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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톤보리

오사카
도톤보리, 호젠지-카이유칸-유니버셜 스튜디오 저팬-오사카 성

올 여름에는 유난히 야간 버스를 이용해서 도쿄-오사카를 누빈 지인들이 많았더랬습니다.
신칸센을 타면 1시간 남짓이면 이동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 신칸센 가격이라는 게 정말로 비행기값을 맞먹더군요. -_-; 그 돈을 아껴 먹고 자는 데에 좀더 투자를 해보자는 생각에 교통편은 이 야간 버스(신칸센 반값도 안됨)를 예약해봤습니다.

요런 2층 버스를 타고 밤 12시부터 6시간 정도를 달립니다.
한 줄에 좌석은 3개씩인데 앞뒤 간격도 꽤 넉넉해서 그럭저럭 나쁘지 않더군요.

여기 사는 친척 언니는 버스를 타고 그렇게 긴 시간 이동하는 것에 질색을 하던데 한국에서야 사실 추석 때 길 막히면 차 안에서 10시간씩 앉아 있는 일도 다반사인지라 그렇게까지 힘들 것 있겠나, 싶어 도전해봤던 건데 직접 타보니 가는 내내 불도 꺼주고(2시간마다 휴게소에 설 때 불을 모두 켜는 건 좀 귀찮더군요. 자다깨다 하게 돼서..) 한번 잠이 들면 시간도 잘 가서 탈 만하더군요.

아직 어스름한 시간에 난바 역 앞에 도착

새벽 6시쯤 오사카 난바 역 앞에 내렸는데 마침 바로 도톤보리와 신바이바시 쪽이었습니다.
이 야간 버스를 타면 도착 시간이 너무 일러서 그 후 관광을 다니는 데까지 텀이 좀 긴 게 불편하더군요. 일단 전철들은 모두 다니는 시간이니 도착하자마자 좀 먼 곳으로 갔다오는 일정을 잡아두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는 호텔 체크인이 2시고 해서 어디 가기도 애매해 가지고 있던 짐들은 지하철 코인로커에 넣어버리고 대충 방향을 파악한 다음 7시 좀 넘어서부터 그냥 스타벅스 옆에 붙어 있던 서점에서 만화책 한권 사서 보면서 시간을 떼웠는데, 이른 시간의 도톤보리는 분위기가 참으로 묘했습니다. -_-;
아무리 봐도 호스트 같은 젊은 남자 여러 명이 여자 한 명을 데리고 거리를 배회하는 무리가 꽤 여럿 보여서 ‘오오, 이것이 도톤보리의 분위기인가’ 했는데 시간이 점점 흐르고 가게들이 하나둘씩 문을 열기 시작하니 그 호스트 무리들은 사라지고 거리는 점점 관광객으로 채워지더군요.

대충 10시쯤 카페에서 나와 맨 처음 향한 곳은 카페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방향에 있던 아메리카무라 쪽.

상점 여는 시간이 대부분 11시쯤이라 아직 대부분 문도 안 연 한산한 분위기.
가로등은 모두 요렇게 뻘쭘한 자세(?)로 서 있네요.
나름 자유의 여신상도 보이고…(가게에서 홍보용으로 세운 것인 듯)
이런 양키스러운(?) 분위기의 상점도…
한국에서는 거의 없어진 미샤가 오사카 한복판에 있더군요.

도착한 날은 날씨가 내내 흐려서 가뜩이나 공부도 못하고 가져간 새 카메라로 어설프게 찍어댔더니 사진들이 모두 제각각이네요..; 이 날 숙소에서 사진들 보고 얌전히 주제파악을 한 다음 다음날부터는 자동 설정으로 찍었습니다. -_-;

