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제목을 쓰고보니 서른 즈음이라는 게 서른 전에 쓸 말인지 서른 넘어 쓸 말인지 좀 헷갈리네요.

어찌됐든.
어제로 한국 나이로 서른 둘, 만 나이로는 서른 하나가 되었습니다. 사실 만으로 딱 서른이 됐던 작년에 나이 앞자리 숫자가 바뀐 감상을 이야기했어야 했는데 한참 일본에서 귀국 준비에 백일짜리 혜린이와 씨름하느라 바빠 그냥 훌렁 지나갔고, 올해는 그래도 작년보다는 좀 한숨 돌려서 그런지 생일을 맞는 감상도 좀 다르네요. 모님께서는 ‘서른이 넘었는데도 뒷숫자를 말씀하시는군요’ 라고 하셨는데 나이는 숫자일 뿐, 굳이 가릴 필요 있겠어요. 호호.

20대 초반의 대학시절, 그리고 20대 중반의 직장인 시절에 생각했던 30대를 시작하는 제 모습은 지금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더랬습니다.
어떤 이미지였냐 하면, 오사카 미에코의 아름다운 시절에 나오는 키레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했었어요.
일이 있을 거고, 당시에도 지금의 신랑을 사귀고 있었으니 오토나시처럼 좋은 애인이 있고, 결혼은 천천히 하려고 마음먹었던지라 미혼이거나 혹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았어도 직장을 다니고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만 20대 중후반에 불어닥친 이런저런 일들이 모두 지나가고 30대를 맞이하니 돌쟁이 딸을 가진 전업주부인 제가 서 있네요.

제 손으로 직접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지금의 상황에 감사하기도 하고 전업주부로서의 생활도 나름 적성에 맞아서(?) 그때 생각했던 저와 지금의 제가 다르다고 해서 특별히 싫거나 아쉬운 건 없어요. 기본적으로 ‘필사적인 낙천주의’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다만 이럴 때 항상 떠오르는 말은 이래서 ‘생은 예측불허, 그리하여 의미를 갖는 것’ 입니다. ^^;

올해의 생일은 그냥 평범한 하루였습니다.
평소처럼 하루종일 혜린이와 놀았고 저녁에는 가족과 촛불을 끄고(혜린이는 이제 제법 불 켜진 초를 보면 눈이 번쩍거리지요) 하루를 넘겼네요.
조금 덜 평범했던 건 올 겨울 들어 처음으로 눈다운 눈이 내렸다는 점 정도일까요. 일기예보가 이번에도 왕창 틀렸다고 뉴스에서 시끄럽던데 일단 출근길과 무관한 저로서는 간만의 이런 눈이 반갑기만 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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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responses

  1. 로리엔

    생일 축하해~
    난 이제 ‘마흔 즈음에’를 생각해야 할 것 같은데 아직 철없이 지내고는 있지만..
    20대도 그렇고, 어쨌든 지나가버리는 나날은 모두 조금씩 아쉬운 것 같아.
    늘 어제처럼 오늘처럼 잘 지내고 항상 건강하길.
    혜린양 웃는 얼굴도 많이 보여주고. 🙂

    1. 리츠코

      생각해보니 제가 애니동 들어왔던 게 벌써 10년 가까이 되었던데요. ^^; 시간 정말 참 잘 간다니까요.

      명절 즐겁게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요즘 건강이 안 좋으시다고 잠깐 들었던 것 같은데 건강 조심하시길-!

  2. 김소연

    너무나…늦었지만, 생일 축하드려요~~
    계속 생각하고 있었는데, 여러가지로 복잡해서 늦었네요.^^;;
    30대도…생각보다 나쁘지는 않네요. 그냥 연륜이 느껴져서 이젠 누구와 얘길해도 나이에서 지고 들어가는 일은 없겠다..싶어요. 이게 과연 좋은 일인지는 모르겠지만..ㅋㅋ
    언제 혜린이 보고 싶네요~ 날이 따스해지면 자리한번 마련해봐요~

    1. 리츠코

      축하해줘서 땡큐, 땡큐~
      아기 돌잔치는 잘 치뤘어? ^^

      그러고보니 예전에 일할 때는 ‘생각보다 어리시네요’라든지 하는 말을 자주 들었었구나. 서른이 넘으면 그럴 일은 확실히 줄어들겠군. ^^;

      날 좀 풀리면 예은이랑 언제 한번 보자!!

  3. 늦었지만 생일 축하드립니다.^^
    토요일엔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뒤집어 맞으면서 책을 파느라 정신이 없었군요.
    이젠 눈이라면 질색팔색이 되는 것을 보니 동심은 다 사라진게 아닌가 싶기도 하군요. (후우)

    p.s: 그렇죠, 나이는 단지 숫자일 뿐이죠. 가릴 필요가 없지요.
    그런 의미에서 18세 스트 열심히 살아가렵니다. 데헷~. 🙂

    1. 리츠코

      요즘 많이 바쁘신가봐요..;
      그러고보니 지난주 너무너무 추웠는데 밖에 계시느라 고생하셨겠어요…

      그러니까 스트님은 18세 몇년차(…)

    2. 스트님은 18×2….?!!!

  4. 늦었지만 생일 축하 드립니다!! ^^
    서른즈음에라…. 저는 아직 20대라 잘 모르겠네염…(……..)

    …. 군대에서는 눈은 절대 악. 잔인한 하루의 시작입니다(…)

    1. 리츠코

      어, 디노님 군대 마치시면 서른 즈음 아니신가염.( ”)

  5. 하루 늦었습니다만, 생일 축하드립니다

    요즘은 대화 상대의 나이보단 사람을 먼저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라 나이에는 별 신경을 안쓰고 삽니다만, 정말 나잇값 못한다는 이야기 들을땐 좀 슬프더만요.(…반성해야할 부분이쟝) 나이먹어가면서 그 나이에 걸맞게 행동해 나간다면 나이먹는게 정말 숫자에 불과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ps.분명히 이 뒤에 덧글로 자신은 청순무구하고 어리고 어떻다는 N모님의 덧글이 달릴것 같은데, 그럴땐 때려주셔도 됩니다.

    1. 오해입니다.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던거 같습니다.
      청순무구가 아닙니다.
      청순가련순진무구입니다.

    2. 리츠코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

      나이를 먹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나이값을 제대로 할까가 가장 중요하지 않나 싶어요. 저도 나이값을 제대로 하고 있는건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 친정 근처로 오고 나니 부모님 옆에서 오히려 나이가 거꾸로 가고 있는 기분도 좀 드네요. ^^;;;