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저녁 나절에 타임라인에서

https://www.yearendlists.com/2022/bbc-culture-the-20-best-films-of-2022

  1.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2. 탑건: 매버릭
  3. 메이의 새빨간 비밀
  4. 레벤느망
  5. 애프터 양
  6. 문에이지 데이드림
  7. 슬픔의 삼각형
  8. 디 이터널 도터
  9. 더 파벨만스
  10. RRR
  11. 이니셰린의 밴시
  12. 바빌론
  13.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
  14. 헤어질 결심
  15.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
  16. 타르
  17. 애프터썬
  18. 오노다, 정글에서 보낸 10000일
  19.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20. 코르사주

이 기사를 봤는데 마침 웨이브에 에브리씽 에브리웨어(이하생략)이 올라온다고 했던 게 생각나서 틀었다.

오른쪽 배우 언뜻 성룡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인디애나 존스에 나왔던 동양인 아이 역 배우라고.
세월 참…

미국에 이민 와 힘겹게 세탁소를 운영하던 에블린은 세무당국의 조사에 시달리던 어느 날 남편의 이혼 요구와 삐딱하게 구는 딸로 인해 대혼란에 빠진다. 그 순간 에블린은 멀티버스 안에서 수천, 수만의 자신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모든 능력을 빌려와 위기의 세상과 가족을 구해야 하는 운명에 처하는데…

평론가들의 극찬과 추천 영화 목록 상위에 있다는 사실이 나에게는 오히려 이 영화를 감상하는 데에 방해가 됐던 것 같다.

보는 내내 ‘언제부터 대단해지는 거야’ 라고 생각하며 봤는데 영화 중반쯤 되니 마치 ‘저 임금님은 벌거벗었다’ 라고 말하지 못하는(벌거벗은 사람이 나오긴 하더라) 기분이 들었다…;
다 보고 나니 결국 영화는 B급 감성의, 내가 예상한 ‘예술적’인 면에서 훌륭한 영화는 아니었고 그럼에도 좋은 면이 많은 작품이었다.

멀티버스라는 소재를 화면으로 옮기면 어수선해지기 쉬운데 이야기를 따라가기 편했고 예전 중국 코믹(…) 액션 영화 느낌의 액션을 마음껏 볼 수 있어 좋았다. 뻘한 개그 감각은 나는 좀 별로였지만.

요근래 양자경이 나오는 작품마다 맡은 역들이 평범한 게 없어서(우주 제국의 황제라든지 판타지 세계의 최후의 일족이라든지…) ‘평범한 엄마’ 모습이 오히려 신선했지만 내용은 역시나 평범하지 않았고 이 영화야말로 ‘대혼란의 멀티버스’라는 수식어가 딱 맞지 않나 싶다.

요즘 멀티버스라는 소재가 인기를 얻는 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 삶이 팍팍해서 과거의 어느 시점에서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지금보다 나아졌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 아닐까.

주인공 에블린 단 한 명의 삶에도 그렇게 수많은 갈림길들이 존재하는데 좀더 넓게 보면 우리 하나하나의 삶에는 얼마나 무수한 갈림길들이 있었을까.

그 순간의 선택이 옳았든 틀렸든, 어쨌거나 끊임없이 갈라지는 길 중 하나를 고르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혹여 미련이 남는 선택이 있었더라도 굳이 과거의 그 분기점을 자꾸 돌아보지 말고 ‘지금’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보자고 말하는 영화.

장면장면마다 보는 내내 어이는 없었지만, 즐거웠다. 😀

괜히 마음에 들었던 돌들…

+멀티버스에 대한 이야기 중에 좋아하는 건 테드 창 단편집 ‘숨’에 있는 ‘불안은 자유의 현기증’.

다른 갈림길이 있더라도 ‘인간’ 자체는 변하지 않고 그 끝에 기다리는 결과도 그리 다르지 않다는 메시지가 좋더라.

8 responses

  1. raoul

    근데 주연이 남자였으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졌을 것 같은데 성룡이라니…

    1. Ritz

      Michelle Yeoh’s Role in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Was Originally Written for Jackie Chan
      저는 성룡이 주연이었으면 그냥 기존의 성룡 영화 중 한 편으로 끝나지 않았을까 싶어요. 이 영화는 주인공이 양자경이어서 좋았던 영화. : )

  2. 김종원

    주성치 영화의 양자경 버전이라고 하면 설명이 쉽죠

    1. Ritz

      앗, 저도 보면서 그 생각 했어요. 근데 원래 감독이 생각한 배우는 성룡이었다는 글을 봐서 성룡이 찍었으면 액션 때문에 한창 때 성룡 영화 같았겠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1. 김종원

        처음 보여준 남편 액션 씬을 보면서는 완전히 성룡이라고 생각했어요. 주성치 스타일은 후반부의 특히 트로피…씬이

        1. Ritz

          저도 그쯤부터 이건 주성치라고 생각을…( -_)

  3. Nobody

    안녕하세요, 처음 인사드리는 것 같네요 ㅎㅎ

    이미 들으셨을 수 있는데 원래는 청룽을 주연으로 캐스팅하는 걸 염두에 두고 기획했는데 성사가 안 됐고 결국 양자경이 주인공이 되는 게 괜찮을 것 같다고 중간에 계획이 바뀌었다고 하더라고요 ㅋ
    (남편 역 배우가 청룽과 닮은 건 우연의 일치인지 염두에 두고 한 캐스팅인지 모르겠습니다 ㅋㅋㅋ)

    1. Ritz

      안녕하세요~ ^^ 저도 검색하다보니 그런 글이 있더라고요. 저 영화는 남자가 아닌 여자가 주인공이어서 내용이 훨씬 깊어졌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남편 역 배우가 성룡을 닮은 건 아마 감독이 처음 그린 화면에 어느 정도 맞추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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