도톤보리 입구
다카라즈카(여성국극) 같은 공연이 계속 있는 극장. 입구에는 겨울 연가도 예정되어 있더군요.
도심 한복판을 이렇게 강이 가로지르는 게 멋졌습니다.
강가를 타고 상점들이 늘어선 것도 운치가 있고 말이죠.
동키호테(잡화점)에 붙어 있는 관람차. 유난히 저 금복주 마크 같이 생긴(…) 에비스(장사 번성의 신)가 자주 보이는 것도 특징이라면 특징이었습니다.
욘사마가 아이돌에 들어가긴 이제 좀 늙지 않았나…
요즘 웹에서 자주 보이는 킨류라면. 근처에 같은 이름이 세 군데나 있더군요. 아무래도 모두 한 곳에서 운영하는 것 같아 가까이 보이는 집에 들어갔습니다.
일본 라면치고 한국 사람들에게 평이 좋길래 어떤가 했는데 지금까지 먹은 일본 라면 중에서 가장 안 느끼한 국물맛이더군요. 국물에서 약간 닭육수 맛도 났는데, 돼지뼈 육수와 섞은 건지 어떤건지는 잘 모르겠네요.
부추 김치와 배추김치(부추 김치 아래에 깔렸음..;)를 마음껏 가져다 먹을 수 있는 점도 일본 가게 치고는 후한 인심이더군요.
이런저런 이름이 붙은 고만고만한 쇼핑가의 집합체.
타코야키도 먹어볼까 해서 가장 사람들 줄이 긴 곳에서 사봤습니다
매운 맛이 들어간 타코야키. 뒷배경에 천둥번개가 칠 만큼 번쩍할 맛은 아니었지만 라면을 배부르게 먹고도 더 먹을 수 있을 만큼 맛있었습니다.
쿠이타오레(먹다 쓰러진다는 뜻) 상점 앞의 명물이라는 북치는 인형. 왠지 이 가게는 들어가는 손님보다 인형 앞에서 기념사진 찍는 관광객이 더 많아 보였습니다..;
도톤보리에 온 이상 안 찍으면 아쉬운 글리코 간판. 근처가 공사중이라 사진 찍을 각도가 잘 안 나온 게 아쉽네요.
음식점이 어찌나 많은지 한번에 2-3끼를 먹을 수 없음이 아쉬웠습니다.
동행인이 보고 좋아라 찍은 티셔츠…-_-;
아무리 그래도 티셔츠 한장에 1,900엔은 좀…

왠지 상점가들만 보고 있자니 좀 밋밋(?)해 가이드북에 나와있는 호젠지를 찾아봤습니다.
이런 상점가 한복판에 절이 있는 것도 한국에서는 흔치 않을 것 같은 일인데 말이지요.

물을 끼얹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부동명왕이 있는 호젠지.
부동명왕은 긴 세월 물세례로 이렇게 파릇파릇했습니다(…)
구경하는 동안에도 꽤 꾸준히 사람이 드나들더군요.

대충 한바퀴 돌고 나니 그럭저럭 체크인 시간이 되어 가길래 호텔 셔틀이 다닌다는 오사카역으로 이동했습니다. 도톤보리 쪽은 밤이 멋지다고는 하는데 한바퀴 돌아보고 나니 굳이 다시 나오기보다는 가려던 카이유칸을 가는 게 나을 것 같더군요.
개인적으로도 일정을 짜실 때는 도톤보리는 저녁 시간에 잡으시길 권합니다. : )

Responses

  1. 로리엔

    저기 센니치마에(맞나..) 골목길 안에 한접시 120엔 균일 회전초밥집이 있었는데 맛도 괜찮았음! 두끼를 거기서 해결했던 기억이.. ^^

    여행 재밌었겠다. 나두 가고싶어지네..

    1. 리츠코

      그 초밥집, 본 것 같아요. : ) 한글로도 가게 앞에 써놨던데. 도톤보리에서 좀더 있었으면 갔을 것 같은데 한 끼 정도만 해결한 거라 라면만 먹고 왔네요.

      오랜만에 코에 바람(?) 넣고 와서 재미있었어요. : )

  2. 켄시로는 왜 울고 있는겨~ 티셔츠 값이 비싸서 그런겨?

    저런 티셔츠라면 꼭 하나쯤 가지고 싶구만. 흘흘.

    1. 리츠코

      글쎄… 왜 울고 있는 걸까. -_-;
      그렇게 1,900엔짜리 티로 팔려나가는 신세가 한스러웠나보지..( ”)

  3. 김인식

    휴가를 갔다 오셨군 후훗..

    나도 언젠가는 꼭 한번 가보싶군 ㅠ_ㅠ

    1. 리츠코

      휴가 다녀왔지. : )
      근데 비밀글 말고 그냥 글로 남기지 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