건지? 좀 쉬엄쉬엄 편하게 마음을 가져봐.

      좋은 하루 되었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