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유럽 역사나 왕조에 대한 이야기는 꽤 많이 듣지만 러시아 왕실에 대해서는 일부러 찾아보지 않는 이상 별로 접할 일이 없는데 가끔 명화에 대한 책 같은 데서 설명으로 접하는 러시아 왕실의 이미지는 어딘가 ‘날것’에 가깝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이반 뇌제처럼 아들을 지팡이로 때려 죽인다든지 권력 암투로 왕비들이 줄줄이 독살된다든지…
라스푸틴의 최후에 대한 이야기만 봐도

라스푸틴의 반대 세력이던 펠릭스 유수포프 공작, 드미트리 파블로비치, 푸리쉬케비치가 라스푸틴의 전횡으로 인해 반란이 일어날까 두려워 그를 처치하기로 모의하고, 궐석재판을 집행하여 라스푸틴에게 사형을 언도한 후 라스푸틴을 잔치로 초대했다. 그들은 준비한 독극물을 라스푸틴에게 먹였다.

그러나 라스푸틴은 독약(청산가리)을 먹었음에도 기타에 맞춰 춤을 추었는데, 그의 기행은 2시간 반 정도 계속되었다. 보통 사람은 청산가리를 먹고 5초 이내에 죽는데 그러지 않은 점으로 보아 청산가리가 오래되어 독성을 상실했다는 추측이 있다. 그러자 황족 펠릭스 유수포프가 그를 총으로 쏜 뒤 강철 지팡이로 머리를 마구 때리고 양탄자에 싸서 얼어 붙은 네바 강 물에 빠뜨렸다. 이 때 라스푸틴의 몸에는 실탄이 4발이나 박혔다.

라스푸틴은 총상으로 인해 사망하였다. 라스푸틴의 부검 보고서에는 익사가 아니며 호흡 기관에는 물이 없다고 적혀있다. 소문으로는 실탄을 맞고 강철 지팡이에 머리를 맞을 때도 살아있었다거나 라스푸틴의 영구를 네바 강에서 건져 올릴 당시 네바 강 표면의 얼어붙은 얼음에서 라스푸틴의 손톱자국이 발견되어 사람들을 경악시켰다는 이야기가 있으나, 이는 모두 소문일 뿐이다. 

위키피디아 ‘그리고리 라스푸틴

보통 이런 일은 귀족이 직접 하기보다는 하수인을 시키지 않나…

죽을 때까지 죽인다든지…

아무튼 이 드라마는 여제 옐리자베타에서 표트르 3세, 예카테리나 2세로 이어지는 이야기로 주인공은 예카테리나 2세.

드라마는 예카테리나가 무능한 남편을 제압(…)하고 여제의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이야기인데 무엇보다 이 표트르 3세의 무능함이 참으로 신박해서 기억에 남았다.

역사를 바꿨다고 볼 만한 사람들 중 가장 기묘한 케이스는 러시아의 표트르 3세다. 프로이센 군국주의와 프리드리히 대왕의 열성적인 팬으로서, 프리드리히 대왕이 7년 전쟁에서 재앙을 맞이하는 도중 딱 맞는 시간대에 즉위해서 러시아와 프로이센의 교전을 중단시켰다. 표트르 3세는 곧 죽임을 당했지만 프로이센 군국주의를 구할만큼 적절한 기간 동안 즉위해 있었다. 멍청이답게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몰랐고, 본의 아니게 현대 유럽을 형성하는데 지대한 영향력을 끼쳤다.

칼 G. 구스타브손(Carl G. Gustavson) ‘역사의 서문’

이 러시아의 황태자는 일단 지능이 낮고 정신적으로도 문제가 있었던 데다가 무엇보다 프로이센의 왕 프리드리히 2세의 열렬한 팬이었는데, 문제는 그 당시 러시아는 프로이센과 전쟁 중이었다는 점.(왕실의 후계자가 적국의 팬….)

그리고 이 표트르 3세의 아역 배우는 뜬금없이 송민호를 닮아서 보는 내내 몰입을 방해했다…

본인이 왕위에 오르자 승리를 눈앞에 둔 전쟁에서 스스로 멈추고 빼앗았던 땅도 아무 조건 없이 다 돌려줬다.(아아, 이 화끈한 팬심) 그리고 러시아군의 제복마저 프로이센과 비슷하게 바꾸어버려 군대, 백성들의 분노가 하늘을 찔러 결국 그 부인이 남편을 제압하고 스스로 왕위에 올랐다고.

예전에는 이런 왕정 이야기를 보면서 ‘어떤 사람이 태어날 줄 알고 나라를 핏줄에 맡기나’ 했는데 이번에는 보면서 문득 ‘투표로 뽑는다고 별 수 없더라’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하…. 씁….

러시아 드라마는 트로츠키에 이어 두 번째인데 여기 드라마는 보다보면 언어가 안 통하는데도 ‘정말 연기를 잘한다’는 걸 알 수 있는 배우가 보인다.미드는 아무리 봐도 그냥 다 영어를 하는구나… 밖에 모르겠는데 말이지. 예전에 박신양이 러시아에서 연기를 공부했다고 해서 특이하네, 했었는데 저 동네가 연기를 본격적으로 하는 곳이긴 한 모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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